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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구매' 끈질기게 추진하려나

  • 데일리팜
  • 2008-02-18 06:30:59

#저가구매 인센티브 방안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의가 무산됐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관행적으로만 보면 지난달 29일 법사위를 통과했던 법안이었기에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무리 없이 심의·통과됐어야 할 법안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고 나섰다. 법리적인 검토까지 거친 법안이 이른바 통과의례에서 제지당했기에 매우 이례적이 사건이다. 그만큼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우리가 그토록 적시해 왔던 사안들이 내재된 문제 투성이의 제도다.#RN#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의 문제점을 더 이상 재론하지 않겠다. 그런데 심히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여전히 고집을 꺽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국회에서마저 심의가 유보됐다면 여론검증이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태도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력히 열변을 토해냈다. 그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반대의 가장 큰 이유가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를 우려하는 속내에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약가거품을 없애는 기대효과가 분명한데 그 부분의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반론이다.

물론 맞는 얘기다. 정부의 입장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면 제약사들의 이권이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바로 약가다. 제약사의 ‘약가 이권’은 도매, 의료기관, 약국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그런 속내를 거침없이 표현한 정부의 생각이 표면적으로는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생각을 또한 모두가 충분히 안다는 것에 주목하자. 그 뻔 한 상황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정부는 그래서 차라리 순박한 것인가. 정부의 생각은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그 원론이 시장에서는 배척을 받고 통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 너무나 뻔하기에 결과론적으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나친 배수진을 치다보니 당초의 정책수립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기까지 하고 있어 역시 정부의 생각이 틀렸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기대효과’ 자체가 잘못돼 있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고 싶다. 엄정히 말하자면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별로 없다. 흔하게 거론돼온 얘기지만 이른바 분자/분모론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자료가 최근에 또 나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분모)는 6%대로 OECD 회원국의 1970년대 중반수준이다. 이는 국민소득이 비슷한 포르투갈(10.2%), 체코(7.2%), 뉴질랜드(9.0%)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전체 국민의료비가 개도국 수준이라면 약제비 또한 그 범주에 들어가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우리의 약제비 비중이 전체 의료비중에 약 27%에 달해 여전히 꽤 많은 것 처럼 보인다. 포르투갈(21.9%)과 체코(25.2%)에 비해서 조차 현저히 높으니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약제비가 보험재정 절감에 절대적 효과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개도국 수준의 전체 의료비 한도를 감안하면 얼마까지 깎을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표가 나지 않는 일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약제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변한다면 따져 보자. 그 역시 일견 정부의 틀리지 않는 논리가 일관되기 때문이다. 의약품 뒷거래, 불법 마진 및 리베이트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음성거래는 안타깝게도 쉽게 없어질 요인들이 아니다. 소위 말해서 심지어 적자가 나고 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 가도 없어지지 않을 불행한 관행이라는 것은 엄연한 현실적 요인이다. 덤핑한 만큼 약가를 다운시키면 거품이 사라질 것이고, 아울러 음성거래가 투명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는 작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런 의도가 온전히 맞는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극단적으로 약가 0원짜리도 나돌 수 있는 현실인데, 이래도 약가를 인하시키는 정책이 전가의 보도인가. 음성거래는 약가인하라는 시장적 접근 보다는 관리나 감시감독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분자/분모론을 또 보자. 정부는 지난 2006년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오는 2010년까지 약제비 비중을 24%까지 내리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 근거의 배경에는 약제비 비중의 높은 증가에 있었고 그 비교수치에는 OECD 자료가 있었다. 하지만 약제비 비중의 증가가 약값에만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애초 무리였다. 의료이용 인구의 절대적 증가와 그 수혜범위의 확대를 정확히 따져봤어야 맞다. 또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진도 한 몫 크게 기여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의약분업이 그 요인이다. 전체 약제비라는 분모 자체의 크기가 작은 것도 그렇지만 분자에 대한 분석 전반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약값, 그것도 제네릭 약값만을 제물로 해서 약제비 비중을 줄이는 것은 보기만 좋은 떡을 만드는 순간의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5·3 약제비 방안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2010년까지 매년 1%씩의 약제비 비중을 절감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할 숙명의 과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약제비 비중은 국민건강 척도와 효율을 가늠하는 절대적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분자의 구성이나 분모의 크기에 따라 변하는 하나의 고물줄 수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율이 아니라 약제비 절대액이 보다 중요하다. 절대액을 어느 정도 설정해야 할지 합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그런 의미로 보면 시답지 않은 정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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