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 최은택
- 2008-02-25 06: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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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세상 강주성 대표 사퇴···"망가진 몸으로 최선"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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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46)씨가 지난 23일 공동대표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지난 2001년 글리벡비대위를 시작으로, 시민단체에 몸 담은 지 7년여만의 일이다.
그는 그동안 환자권리운동에 투신하면서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병원, 적십자의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
그와 단체에 제기된 10여건의 고소·고발, 송사가 이런 사실을 반증한다. 하지만 ‘야인’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싸움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환자권리와 올바른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계와 함께 고민하지 못한 점이 아쉬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 23일 건강세상네트워크 제6차 회원총회장에서 만난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표직을 사퇴했다. 심정은 어떤가 =후련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도 주고, 그 만큼 되돌려 받았던 것 같다. 시민단체 대표로서 역할을 하다보니 그랬는데, 자연인인 개인입장에서야 마음이 편할리 있었겠나.
-임기가 1년 가량 남았는데, 조기 사퇴한 이유는 뭔가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찾자면 그동안 시민운동한다고 못 챙겼던 가족들에게 돌아간다고 할까.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이제 자리를 잡았다. 재정이 비교적 안정화 됐고, 우수한 상근자풀도 생겼다. 이런 여건이 없었다면 사퇴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제 때가 됐다. 이 만큼이면 '망가진 몸'으로 할 도리는 했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서른 여덟살되던 해인 지난 99년에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망막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는 데, 얼마 있다 ‘글리벡’이라는 혁신적인 치료제가 나왔다. 환자들에게는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신의 선물이나 진배없었다.
그런데 한달에 300만원을 넘어서는 비싼 약값이 문제였다. 치료약을 눈앞에 놔두고도 돈이 없어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환자들로 구성된 비대위를 만들었고, 약값 인하와 보험적용 확대를 요구하면서 싸움을 시작했다. 글리벡 싸움은 이후 건강세상네트워크 창립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백혈병 발병전에는 어떤 일에 종사했나 91년까지 ‘푸른나무’라는 출판사에 몸담았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의 스테디셀러인 ‘거꾸로 읽는 세계사’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등을 출간하는 데 직접 참여했다. 출판사를 나와서는 기업조직 컨설팅업체에서 일했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단연 ‘글리벡’ 투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적십자사의 부적절한 혈액관리사업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많이 싸웠다. 지난해에는 '진료비바로알기'에도 매진했고, 비급여 진료비 실태를 폭로하는 데도 앞장섰다. 선택진료비를 포함한 비급여 진료비 문제는 앞으로도 싸워야 할 여지가 많다.
-의료계의 ‘공적’으로 낙인찍혔다. 의료계 뿐이겠나. 제약사, 의사, 병원, 적십자사가 강주성을 공적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나를 상대로 제기된 고소고발이나 소송도 많았다. 정확히 셈할 수는 없지만 10여건의 고소고발이나 송사에 연루됐던 것 같다. 하지만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나는 소신껏 일했고, 내 발언과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아쉬운 점은 없나 대립각을 세워 싸움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의사나 병원이 환자의 적일리는 없지 않나. 잘못된 점을 폭로하고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소하거나 제도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협력틀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앞으로 의료계와 시민단체, 환자단체가 갈등관계를 넘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구조를 확립하길 바란다.
-얼마전에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반응이 어땠나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라는 책이다. 현재까지 4쇄까지 인쇄됐다. 의사나 병원계는 말도 안되는 엉터리라고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환자나 일반시민들은 가정상비약 만큼이나 꼭 필요한 책이라고 반겼다. 단체를 정리하기 전에 환자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남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은 쉬었다가,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못했던 빚을 갚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조혈모세포재단을 설립하는 데 힘을 쏟고 싶은데, 아직은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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