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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액 1위 노바티스 한국법인 지위 강등된다…왜?

  • 최은택
  • 2013-09-27 06:40:00
  • 내달 1일부로 독립지사서 아시아 '클러스터' 일원으로

직원들 "방글라데시·필리핀과 동급 취급" 뒤숭숭 "해외 본사, 국내 제도 환경·낮은 약가 우려 커"

한국노바티스가 어수선하다. 글로벌 본사 평가가 격하돼 한국법인이 방글라데시나 필리핀과 동급으로 취급받게 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투자축소 등을 우려한다. 임상파트에선 이미 이탈이 시작됐다.

그래서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직후 발생했던 '엑소더스'(탈출)에 이은 두번째 인력이탈이 줄을 이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청구액 순위 1~2위를 다투는 이 회사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에릭 반 오페스 한국노바티스 사장은 조만간 한국법인이 편입되는 아시아 '클러스터'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26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항암제 사업부를 제외한 한국노바티스 조직은 다음달 1일부로 독립지사가 아닌 아시아 '클러스터' 일원으로 묶인다.

노바티스 아시아조직은 아시아태평양(AP) 본부('리전')가 관리하는 개별 지사와 '기타'(The others, '클러스터')로 나뉘는 데, 한국법인은 그동안 호주, 인도 등과 함께 '리전' 직속의 개별지사 지위를 갖고 있었다.

'기타'로 묶이는 '클러스터'는 '리전'을 통해 '본사'로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한국법인은 앞으로 '클러스터'를 거쳐 '리전'에 '리포트'(보고)하게 된다.

군 조직으로 설명하자면 사단 직할대로 활동하다가 연대로 편입되는 형태다. '클러스터'에는 방글라데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속해있다.

에릭 반 오페스 사장, 아시아 '클러스터' 수장으로

노바티스 내부에서 저개발국과 동급으로 취급됐다며 지위 강등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클러스터' 편입에 맞춰 한국법인 사장인 에릭 반 오페스는 아시아 '클러스터'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본사가 한국법인의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노바티스 청구액은 지난해 상반기 2321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2299억원으로 소폭 축소됐고, 하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노바티스 핵심 성장판이었던 글리벡, 디오반, 엑스포지 등 초대형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풀렸는 데, 이 자리를 대신해 줄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뇨약 ' 가브스' 사례를 보자. 이 신약은 당뇨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DPP-4 계열 약물이다. '자누비아'보다 수 개월 늦게 출시됐는 데 매출은 1/3수준에 불과하다. 이 것도 모자라 지난해 말 뒤늦게 발매된 '트라젠타'에 2위 자리도 내줬다.

실제 올해 상반기 청구액을 보면 '자누비아100mg' 235억원, '트라젠타정' 189억원, '가브스50mg' 80억원 순으로 경쟁신약에 비해 성적표가 초라하다.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는 정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경쟁약물로부터 시장을 위협받고 있다. 바이엘이 준비 중인 '아일리아'가 그것이다. 호주에서는 이미 '아일리아' 출시로 '루센티스'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센티스' 상반기 청구액은 123억원이었다.

글리벡·디오반·엑스포지 명맥 이을 핵심 성장판 부재

여기에다 새로 도입된 신약들의 급여등재가 원활치 않아 설상가상으로 미래 성장가능성을 더 어둡게 했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노바티스 매출이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전망 등 기대가치를 고려해 본사가 '클러스터' 편입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혁신에 대한 가치'(value for innovation) 평가에 너무 인색하다는 부정적 판단도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회사 외부 관계자는 "클러스터 일원이 된다고해서 지위가 강등됐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인력 구조조정 등이 수반될 경우 강등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글로벌 지휘체계가 개편되면서 아시아 '클러스터' 일원이 됐다. 업계에서는 한국법인의 첫번째 강등사례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려 현실화되면 국내 투자축소 예상…'변방국가'로

이런 여파 탓일까? 임상파트에서는 이미 인력 이탈이 시작됐다. 이른바 두번째 '엑소더스' 조짐이 일고 있다는 해석이다. 싱가포르 출신인 메디컬 디렉터 앙구안 리 상무도 조만간 말레이시아 지사로 자리를 옮긴다.

'강등'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임상 등 국내투자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외부 관계자들은 관측했다. 한국이 투자 매력이 없는 '변방국가'로 재평가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다국적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 뿐 아니라 글로벌 본사에서도 한국의 제도환경과 낮은 신약 등재가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업체의 파이프라인 현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바티스 사례는 한국이 이머징마켓에서 제외된 뒤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클러스터 편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강등인 지 아닌 지는 이후 변화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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