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동임상 무더기 복합제 허가, 바람직한가
- 조광연
- 2014-06-17 06:14:52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PR
- 약국경영 스트레스 팡팡!! 약사님, 매월 쏟아지는 1000만원 상품에 도전하세요!
- 팜스타클럽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가 쓴 비극, 햄릿에 나오는 명대사인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처럼 오늘 날 제약산업 앞에 놓여진 운명을 압축해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이 비장한 말을 패러디해 국내 제약산업계에 생존의 길을 한마디로 요약해 제시한다면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To collaborate or to die)'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까? 최근들어 예전과 다르게 국내 제약산업계 안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를 목표로한 MOU 체결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협력, 다시말해 콜라보레이션이 대세인 시대를 우리는 지켜보고, 또 관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은 제약산업 모든 분야에 걸쳐 유효할 수 있을까? 백지장을 이중 삼중 맞들어 찢어지는 일은 없겠느냐는 의구심이다. 우려할 만한 일들이 복합제 R&D 분야서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협력' 말이다. 통상 복합제는 혁신 신약보다 투자비와 리스크가 작게 들지만, 아이디어로 틈새를 공략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종종 니치버스터(틈새+블록버스터의 결합말)로 불린다. 우리 현실에서 혁신 신약으로 가는 사다리로도 평가받고 있다. 실제 혁신 신약의 경우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이 들어가며, 매 5000개의 새로운 화합물 중 단 하나만 약국의 진열대에 놓여지게 되고, 이중 3분의 1만이 R&D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정도로 성공한다(스탠다스 앤 푸어스 산업 조사, 2008)'고 할만큼 리스크가 크다.
복합제 역시 제네릭과 견주면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제네릭이 생동성시험에 기반한다면, 복합제는 임상시험을 필요로 한다. 임상시험 비용은 의약품 R&D의 3분의 2라고 할만큼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제약회사 컨소시엄을 통한 복합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40억원 이상 임상비용을 투자해 단독 개발하는 제약회사들도 있지만, 한 곳의 제약사가 R&D를 주관하고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이 비용을 분담해 나중에 품목 하나를 불하받는 공동 임상방식도 주류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 공동임상 방식이 대세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프로젝트가 3개라면 3개 품목만 시장에 나왔는데, 공동 임상의 경우 비용을 분담한 숫자 만큼 품목이 늘어나게 된다. 3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시장엔 줄잡아 20개 가까운 품목들이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1개 프로젝트에 5~8곳까지 참여하니 말이다.
이쯤되면 데자뷰다. 제네릭 공동 생동과 공동임상을 통한 복합제 개발은 쌍둥이나 다름없다. 공동 생동은 한개의 오리저널 품목에 대해 수십개, 경우에 따라서는 100개 가까운 품목들을 난립시켰다. 이로인해 시장은 결국 마케팅 전쟁터로 변질되고, 수많은 제네릭들은 결국 불법 리베이트의 자양분 노릇을 하게됐다. 혁신신약으로 가는 사다리이자, 특허분석 능력 향상 등 이른바 기업들의 R&D 역량 강화의 지름길로 평가돼 온 복합제 분야 역시 공동 임상으로 인해 R&D 경쟁이 아니라 마케팅 경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공연히 국내 기업들끼리 특허분쟁을 야기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R&D 기반으로 글로벌로 진출해야만 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별 기업들에게 왜 그렇게 (공동 임상)하느냐고 비판할 수 만은 없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려는 기업의 입장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이다. 국내 제약산업계의 생태계는 기업들의 공동체적 선에 기반해 진화하기 보다 정책의 산물로서 재구성되는 탓이다.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약처 정책이 중요하다. 제약회사 한 곳이 주관하고 8개 제약회사가 임상비용을 분담하는 컨소시엄 복합제의 경우 모두 9개 품목을 허가해 주는 것이 R&D 생태계 조성에 바람직 한 것인지 식약처는 고민해야 한다. 민원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R&D의 기여도가 낮은 제네릭 공동 생동은 그렇다쳐도 복합제는 다른 트랙의 정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R&D 투자는 기업들이 역사적 사명을 띠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기대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복합제 시장이 제네릭처럼 마케팅 전쟁터가 돼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예상될 때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혁신 신약을 개발하면 된다는 지적은 옳지만 이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다. '빵을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스테이크를 먹으라'던 마리 앙뜨와네트의 충고처럼 생뚱 맞다. 개별 기업들의 현실 욕구에는 충분히 부합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 R&D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공동 임상시험을 통한 복합제 개발, 이를 어찌해야 옳은가. 그것이 문제다.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7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8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9“약 수급불안 조장”…제약사 거점도매 정책 약사회도 반발
- 10'엘라히어' 국내 등장…애브비, ADC 개발 잇단 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