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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제약사는 어떻게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 뒤집었나

  • 천승현
  • 2023-11-15 06:20:56
  • 재판부 "제조물책임법 적용 대상 아냐...손해배상 책임 없어"
  • 제약사 34곳, 발사르탄 구상금 채무부존재 2심서 일부 승소
  • 구상금 15억원 중 2억원 지급 의무...1심 판결 뒤집고 완승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건강보험공단과 진행한 불순물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불순물 발사르탄의 의약품 교환 비용 책임을 따지는 법정 공방에서 2심에서 1심 완패를 사실상 뒤집었다. 불순물 의약품의 결함은 인정되지만 문제가 발견된 이후 판매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다.

2심 재판부, 34개사 구상금 15억 중 2억 채무 의무...1심 패소 뒤집혀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0일 제약사 34곳이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송 참여 업체 중 한림제약, 한국콜마, 삼익제약, 바이넥스, 씨엠지제약, 한화제약 , 구주제약, 다산제약, 신일제약, 환인제약, 광동제약, SK케미칼, 비보존제약, 대우제약, 이연제약, 진양제약, 건일제약, 국제약품사, 동구바이오제약, 마더스제약, 종근당 등 21개 업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불해야 하는 채무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원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명문제약, JW중외제약, 아주약품, 테라이젠이텍스, 유니메드제약, 휴온스, 대화제약, 한화제약, 삼일제약, 휴온스메디텍, JW신약 등 13개사는 건보공단이 청구한 구상금 일부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들 13개 업체에 대해 청구된 구상금 중 총 2억원에 대해서만 이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이 소송 참여 36개 업체에 청구한 구상금 15억원 중 13.6%에 해당하는 금액만 제약사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로 사실상 제약사들이 완승했다. 지난 2021년 9월 서울중앙법원이 제약사들의 완패로 결론 내린 지 2년 만에 원심을 뒤집는 판결이 나온 셈이다. 1심에 참여한 제약사 중 넥스팜코리아와 이든파마를 제외한 34곳이 항소심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제약사들의 채무가 인정되지 않은 금액과 함께 2019년 11월1일부터 2023년 11월10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 소송은 불순물 파동을 야기한 발사르탄제제의 후속 조치에 소요된 금액의 책임을 두고 제약사들과 보건당국이 펼치는 법정 공방이다.

식약처는 2018년 7월과 8월 불순물 NDMA가 검출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발사르탄 함유 단일제와 복합제 175개 품목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2019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환자들에게 기존 처방 중 잔여 기간에 대해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후속 조치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의약품 교환 조치에 따라 10만9967명의 진찰료 9억6400만원과 13만3947명의 조제료 10억6600만원 등을 청구했다.

구상금 청구 대상 69곳 중 제약사 36곳은 2019년 11월 “발사르탄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어 구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건보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보공단은 구상금과 함께 이자도 추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약사들에 청구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 이후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보공단에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약사들의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에서 NDMA가 잠정 관리기준을 초과 검출되는 제조물의 결함이 있었다. 해당 의약품을 처방·조제받은 환자들은 대체 의약품을 구해야만 했는데 교환 과정에서 공단부담금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라면서 제약사들이 손해배상으로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1심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불순물 의약품이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제조물책임법에서 제조물의 결함은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돼 있는 것을 말한다’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결함은 인정하면서도 건보공단에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조물 책임이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결함으로 인해 생명·신체나 제조물 그 자체 외의 다른 재산에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 등에 지우는 손해배상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제약사들에 청구한 구상금은 불순물 발사르탄을 대체 의약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요양기관을 방문해 재처방·재조제를 받으면서 발생한 진찰료와 조제료 비용이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제약사들이 사전에 불순물 의약품의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2심 재판 승소 이유로 지목됐다.

제약사들은 “NDMA는 비의도적 불순물로 2018년 7월 이전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관리기준이 없었다”고 맞섰다. NDMA는 애초에 국내외에서 관리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불순물 의약품을 생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조물책임법에 명시된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준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약사들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에 발사르탄제제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 이후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문제의 제품이 환자들에게 처방·조제되지 않아 불법행위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불순물 위험성 인지 이후 판매 제품 교환비용 인정...13개사 구상금 22% 인정

다만 식약처의 불순물 발사르탄 판매중지 조치 이후 판매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들의 손해배상 의무가 일부 인정됐다. 식약처는 2018년 7월 24일 발사르탄 의약품에서 NDMA를 검출해내는 시험방법을 공고했다.

제약사들은 시험방법으로 NDMA를 검출하는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5일이 경과한 다음 날인 2018년 7월30일부터는 불순물 의약품 결함을 인지했을 것으로 재판부는 추정했다.

당시 식약처로부터 판매중지 조치를 받지 않았더라도 제약사 자체적으로 2018년 7월30일에는 자사 제품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원제약 등 13개 업체는 2018년 8월 불순물 발사르탄제제의 판매중지 처분을 받았다. 2018년 7월30일 이후 불순물 발사르탄제제를 판매한 이력이 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2018년 7월30일 이후 처방·조제받은 환자들이 대원제약 등 13개 업체에 대해 재처방·재조제 비용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고 봤다. 대원제약 등 13개 업체에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은 2억원으로 이들 업체에 청구된 구상금 9억원의 22.1%에 해당하는 규모다. 2심 재판에서 일부 승소를 받은 13개 업체도 사실상 완승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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