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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카운터, 일본에선 상상도 못할 일"

  • 영상뉴스팀
  • 2009-08-22 07:09:21
  • 일본에서 온 박종원 약사, 한국약국 경험 심경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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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카운터 고용, 임의 대체조제, 무상 드링크 제공…. 지난 45일간 한국에서의 근무약사 경험은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죠.”

일본 요코하마약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3년 반 동안 근무약사로 근무했던 박종원 약사.

지난 4월 길고도 힘들었던 일본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와 대전지역에서 근무약사를 하며 약국장의 꿈을 키웠던 박 약사는 지난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고 호소했다.

바로 일 평균 5~10건의 임의 대체조제, 카운터의 무분별한 일반약 판매 등 한국 약국의 현주소와 일본의 ‘정도 약국운영’ 속에서 약사로서 ‘자괴감과 환멸’을 느낀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약사는 직원들 간에 갈등을 겪게 됐고 약국 내에서는 소위 '왕따' 취급을 받기도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호소하니 제가 적응력이 부족하다며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되레 핀잔을 주더군요."

한국 약국의 현주소에 충격을 받았다는 박 약사는 이달 중 일본으로 돌아가 체인 약국에서 근무약사로 일할 계획이다.

"3년 뒤 한국으로 귀국해 ‘원리와 원칙’이 살아있는 ‘클린약국’을 개설해 선진약국의 밑거름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음은 일본 약사 출신 박종원 약사와의 일문일답.

-한국과 일본에서의 근무약사 경력은.

2005년도에 요코하마 약대를 졸업한 뒤 조제전문 약국에서 3년을 근무하고 드러그스토어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다.

이후 올 4월 귀국해 대전 지역에서 근무약사로 45일 간 근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근무약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나이도 삼십대 중반이 되어가고 또 집에서 장남이다 보니 한국에 들어와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한 약사로부터 면허를 빌려주면 한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데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한 약사가 여러 개의 약국을 체인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아 한국에서도 합법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또 관련 약사법을 알아보니 이것이 면허대여로 불법인 것을 알게 돼 이를 포기하고 일반 근무약사로 한 달 반 동안 일을 하게 됐다.

-한국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일본 약국과 한국 약 분위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본과 한국 약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보다 한국 약국에서는 복약지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에서는 한명의 환자 당 보통 20분에서 30분 정도 복약지도를 했던 것에 반해 한국에서는 단순히 환자에게 약을 지어 건네주는 정도로 복약지도에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일본에는 병원에서 각 환자마다 그에 맞는 차트가 있듯이 약국에서도 약력이라고 해 약국만의 차트가 있어 해당 환자의 약을 먹었던 부분과 성향 등이 체크돼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러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의 개별 투약 성향과 부작용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근무 약사와 한국 근무약사의 급여나 처우 수준의 차이는.

급여 부분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큰 차이는 없었지만 노동시간은 일본에 비해 한국이 긴 편이다.

일본 약국 약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 정도였던 것에 반해 한국은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근무 시간 당 급여를 따진다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처우였다고 생각된다.

-근무했던 약국에서 어떤 불법행위를 목격했나.

대체조제를 의사의 승인 없이 임의로 하거나 처방전의 약을 환자가 희망하면 임의적으로 빼고 드링크제를 환자마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특히 약사가 아닌 ‘카운터’가 약을 판매하는 등의 모습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 한국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실망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나.

저 자신이 한국 사회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도 어느 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신대로 약사로서의 직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러한 불법적인 행태에 해당하는 처방전이나 약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한국 약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일 평균 처방 150 건 중 5~10건 정도가 임의 대체조제 방식이었다. ‘이런 일은 할 수 없다’는 소신에 임의 대체조제는 하지 않으면 약국장은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윽박질렀다.

때문에 약국에서는 늘 왕따였다.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에 환멸을 느꼈다.

-지인들에게 일련의 일들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은.

대부분 그러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전임 약사에게도 자문을 구하니 자신도 3~4곳의 약국에서 근무를 했는데 대부분의 약국이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한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 봐도 한국에서 적응하려면 한국식의 방식에 따라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내가 너무 고지식한 것인가 하고 내 자신을 한번 다시 돌아보기도 했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서의 계획은.

일본도 약대 6년제 실시로 2011년과 2012년 약사가 배출되지 않아 향후 몇 년은 약사들의 처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일본 약국에서 일을 하면서 약국을 개설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이후 3년 뒤 귀국해 ‘원리와 원칙’을 준수하는 ‘클린약국’을 개설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영상뉴스팀]=노병철·김판용·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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