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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수저 물고 태어난 도매업계 2세들?

  • 조광연
  • 2014-08-05 12:24:55

세대 교체가 한창이다. 의약품 도매업계 이야기다. 제약회사들이 1세대를 거쳐 2세대, 3세대까지 넘어가는 시점에서 도매업계도 2세의 경영 참여가 가시화 되고 있다. 대표로 부상한 사례도 있지만 향후 몇년 내 대표에 오를 인물들이 도매업체 안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뜻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오영의 경우 창업 1세대인 조선혜 이희구 회장이 1조 기업을 쌍두마차로 이끌고 있는 것처럼 도매업계 전반의 세대를 선을 그어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체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정도 일뿐이다.

통상 사회가 기업의 2세와 그들의 경영 참여를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은 편이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모든 것을 상징하고도 남는 상황에서 2세들의 일거수 일투족엔 늘 비판과 부정적 코멘트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2세들이 입에서 은수저를 내려 놓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에 걸맞는 성장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 회장, 아들 똑부러지게 키웠어'라는 말이 나올때라야 비로소 은수저는 사라진다. 통상 아버지 세대가 피땀으로 가업처럼 일군 도매업체의 2세들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일까? 외제차에 골프채를 싣고? 혹은 아버지가 일군 자본 위에 피어난 한떨기 꽃?

최근 우연찮게 십여명의 도매업체 2세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매출규모가 큰 도매업체들의 자녀들이었다. 의외였다. 대부분 임원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바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지하창고 생활 2년, 의약품 배송 2년 하는 식으로 밑바닥 현장을 경험했다. 심지어 어떤 2세는 기본급에 매출 대비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대개 MBA를 공부하고 막 돌아온 2세들이 기존 질서를 철저히 무시하고, 경영효율화나 구조조정 등을 입에 올리기를 좋아하는데 비해 이들은 매우 실전적인 이야기를 전제로, 그 위에서 경영 효율화의 공간을 모색했다. 이들은 '약사님'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고객을 대하는 2세들의 태도에 낮은 자세로 평생 기업을 키운 아버지의 그림자가 느껴질 정도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적 상황에서 이들은 곧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아 대표가 될 터이다. 그들에게 펼쳐진 미래는 안녕한가. 아니다. 지금 도매업계는 변곡점에 서 있다. 제약업계 변화보다 후행하는 속성상 지금이 바로 변화의 기점인 셈이다. 도매업계 스스로 인식처럼 유통마진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제약회사가 세운 소위 영업사원 없는 온라인 쇼핑몰은 경쟁자가 됐으며, 작은 영토를 두고 수천개 도매업소들이 '갈데까지 가보자'며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 큰틀에서 보면, 도매업계의 논밭 역할을 해 온 약국들도 이른바 약없는 드럭스토어나 홈쇼핑, 심지어 대형 마트와 업태경쟁을 벌이는 지경이 됐다. 도매업체들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회사들 조차 매년 깎이는 약가로 인해 곳간 문을 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날 모였던 도매업체 2세들은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며 의견을 모아갔다. "약국이 잃은 것을 되찾아 오는데 도매업계가 역할을 해야 한다, 약사님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관계를 맺어야 한다, 제약회사들의 진정한 파트너가 돼 서로의 이익을 높여야 한다, 우리(도매)가 성공하려면 약국이 성공해야 한다, 도매 스스로 PB 상품을 갖추는 것보다 제약회사의 진정한 CSO가 되도록 해야한다." 2세들의 고민은 깊어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한 절대갑이 약화되는 대신, 상황따라 그때 그때 갑이 되고 을이되는 현실에서 도매 2세대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으로 그들의 고민과 노력들이 어떤 모습으로 대한민국 약업계를 변모시켜 나갈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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