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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스스로 죽어야 살길이 나온다

  • 데일리팜
  • 2011-07-13 12:24:48

대한민국에 약사 직능이 공식 도입된 이래 올해보다 더한 시련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약사 사회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평생 함께 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박카스가 의약품 지위를 잃고 금명간 슈퍼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일반의약품 약국외 슈퍼 판매 논의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의약품 관리료는 이미 깎여 나갔다. 1990년대 초중반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한약은 한의사가, 양약은 약사'가라는 한마디 구호를 넘어서지 못해 일방적으로 몰렸던 약사들에게 지금의 악재는 상실감과 분노를 증폭시킬 것이다.

제도적 시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후 30분 이라는 말 한마디에 복약지도료 720원이 웬말이냐'는 언론보도부터 '싸구려 사탕을 고가에 속여판다' '약사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팔았다' '무자격자가 아무렇지 않게 약을 판다' '약사가 여고생에게 약 봉투를 던졌다' '파스를 사간 여성이 천식발작을 일으켰다'까지 소위 약사에게 우호적인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1년 약사들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전체 약사 사회의 일반적인 문제가 아니며, 다른 직능과 견줘 더 부도덕함을 입증하는 사례 또한 아니다. 다만, 약국들이 다른 곳에 비해 사회와 접점이 넓은데다 문턱도 낮아 그 만큼 쉬 노출되고 보도되는 특수성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이 처럼 세분해 약국의 위상을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문제를 일반화시켜 약국과 약사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마음속에 저장할 뿐이다. 뉴스에서 다른 직능의 문제가 불거질 때 약사 자신들도 '일부 문제가 있었군. 진실은 또 다른데도 있을 수 있다'고 복잡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무자격자 카운터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약사 사회에서 다양한 자정 노력을 했다지만, 국민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결과다. 약국 카운터가 TV뉴스를 통해 고발될 때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슈퍼서 판매하는 것과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약사 영향권 아래 판매'와 '슈퍼 주인의 판매'는 엄연히 다른 상황이지만 번거롭게 두번 세번 생각할 사람들은 없다. 결국 약사 커뮤니티에서나 통용되는 논리일 따름이다. '복약지도 30분' 보도가 나왔을 때 약사들은 분개했지만 결국엔 파스를 판매하면서 '천식 병력이 있으세요?'라는 이 한마디를 묻지 않았다. 이 보도를 대하는 대부분의 약사들이 '우리는 하고 있는데…'라며 안타까워 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환자가 왜 말하지 않았냐거나, 일진이 사나웠다고 반응한다. 핍박으로 느낄 만큼 많은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나온 억하심정(抑何心情)일 수도 있지만 엄연히 이는 적반하장이자, 직무 유기다.

약사들이 전문직능인으로서 이 땅에 살아 남으려면 국민적 신뢰를 받아야한다. 가장 믿을 만한 직업군이 어디냐는 설문조사가 진행된다면 상위에 올라야 희망이 있을 것이다. 국민 신뢰는 추상적 용어지만, 이에 도달하려는 일차적인 노력은 관습과 결별이다. 고급 서비스 제공자로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자격자 약 판매를 고객의 눈으로 정리해야 한다. 복약지도에 관한한 전문가 양심으로 적극 실시해야 한다. 물론 복약지도를 어렵게 하는 상황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를 극복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도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판매와 같은 문제가 터졌을 때 읍참마속(泣斬馬謖),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경구를 불변으로 만들고 지켜줄 사람은 지금 약사 자신 뿐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같은 노력이 축적될 때 약사들에게 또다른 기회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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