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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요양기관 실명공개

  • 데일리팜
  • 2007-11-01 09:48:12

약은 오남용이 되면 되레 위험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약을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지난해의 경우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종병 이상 의료기관의 외래처방중 11품목 이상의 처방이 무려 21만1319건에 달했다. 이중에는 21품목 이상의 처방도 218건이나 됐다. 한 환자는 28품목의 처방을 받기도 했다. 이 정도면 복용하는 양이 음식물 이상이다. 이런 원인에 의료기관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지적돼 온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책이 필요했었다.

심평원이 급기야 깃발을 들었다. 전국의 병·의원 1만7621곳의 처방전당 품목수를 전격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들은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 요양기관의 처방품목수를 상시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동안 종별로 발표되거나 처방품목수가 적은 양호한 요양기관만 부분적으로 발표돼 온 조치에 비하면 대단히 파격적이다. 요양기관 실명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는 심평원의 조치를 일단 환영한다. 오죽했으면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를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할 때다.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인은 약을 많이 처방할 수 있고 실제 복합상병의 경우는 다품목의 약제를 처방해야만 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처방품목수가 월등히 많다. 2005년을 기준으로 의원급 외래진료 현황을 보면 한국은 처방전당 품목수가 4.16개지만 제외국은 2.60개에 불과하다. 미국 1.97개, 독일 1.98개, 이탈리아 1.98개, 호주 2.16개 등이다. 상병의 품목수도 한국은 3.37개인 반면 외국평균은 1.91개이고, 복합상병의 경우는 한국이 4.51개이나 외국평균은 3.73개다.

최근 처방경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1/4분기 종합전문병원 처방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상병인 호흡기계질환의 경우 처방품목수가 가장 적은 상위 11곳만 2.5개였고 그 외 대부분은 4품목을 넘었다. 지난 5년간을 보았을 때도 1분기 기준으로 2002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요양기관 평균은 4품목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가장 많은 비중은 역시 의원이 차지했다.

의료인은 처방시 다제병용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의료인은 경질환이나 생활양식 변화로 증상개선이 기대될 때 등의 경우는 가급적 처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차별적으로 처방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보니 환자들은 병원에 가면 약을 처방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심지어 처방받지 않으면 불안하게 여기기기까지 한다. 의료인은 약의 복용횟수와 복용량을 줄여 나가도록 권고해야 할 의무도 있지만 그런 풍조가 정착돼 있지 않다. 그런데 국민들 또한 책임의 한 켠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의 처방목록을 적극적으로 기록하거나 병력관리를 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는 환자가 드물다.

제약산업과 연관해서도 짚어보자. 우리는 약의 사용량이 많다고 해서 제약산업이 발전한다고 보지 않는다.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기는 커녕 제로섬 게임만이 가중되고 있다. 오히려 한정된 시장에서 전체 시장의 규모가 작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실익이 없는 장사를 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물론 잣은 처방변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품질의 약을 제대로 적정양 만큼 사용토록 하는 것이 제약산업의 질적 발전과 양적 팽창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현재와 같은 과열경쟁이 지속되고, 그로인한 약의 오남용 현상이 계속된다면 제약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심평원은 이번에 1차적으로 호흡기계 및 근골격계 등 총 5개 질환에 대해서만 처방품목수를 공개했지만 앞으로 대상질환을 대폭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적잖은 효과가 기대되는 일이다. 환자들은 약을 적게 처방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매도돼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한다. 처방품목수가 많더라도 환자에 맞는 처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처방정보만 공개만 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다양한 모범처방 사례를 널리 수집해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모범처방 사례는 얼마든지 많고,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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