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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현실 드러내 국민이해 받겠다"

  • 이혜경
  • 2012-04-25 10:02:50
  • 노환규 당선자 "투쟁가 아닌 협상가"…의협 방향성 제시

노환규 의사협회 당선자는 성장기 아픔을 화두로 향후 의사협회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나는 시민 투쟁가가 아니다. 7년 동안 의사직을 포기하고 비즈니스를 했다. 협상가가 될 것이다."

노환규 제37대 대한의사협회 당선자가 25일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 조찬모임에 참석해 향후 의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당일 모임은 차기 의협 집행부의 방향성에 대해 노 당선자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으며 "국민의 비난이 두려워 진실을 숨기지 않는 의사가 될 것"이라고 밝혀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노 당선자는 자신의 과거를 시작으로 닥플, 전의총 등을 언급하며 저수가, 비급여로 고통받는 의료계의 현실을 토로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이끌었다.

◆의사도 포기한 아이…28살 건장한 청년으로="인턴시절, 임신 8개월의 부인이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아이를 꺼낸 상태였고, 신생아 중환실로 옮겨졌다."

의사였지만, 아이를 포기해야 했던 이야기로 노 당선자의 강의가 시작됐다.

1987년 노 당선자가 안양중앙병원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을 당시, 임신 34주 상태에서 조기 진통을 느낀 그의 아내는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2 시간 이상 진료를 대기한 끝에 의사를 만났지만 담당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 34주에 무슨 진통이냐.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고, 노 당선자의 아내는 집으로 돌아온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응급실로 이송됐다.

두 번의 사망선고를 받은 아이를 두고 모교 교수와 전공의가 치료를 포기하자, 노 당선자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망 없다는 아이는 살아났고 스물 여덟의 젊은 청년으로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오진한 의사와 치료와 생명을 포기한 소아과 교수를 원망하지 않는다"며 "반 나절 가까이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도 밖의 진료는 할 수 없는게 의사다"=레지던트 시절, 급여 이외 항목을 진료하지 못해 원무과랑 싸울 수 밖에 없었다는 노 당선자.

겨우 치료를 연장했지만 사망한 환자를 보고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노 당선자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상식과 원리를 알게 됐고, 의료 바깥 세상을 알게 됐다"며 "2009년 우연한 기회에 닥플을 인수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의사들의 삶에 답답했다"고 말했다.

당시 닥플에 올라오는 글을 보니, 7년 전 의사를 포기했을 당시와 상황이 하나도 나아진게 없었다는 것이다.

소화기내과 의사의 경우 위궤양 내시경을 하면서 원가 1만원의 클립을 사용하면서 '임의비급여'로 약간의 마진을 남기고 있지만, 불법인 상황이다.

노 당선자는 "의사가 돈을 들여 임의비급여 행위를 해도 불법"이라며 "검증된 전문적 의학지식과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고시변경으로 당뇨병환자 1차용법에 '메트포민'만 한정해서 사용해야 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모 내과의사에 따르면 메트포민은 인슐린은 쥐어 짜는 약이고 새로 나온 'DDP-4'가 초기환자에 좋다고 한탄한다"며 "100원짜리 메트포민과 900원의 'DDP-4'를 선택할 권리는 환자와 의사"라고 설명했다.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는 의사=심평원과 4년간의 소송 끝에 승소한 김 원장, 리베이트로 자살한 김 원장, 출장검진차량 전복으로 사망한 김 원장의 이야기를 하면서 노 당선자를 울컥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심평원과 싸우고 있는 김 원장의 이야기가 닥플에 올라오면서 무기력했던 의사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며 "그를 돕기 위해 계좌가 개설됐고 순식간에 6000만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김 원장 사건으로 "아직까지 의사들에게 분노와 권리의식이 살아있구나"를 느꼈다는 노 당선자는 "당시 의협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실망을 주기 시작했고, 그래서 전의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62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전의총이 활동하던 당시,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해 자살한 김 원장이 있다.

노 당선자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평판 좋은 40대의 가정의학과 의사 김 원장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의사였다"며 "그는 두번의 자살을 시도했다"고 귀띔했다.

거래 도매상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500여만원 리베이트 흔적으로 첫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원장은 귀가 이후 병원에서 링거에 마취약을 투여하고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노 당선자는 "의식을 잃었지만 주사약이 빠져 사망하기 전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며 "자살시도 5일 만에 검찰구속됐고, 40여일만에 풀려났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후 김 원장은 잘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집행유예로 인해 의사면허정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충격을 받고 또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며 "첫 자살 실패 경험으로 링거가 빠지지 않게 주사줄을 동여매고 반창고를 붙여 결국 자살로 사망했다"고 말하면서 목이 매어 입을 떼지 못했다.

또 다른 김 원장 사건은 소위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곳에 근무한 27살 여의사다.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병원 발령이 나기전 아르바이트차 근무를 하게된 김 원장.

하지만 그 곳은 사무장병원이었고, 출장 검진차량에 몸을 싣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노 당선자는 "전라남도에서 1등을 하던 수재로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학생으로 지역에선 총명받던 수재였다"며 "사무장병원이라는 이유로 비난 받을 수 없는 의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주사바늘 재사용 하는 의사 많다"…한달 10만원 절약을 위해 주사 바늘과 링거 수액 줄을 재사용 한다는 의사가 있다는게 노 당선자의 말이다.

노 당선자는 "주살바늘 재사용 의사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가 이하의 진료 수가로 인해 발생하는 일이라고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례로 모 대형병원 소화기내과 의사가 위 내시경을 소독하지 않고 재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노 당선자는 "1000만원 가량의 소독기를 구입하면 내시경 기계 소독하는 동안, 장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내시경을 하나 더 장만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원장이 있다"며 "3만8880원의 내시경 비용으로 발생하는 일들"이라고 밝혔다.

대형병원의 로봇수술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게 노 당선자의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그 만큼 의료의 가치는 훼손되고 있다"며 "호텔 식사는 호텔에서 결정하는데 의료 서비스는 의사가 가격을 결정하지 못해 편법이 생기고, 가격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차기 의협 집행부는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국민들의 비난이 두려워 숨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실을 적나라하게 알리면서 잘못된 의료제도를 국민들이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내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의료제도를 바꾸지 못한다"며 "제도는 정치인이 바꿀 수 있다. 정치인을 움직이는건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해 의료제도를 바꾸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정부가 돈을 쓰지 않으면서 의료를 공공재라고 하는데, 민간의료자본을 이용해서 공공재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시민 투쟁가가 아닌 협상가로 정부와 좋은 협상을 이끌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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