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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자 급여제한 공감은 하지만

  • 최은택
  • 2014-07-14 06:14:50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가입자에게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꺼풀 들여다보면 의사들의 저항은 환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게 부담된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그런데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가입자(환자)는 왜 조용할까?

현황은 이렇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일부터 악성 고액체납자 명단을 요양기간에 제공하고 진료 전 단계에서 점검해 전액 본인부담하도록 했다. 만약 이런 환자에게 진료비를 전액받지 않고 급여청구하면 급여비를 주지 않는다.

대상자는 1500명 내외다. 건보공단은 이들에게도 관련 사실을 개별 통지했고, 고득영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에 의하면 약 10%에 해당하는 체납자들이 제도 시행이후 체납보험료를 납부했다.

정부와 건보공단은 앞으로 급여제한 대상자를 더 확대할 예정인 데 지난해 기준으로 추산하면 108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전면 반발하고 있다. 의사단체 한 곳은 복지부장관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관리 문제는 건보공단의 고유업무인 데 정부와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고, 경제적 불이익은 물론 환자와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화'까지 떠넘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건정심 공급자협의회가 이 문제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반발은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걸까. 가입자들은 왜 방관하고 있을까. 우선 의약단체부터 짚고 보자.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의약단체 뿐 아니라 시도단위 지부까지 만나 부정수급대책 시행에 대해 사전협의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그런데 뒤늦게 의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정부 측 주장대로라면 의료계의 협의 위반인데, 의료단체가 사전협의 내용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의견수렴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이번 대책으로 의료계의 주장만큼 행정적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다. 문제는 108만명으로 대상이 확대됐을 때 의료기관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자와 다툼소지다. 약국은 의료기관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은 다음에 찾는 곳이기 때문에 걱정할 게 거의 없다.

가입자들은 어떤가. 일단 언론보도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실이 제대로 홍보됐는 지 의문이다. 더욱이 1차 대상자가 악성 고액체납자, 다시 말해 납부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다음은? 108만명에는 '차차상위' 계층 등 부담능력이 없는 세대가 상당수 포함될 개연성이 높다.

정부는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고 자진납부하면 이전에 이용했던 부정수급액을 탕감해주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없는 돈이 나올 수 있을까? 또 가입자들은 2단계로 대상이 확대되면 그 때부터 반발에 나설건가?

데일리팜은 이 문제를 놓고 편집국 내부에서 토론했다. 건보료는 조세와 다르다. 하지만 준조세에 해당하는 점에서 생각해 보자. 세금을 안냈다고 국민 지위를 정지하거나 추방하지 않는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게 하거나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지도 않는다.

이번 조치가 건보료 납부 거부나 당연지정제 폐지논리로 역이용되지 않을까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약계 간 사전협의가 충실했느냐,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은 없느냐, 민원이 발생하면 건보공단이 해결해줄 것이냐 등의 시시비비를 떠나 개운치 않은 정부의 행정편의주의를 발견했다.

또다시 나오는 이야기지만 공론화 과정, 사회적 합의과정의 부재다.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징벌적(?)'으로 가해지는 급여제한 조치를 이야기하면서 의약단체만을 상대로 대화하고 협조를 구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반발하니 전전긍긍이다.

정작 가입자는 대상자가 돈을 안낸 사람들이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논의 테이블에서 제외시켰다. 이런 행태라면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적 가치는 의미가 없거나 훼손된다. 우리는 자신이나 가족이 아닌 가난한 이웃, 타인의 의료이용을 위해서도 건보료를 내고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

이번 부정수급대책 논란의 본질은 이렇게 보면 건강보험 재정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라는 공보험의 가치를 정부 스스로 퇴색시키는 행정편의주의와 몰이해가 자리한다. 의료계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고맙게도 고민할 계기와 시간을 마련해 줬다.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건보료를 내야한다. 1차 부정수급 대책은 그래서 원칙대로 시행되는 게 맞다. 의료계도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2단계로 넘어가지 전에 우리는 이런 대책이 맞는 것인 지 토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제재라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한 뒤에 시행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고의체납과 부정수급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난한 사람의 의료이용 제한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사회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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