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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세청이 또 나서야 하나

  • 데일리팜
  • 2007-11-05 06:30:08

국민적 몰매를 맞고 있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우리는 다른 목소리를 내 보고자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업체 조사는 당초 ‘제도개선’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었다. 공정위가 애초 그렇게 입장을 누차 표명했다. 다시 말해 10개사에 대해 199억7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마당이니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개선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후속과제에 대해서는 일체 코멘트가 없다. 되레 막강한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가 공정위의 의뢰로 대기되어 있을 뿐이다. 복지부, 보험공단 등의 전방위 후속조사 역시 공정위의 의뢰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정위의 과징금은 결국 사법처리, 세금추징, 약가인하 등의 뭇매를 본격적으로 때리기 위한 첫 걸음이었나.

이번에 드러난 제약사들의 ‘ 리베이트’(부당고객유인행위) 8개 유형을 보면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기는 하다. 하지만 공정위가 밝힌 이들 부당고객유인행위 사례를 행하지 않는 제약사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웅변해 주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됐다. 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부당고객유인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당고객유인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뭇매를 계속 때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한데도 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애초 목청껏 외쳐온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제도개선 방안에는 선도적 조치와 징벌적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선도적 조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징벌적 조치와 병행해야 할 카드다. 하지만 공정위의 부당고객유인행위의 처벌기준은 선도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징벌성만 강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징벌에서 있어서 허점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징벌은 엄격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분명해야 한다. 징벌이 이도저도 아닌, 또는 분명한 기준이 되기 어려운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 식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선 사법처리 수순에 대해서 보자. 부당고객유인행위 유형은 검찰이 사법처리를 하고자 할 경우 배임수재죄와 배임증뢰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쉬운 말로 ‘뇌물죄’다. 그러나 부당고객유인행위의 뇌물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다. 특히 세미나와 학회 등의 지원이 일률적으로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안에 따라 그 판단이나 해석이 천차만별 다르다. 선물이나 여행경비 지원 등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판단기준이 대가성 여부지만 그것을 무 자르듯 정확히 갈라 기준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공정위의 부당고객유인행위 유형들은 사법적 징벌을 위한 고무줄 잣대는 되기 쉬워도 강력한 예방장치가 되기는 어렵다. 부당고객유인행위를 근절할 제도개선은 애초부터 공허한 메아리였다는 얘기다.

국세청 조사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자. 제약사들은 부당고객유인행위를 하기 위해 비자금이 필요했고 아울러 판촉비나 마케팅 비용 등을 변칙적으로 처리해야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탈루가 발생하는 것은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알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세금탈루 여부는 공정위의 불공정기준과 달리 사안별로 다시 판단돼야 한다. 과도한 판촉비라도 회계처리는 정상적으로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부당고객유인행위는 일률적 징세기준이 어렵다는 것이기에 세무적으로 봐도 리베이트 근절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또 복지부와 보험공단에 의뢰해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여부를 판단하는 것 역시 그렇다. 지금까지 이들 법이 공정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부당고객유인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해 왔는가를 짚어보면 대단히 회의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조치로 ‘리베이트 제공 등 불공정한 경쟁 수단이 근절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리베이트가 사회적 낭비요소인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라고 판단한데 기인했다. 이런 바탕위에 리베이트로 인한 소비자 피해 추정액을 약 2조1800억원이라고 계산했고, 바로 이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억지춘양이다. 지대추구행위의 범위 자체가 정말 모호하기 때문에 계량화 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판촉행위 전반을 지대추구 행위로 간주한다면 부가가치가 있는 판촉행위까지 사회적 낭비로 보는 모순이 있다. 이른바 영업, 판촉, 홍보, 광고 등의 행위 전반을 무차별적으로 그리고 단지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지대추구행위로 봐야 한다면 의약품의 부가가치는 오로지 품질로만 걸어야 한다는 논리인데, 세계적인 다국적사들의 의약품 부가가치가 품질로만 가능했는가. 마케팅력 및 영업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특허권 및 협상능력 등과 여기에 많게는 수억 달러씩 투입되는 판촉자금 없이 가능했는가를 따져보라.

공정위는 지난 2001년 10월과 2004년 2월에도 부당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 조치했으나 근절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렇다면 2000년 이후 세 번째 조치이고 두 번은 온전히 실패했는데도 별 대안 없이 왔다는 얘기가 된다. 똑같은 조치를 세 번이나 해놓고 재발방지를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다. 사법기관과 세무당국의 강력한 추가징벌에 그 뒷마무리를 내맡기는 것은 더 무책임하다. 이런 식으로는 리베이트, 즉 부당고객유인행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리베이트는 제약회사들 스스로가 간절히 없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생존경쟁’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을 담구고 있는 현실을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개선의 발상은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리베이트를 없애거나 최소한 줄이더라도 개별 제약사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환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문약을 정부의 통제 없이 일반 공산품처럼 전면 자율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문약에 대한 적정 유통 마진율 보장이다. 전자는 공공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현행 국가보건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들 조치이기에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작금의 ‘건전한 경쟁’,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 자체는 적용해서는 안 될 모순된 상투어다. 후자는 현행 실구입가제를 전면 폐기하는 선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정위가 제시한 8개 유형의 리베이트 제공 행위중 시장논리에 의한 불가피한 경쟁은 ‘공정경쟁행위’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바로 제도개선의 시작이다. 작금의 상황은 그동안 자체적으로도 수없이 나서온 검찰·국세청 등이 공정위가 마련한 무대에 주연으로 나서는 어색한 연출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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