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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평가위, 난국 뚫고 가려면

  • 허현아
  • 2009-02-25 06:44:49

무수한 논란을 거쳐 2기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구성됐다. 과도하리만치 비상한 각계의 관심을 업고 18명의 위원이 명단에 올랐다.

달라진 급여평가위원회의 위상을 증명하듯, 선정과정의 보이지 않는 경쟁과 알력을 추스르는 심평원 실무자들의 고생도 눈물겨웠다. 그러나 어려운 숙제를 끝낸 보람도 없이, 위원 선정을 마친 뒤 논란은 더욱 확산될 기세다.

위촉장을 받기도 전에 쏟아지는 비판에 내몰린 ‘신참’ 위원들의 당혹감도 당혹감이지만, 위원 선정 업무를 맡은 심평원 실무부서는 일상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정도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새 위원회는 첫 회의가 열리는 25일부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됐으니, 참으로 불편한 출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2기 위원 구성을 통해 재발견한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각계 인사들이 급여평가위원회 입성을 다투고, 대내외적인 ‘눈’들이 심평원과 급평위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상황은 약제비 관리 정책의 핵심 실행기구인 심평원의 권한과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전문가의 영역에 절대적으로 자리하고 있던 심평원의 입지와 역할이 국민의 복지와 보다 밀접한 영역으로 옮겨오는 과정의 홍역이라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중심에서 영향력과 전문성을 지닌 기관이 권력과 비리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 것이다. 불에 기름을 붓듯 커져가는 이번 사태가 말 그대로 ‘무성한 논란’으로만 그치지 않게 하려면, 문제의 핵심은 이제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로 모아져야 한다.

먼저 극단적인 비판은 대개 대안없는 메아리로 끝나기 쉽다는 점에서, 위원 선정 과정의 모든 절차와 고민을 부정해버리는 '전면 재조정' 주장은 썩 훌륭한 채찍질로 보이지 않는다.

흠집을 내거나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주무기관의 역할과 위원 개개인의 면면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비판 대신 ‘하자’의 대상과 근거를 명확히 짚고, 적격 부적격을 합리적으로 가려내는 검증으로서의 비판이 보다 필요할 것이다. 한편 중요한 정책 실무 기능을 발휘하는 위치에서 각계의 기대와 비판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심평원에도 번번이 아쉬운 대목이 있다.

원칙과 근거를 중시하는 심평원이 그같은 원칙을 지키려는 내부의 전사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외부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에는 왜 항상 한 발 늦는가 하는 것이다.

정책 실무를 지원하는 산하기관의 태생적 한계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독자적 업무 추진 권한을 위임받은 영역에 대해서는 마땅히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도,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면 우선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보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무사 무탈한 것이 능사라는 시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틈새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심평원의 역할과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심평원은 언제나 철저한 자기 평가에 기초해 능동적으로 원칙과 근거를 설득해 나가는 사전 대응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 때문인지, 심평원 직원들의 암 발생률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휴일, 야간 근무에 허리디스크를 얻도록 업무에 매달리고도 쏟아지는 사후 비판을 일선에서 막아야 하는 실무 직원들의 고충을 생각하면, 문제가 제기된 후에야 '해명' 형식을 빌리는 수동적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설득의 과정을 밟는 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따지고 보면 과도한 논란은 정보의 불균형에서 초래되는 만큼, 외부의 평가는 목소리를 내는 쪽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심평원은 위원 선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이 시점에 예컨대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한다.

“근거없는 비판이 난무한다”고 불평하기 앞서 심평원 입장에서 원칙과 명분을 적극적으로 밝혀, 과도한 논란의 상흔으로 실무기능의 한 축이 무너지거나 지연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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