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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따라 더 위로"…지역마다 층약국 갈등

  • 홍대업
  • 2008-12-01 06:53:11
  • 담합에 면대의혹까지 제기…해법은 '처방분산'

일부 메디컬빌딩이나 복합상가 등에서 층약국 개설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사진은 본문내용과 무관)
현재 층약국은 전국적으로 4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의 국회 제출 자료(2007년 10월)에 따르면, 서울 237곳과 경기 113곳 등 전국적으로 423곳에 이른다.

그 수치는 전체 약국의 2% 수준하지만, 약사사회의 체감지수는 그 이상이다. 카운터 및 면대약국 만큼이나 갈등 유발율이 높기 때문이다.

층약국 가는 곳에 갈등 있다…처방전 독식이 문제

실제로 기존 1층 약국 외에 층약국이 개설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근본원인은 처방전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조제료가 약국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부산시약사회 전현직 임원이 연루된 층약국 개설 갈등은 물론 올해 4월 부천시에서 발생한 층약국 논란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만 있는 층에 약국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 1층 약국은 처방전 수요가 급감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 걸음이 천리길’이라는 말처럼 3, 4층의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바로 앞에 위치한 층약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1층 약국에서는 가물에 콩 나듯 처방전을 수용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1층 약국이 장기간 버티게 되면, ‘특정 의약품’(오더메이드)을 처방해 층약국에서만 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결국 1층 약국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관할보건소에 층약국 또는 면대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층약국 개설과정부터 갈등…1층 약국-층약국간 혈투

층약국은 대개 개설 과정에서부터 갈등을 유발한다. ‘생존권’이 걸린 만큼 1층 약국과 층약국 약사간 신경전은 그야말로 혈투에 가깝다.

층약국이 개설될 수 없는 곳에 약국 외에 위장점포를 열어 다중이용시설로 인정받는 등 의료기관과 층약국간 전용통로 논란을 피해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4월 부천지역 한 복합상가에서는 의료기관만 개설돼 있는 3층 한의원 자리(83.5㎡)를 분할해 서점(19.8㎡) 및 약국(62.7㎡) 개설을 준비하다가 1층 약국과 소송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은 1층 약국이 3층 약국자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역의 층약국 문제는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의료기관만 있는 3층에 위치한 여행사 사무실이 다중이용시설인지 여부를 놓고 1층 약사와 3층 약사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행사 사무실이 다중이용시설로 판명나면 층약국 개설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층약국 개설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3층 약사는 약국 개설이 허용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통해 반드시 약국을 개설하겠다는 입장이며, 1층 약사 역시 층약국 개설이 허용되면 개설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층약국, 담합부터 면대의혹까지

사실 층약국이 약사사회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 이유는 ‘처방독식’과 관련돼 있다.

층약국이 동일층에 위치한 의료기관의 처방전 수용율은 최소 80-90% 이상. 따라서, 한 건물에 층약국이 개설되면 1층 약국은 보따리를 싸거나 엄청난 출혈을 감내하고라도 소송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처방독식과 관련 지역약사회와 1층 약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골자는 ‘담합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의료기관과 가깝다는 지리적 위치가 처방독식의 주요 원인이지만, 층약국 개설단계에서부터 의료기관과 해당 약국간 특별한 관계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층약국 약사가 같은 층 의원의 인테리어를 해주는 방식이 그렇다.

층약국에서만 조제가 가능토록 하는 오더메이드 품목을 처방한다거나 의료기관에서 의도적으로 환자에게 층약국으로 갈 것을 유도하기는 사례도 있다.

더 나아가 의료기관의 의사가 직영형태로 약국을 운영하는 ‘면대약국’까지 있다.

관내에서 1/3 이상이 층약국이라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는 의사가 의료기관을 분할해 위장점포를 냈다가 향후 위장점포를 내보내고 약국을 입점시키기도 한다는 것이 지역약사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다른 지역의 경우 상가주인이나 브로커가 층약국 자리를 매입한 뒤 면대약사를 고용해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던 의원과 약국을 나란히 같은 층에 입점시키는 경우도 있다.

부산시약사회 한 관계자는 “층약국의 문제는 의약분업 취지를 훼손하는 담합소지 및 면대의혹이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층약국 규제 목소리 높아…복지부·보건소 규제책 없어 '난감'

층약국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일선 보건소나 이를 관장하는 복지부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

약사법에서 규정된 층약국 규제와 관련 규정은 전용통로 및 다중이용시설 여부가 전부.

복지부는 약사법(제20조 제5항 제4호)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과 약국간 전용의 복도·계단·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돼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 약국개설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같은 건물이나 동일층에 의료기관 및 약국 이외의 점포가 있더라도 이 점포가 의료기관과 약국 이용자만을 위한 매점, 휴게실 등이거나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자주 이용하지 않는 창고, 주택, 사무실 등인 경우에는 약국개설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층약국 개설자는 이같은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앞서 언급한 위장점포를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

층약국 개설을 위해 실제로는 영업을 하지 않거나 거의 영업이 되지 않는 서점이나 비디오대여점, 꽃가게 등을 3, 4층에 오픈한다는 말이다.

복지부도 특별한 지침 없이 각 보건소에 위장점포의 다중이용시설 여부를 판단하도록 위임해놓고 있다. 이런 탓에 어떤 곳에서는 층약국 개설이 허용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불허되는 상황도 연출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층약국 개설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위장점포에 대해서는 상식선에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무를 진행하는 보건소 관계자들은 “상식선에서 층약국 개설을 불허해도 (해당약국이)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경우 사유재권을 침해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일쑤”라고 토로하고 있다.

위장점포 규제 '관건'…궁극적으론 처방분산이 해법

최근 데일리팜에 제보해 온 한 약사는 현재 분양받은 한 개의 점포를 분할해 301호와 301-1호의 형식으로 약국과 다중이용시설을 분할하는 경우를 규제하는 것이 층약국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약사회는 층약국 개설에 있어 관건이 되는 다중이용시설과 관련 위장점포 우려가 큰 만큼 1일 이용인원수, 해당시설의 월 매출액, 층별 점유면적의 비율 등을 기준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대한약사회에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층약국 문제의 해법은 단순히 개설 규제가 아니라 처방전 분산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처방분산이 제도적으로 이뤄진다면 층약국 문제는 약사사회에서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이를 위해 성분명처방 및 사후통보제 폐지 등을 통한 대체조제 활성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사사회의 돌연변이인 층약국은 ‘처방전이 곧 돈’이라는 인식에서부터 비롯됐다. 환자가 아닌 처방전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의식에서 하루속히 탈피하지 않는다면, 약사사회는 보건의료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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