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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곡, 카메라에 담고 싶어"

  • 허현아
  • 2009-05-11 06:25:25
  • 요약
  • 심평원 문재권 부장, 12일까지 '서울포커스' 사진전

섬…물보라…구름떼…잡초…붉은 연등의 행렬….

회오리같은 도심 속에 때묻지 않은 자연의 한 자락 자락이 소리 없이 들어앉았다.

세종문화회관 곁으로 통하는 광화문 지하철역 안에 딴 세상처럼 자리잡은 광화문갤러리 한 켠.

‘지독한 기다림’ 끝에 낚아채온 풍경에 이끌려 행선지를 향해 가던 사람들이 종종 발길을 멈추는 그 곳에서 상기된 감흥으로 찰나의 기록을 들춰내는 문재권 운영지원부장(57, 심평원 서울지원)을 만났다.

“어느 때부터인가 일상으로 여겼던 향토적인 삶의 질곡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는 것, 삶 그 자체여서 너무나 무심했던 어릴 적 일상들이 돌이킬 수 없는 ‘향수’로 굳어지고 마는 것이 가장 안타까워요.”

문 부장은 "인적이 드문 시간, 미리 구도를 잡고 최적의 시간을 기다리는 고독 끝에 한 장의 사진을 만난다"고 말했다.
휴가차 아내와 함께 떠난 파리 여행에서 카메라 조작이 미숙해 추억의 순간을 망가뜨리고 만 ‘충격’ 때문에 사진에 관심을 뒀다는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운지도 햇수로 벌써 6년째.

그는 이제 동료들과 함께하는 정기 사진전에 작품을 내놓을만큼 일가견이 생겼다.

창원지원 근무 시절, 창원전문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에 입문한 그는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시민대학 사진동기들과 ‘서울 포커스‘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EOUL FOCUS 2009'라는 타이틀로 지난 5월 6일부터 12일까지 광화문 갤러리(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 사진전에는 회원 32명이 각자 네 점씩, 128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각기 다른 구도와 기법으로 ‘마음의 눈’을 투영한 작품들 중에서도 문 부장의 작품은 자연 그대로의 실체적 이미지를 살린 실사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았다.

일정한 방향없이 겹치고 어우러지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질서를 항변하는 듯한 잡초들, 새벽 여명과 이슬이 생생한 배추 한 포기, 인적이 드문 때를 밤새 기다려 담아온 연등행렬이 댓가없이 보는 이를 맞아주고 있었다.

문 부장은 “단순한 풀뿌리, 담쟁이 넝쿨 하나라도 우연히 지나치는 법이 없다”며 "바삐 살아가는 매일 매일, 지금 이순간에도 조금씩 소멸해가고 있는 자연의 순수함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포스터(왼쪽)와 갤러리에 전시된 문 팀장의 작품들
사진을 찍다보니 도처에 널려있는 ‘옥의 티’에도 더욱 예민해 졌다.

하다못해 가로수길 하나를 찍으려 해도 불쑥 돌출하는 전깃줄이나 전봇대, 신호등, 아스팔트 같은 이질적 요소들이 눈에 걸려, 개념 없는 조경과 문명의 이기들을 통탄하게 된다고.

5일장, 국밥, 바닷가, 낡은 그물, 초가집, 장독, 삼베 짜는 노인…. 가슴속에 담고 있는 도처의 이미지로 한 편의 사진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인도 사진기행도 꿈꾸고 있다.

올해는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 내년에는 본관 진출을 위한 심사에도 도전해 더 넓은 공간에서 그와 동료들의 작가적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작품의 다양성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하루 하루 사라져가는 오늘, 이 시대의 단상들을 잡으러 그의 마음은 벌써 여로에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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