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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어린 1원낙찰 두고만 볼건가

  • 데일리팜
  • 2012-07-03 06:44:57

지난 달 28일 열린 보훈병원 입찰에서 도매업소들이 '할 테면 해보라'는 듯 70여품목에 대해 1원 낙찰을 감행,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한국제약협회가 1원 낙찰을 포함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도매업소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회사를 강력 제재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한국도매협회도 긴급 거래질서위원회를 소집해 '1원에 공급하는 제약회사와 도매업소 모두 고발 조치하겠다'고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두 협회의 강력 대응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근본적인 접근법이 없는 한 경제논리와 이윤추구의 욕망이 뒤엉켜 돌아가는 이 시장의 광기를 잠재우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1원 낙찰의 본질은 수요보다 공급이 과도하게 많아 스스로 불 같은 경쟁이 촉발되고 있는 특수한 의약품 시장에다, 종합병원 입찰의 근간인 최저가 낙찰제가 기름 노릇을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점이다. 1원 낙찰의 원인 제공자는 1원 낙찰에 치를 떨며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제약회사와 도매업소 당사자들이며, 이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양기관이다. 병원들이 구매하고 싶어하는 의약품이 대체제가 많은 경합품목인 경우 제약회사가 도매업소에게 낙찰을 은근히 종용하거나, 도매업소가 단독 감행한 후 제약회사에게 약을 공급하라고 버티는 사례가 뒤섞여 있다. 또 다른 경우 도매가 성분별로 진행되는 낙찰품목군을 교묘하게 엮는데 가담해 제약회사를 옴싹달싹 못하게 굴복시키는 사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1원 낙찰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병원 안에서 쓰는 처방용 의약품을 낙찰 받아야만, 통상 4배 이상 규모가 큰 원외처방 시장에 의약품을 판매할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장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낙찰 받아 원외처방을 조제하는 약국에 의약품을 정상 가격으로 공급만하면 이익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에 기반한 것이다. 통상 1원으로 낙찰시킨 도매는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에게 병원 안에서 쓰는 약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의약품을 보상해 달라고 떼를 써 손실을 만회하는 것이 소위 '입찰 전문 도매업소들'의 생존법이다. 도매업소는 이같은 경로로 확보된 '비정상적인 의약품'을 약국 등에 공급해 유통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보면, 문제의 해법은 공급주체들의 강력한 선언이나 상도덕 같은 추상적 용어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관건은 복지부가 이 문제를 결국 어떻게 보고 판단하느냐의 문제로 귀속된다는 것이다. 시장형 실거래제를 도입해 병원에게 싸게 사면 차액의 일정액을 인센티브로 돌려주겠다면서 기형적인 1원 낙찰의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던 복지부가 과연 이같은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이나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혹시 1원 낙찰의 현상을 '여전히 높은 약값의 증거'로 쓸 궁리를 하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 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결국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제약회사와 도매업소들이 앞다퉈 '앞에서 호통치고, 뒤에서 협상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점점 내밀화 돼 국내 제약산업을 좀 먹을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부, 1원 낙찰 댓가로 받은 보상약 유통경로 조사해야

1조7000억원의 약값을 단칼에 깎아 내리고, 제약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내세워 혁신형 제약까지 선정 지원하는 복지부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이 문제를 놓고 제약업계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과연 횡횡하는 1원 낙찰이 건전한 경쟁인가부터 시작해 의약품에 적용하는 최저가 낙찰제는 유지해도 괜찮은가, 1원 낙찰이 제약산업 경쟁력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는 1원 낙찰 품목은 원내 입원환자용에게만 처방하도록 제한하든지, 아니면 병원원내용과 원외처방용 코드를 달리하는 이원화 코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 1원 낙찰도 실거래가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의 행정이 통치에서 거버넌스로 이행되는 추세에서 정부는 마땅히 업계 함께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의약품 유통투명화를 주창하고 있는 정부라면 1원 낙찰 후 도매업소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보상용 의약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들어가는지 대대적인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 일설에 따르면 이렇게 보상받은 의약품에 대해 일부 도매업소들은 유통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라벨링까지 새로한다는 이야기도 있는 실정이고 보면 조사의 필요성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드시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의 열차같은 질주'를 벌이는 1원 낙찰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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