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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먹는 약, 남편에게 못 알려줘

  • 데일리팜
  • 2011-08-16 10:30:08
  • [31] 미국, 의료-처방 기록 개인정보 엄격 관리

작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중가수인 마이클 잭슨이 돌연사하여 세간에 오르내렸다. 사망 원인은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약물중독으로 거의 밝혀졌고 마이클 잭슨은 온갖 수면제, 마약성 진통제 및 마취제 등의 약물을 여러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었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약국에도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환자는 우리 약국에서는 유명인이었다. 온갖 종류의 향정신성약물 및 마약성 진통제, 근육이완제를 복용했는데 항상 마약성 진통제를 예정일보다 먼저 받아가려고 약국에 나타나서 소란을 피웠던 환자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 주치의가 Vicodin ES (hydrocodonen/acetaminophen 7.5mg/750mg)을 1일 최대량인 5정보다 많은 6정을 처방하고 있었다. 약국에서 최대량을 초과했다고 전화했더니 간기능을 모니터하고 있으니 그냥 처방대로 내보내라고 해서 향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의사와 연락했으며 의사의 감독하에 1일 최대량을 초과하여 Vicodin ES를 조제했다"고 처방전에 메모까지 남긴 기억이 있다.

그 환자는 항상 약에 취한 눈빛으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말하는데 어느 날 드라이브 쓰루에 뒷자리에 아이를 여러 태우고 약을 받으러 왔는데 그 환자의 약에 취한 듯한 상태가 도를 지나쳐서 DUI (driving under influence) 및 아동학대 (child abuse)가 의심되어 약국에서 경찰에 보고한 적까지 있다(캘리포니아 약사법은 아동 및 노인 학대를 목격한 약사는 그 사실을 경찰에보고하도록 강제한다. 음주 및 약물 과다 사용 후 아동을 태우고 운전하면 아동학대로 분류된다).

환자가 사망한 사실은 그 환자의 남편을 통해 알았다. 그 환자 생전에는 약국에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그 남편은 환자가 사망한 이후 약국에 나타나 환자가 사망했으며 환자의 처방기록을 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서류없이 나타났고 두번 째에는 사망신고서를 가지고 왔는데 법원의 명령없이 사망신고서만으로 환자의 처방기록을 남편에게 내보낼 수 없다고 회사 지침에 따라 말했더니 그 날 있었던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월그린 본사에 보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실 본사에서는 사망환자 처방기록 공개와 관련한 캘리포니아 약사에 준하여 사망 환자의 처방기록은 사망신고서와 함께 법적효력이 있는 유언장과 법원명령서에서 명시한 사람에게만 내보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항상 그렇다. 환자가 약국에 와서 소동을 피워 약국 업무를 마비시키면 스토어 매니지먼트를 부른다. 이들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오면 소동을 피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일단 만족하여 잠잠해진다. 만약 스토어 매니지먼트도 소동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다음 수순으로는 경찰에 연락한다. 물론 경찰을 부르면 도망가거나 얌전해진다. 이 사망한 환자의 남편은 스토어 매니지먼트가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말하면서 관련문서를 보여줬더니 일단 진정했고 자기가 처방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약물을 과다처방한 의사를 소송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환자가 항상 예정일보다 약을 먼저 소진하고 나타나 약국에 와서 약 내놓으라고 소동을 피웠다는 사실을 약국에 근무하는 모두가 아는데 의사와 소송을 하겠다니. 일확천금을 노리는 처사다.

미국에서 환자의 각종 의료처방기록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강력한 연방법안은 바로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이다. HIPAA에는 여러 조항이 있지만 핵심은 바로 환자를 치료하거나 그 치료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관련자들(의사, 약사, 간호사, 보험회사 등)이 환자 치료처방기록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환자 본인을 제외한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 치료처방기록을 유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금보고철에 세금공제를 받기 위한 연간 처방약 본인부담액 기록은 환자 본인만이 요청할 수 있다. 배우자가 와서 요청해도 안된다. 본인이 약국에 직접 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본인 요청에 따라 자택으로 우편 발송할 수 있다. 응급실에 갑자기 실려갔다고 하자. 만약 환자의 보호자가 그동안 환자가 복용했던 처방약 기록을 알려달라고 요청해도 약국에서 그 기록을 내보낼 수 없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처방약 기록을 요청하면 병원 팩스로 보낼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혼소송에 처방약 복용기록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의 처방약 기록을 묻는 사람들을 주의해야한다. 예전에 어떤 남성이 배우자가 최근에 받아간 처방약을 묻기 위해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처방기록을 보니 마약성 진통제였다. 본인이 아니면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더니 내가 배우자인데 왜 알려줄 수 없냐고 계속 따지더니 나중에는 "엄마가 약에 취해서 애들을 버려두는데 어떻게 처방약 기록을 안 알려줄 수 있냐, 당장 변호사에게 약국에 소송하라고 하겠다"면서 협박했다. 아마도 이혼 소송 중이었나 보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융통성없이 과도한 보호도 환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 특히 요즘처럼 평균수명이 길어져 65세가 넘은 자식이 90세가 넘은 부모를 간병하는 경우에 그렇다. 대개 90세가 넘은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해서 본인 처방약 관련기록을 가지러 약국에 몸소 행차하기가 힘들다. 65세 딸이 90세 어머니의 처방약을 항상 받아간다는 사실을 약국에서 알고 있음에도 HIPAA 규정에 의해 법적 효력이 있는 위임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머니가 신분증을 가지고 직접 약국에 오거나(드라이브-쓰루가 이런 경우 요긴하다) 약국에서 그 어머니가 사는 자택으로 처방기록을 우편발송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기란 어디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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