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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역할 다시 검토하자

  • 허현아
  • 2010-02-12 06:34:04

'경실련 사태'의 여진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정체성과 위상에 관한 이슈를 다시 촉발시켰다.

최근 '건정심 결정 구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이같은 쟁점을 단적으로 시사한 발언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이날 복지부측 토론자로 나선 보험정책과 관계자가 위원 재편 배경과 건정심의 역할에 대해 입을 연 것.

건정심 재편 과정에서 위원 추천자격을 상실한 경실련은 복지부가 10년간 가입자 대표 역할을 담당해 온 단체를 배제하면서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외곽의 시민단체를 포함한 가입자단체들은 경실련의 퇴출을 친의료, 친제약적 산물로 규정하고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건정심의 역할에 관한 재고찰을 소송이라는 형식으로 항변한 것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제4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건정심에 대해 요양급여기준, 요양급여비용, 보험료율 등 주요 사항과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건정심 심의 의결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복지부 장관에게 귀속시켰다.

공개토론에 나선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은 따지고 보면 이같은 원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건정심은 법적으로 심의위원회이지 독립위원회가 아니다"라는 발언에서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건정심 회의체의 합의사항에 장관이 대체로 승복해 왔지만, 법적으로는 장관이 이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 실무자 발언의 골자다.

이는 복지부 장관의 최종 결재권을 지목한 발언으로 이해되지만,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건정심의 역할을 축소 내지 격하시켰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 하다.

건정심에는 관련 단체들의 추천을 받은 공급자, 가입자, 공익 위원이 8인씩 동수로 참여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건강보험 정책 결정에서 공급자와 가입자 사이의 필연적 이해충돌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캐스팅 보트역할은 공익이 담당하는데, 여기에 복지부의 정책방향, 즉 장관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표성 있는 각 당사자들이 건정심을 통해 첨예한 이해사슬을 풀어내고 합의한 결과를 복지부장관이 뒤집을 수 있다고 공적으로 말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또한 건정심의 역할을 심의기구로 한정한 점도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결재권자의 권한을 각인시킨 면에서 결정적 흠결이 없다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건정심 본연의 태생을 부정한 면에서 논란의 소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재편에서 공급자 편향성을 읽어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모욕적"이라고 일갈했다.

부처 산하 회의체 재편이 소송으로 비화된 초유의 난국을 지나며 건정심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십분 양보해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용해 왔지만,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말. 사회적 합의기구의 지향점을 어그러뜨린 복지부 식견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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