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05:00:04 기준
  • #제품
  • 허가
  • #제약
  • 의약품
  • 글로벌
  • #염
  • GC
  • 유통
  • AI
  • #평가

'금녀' 구역서 일하는 환자기능원을 아시나요

  • 이혜경
  • 2014-10-27 06:14:59
  • [의사야? 간호사야? 그럼 뭐야-1] 입원·수술실 환자 이송

|병원 속 사람들 첫 번째| 환자기능원은 누구일까요?

여자들은 할 수 없는 직업? 금녀의 구역? 한양대병원 본관 17층. 그 곳은 여자들이 들어 올 수 없는 '금녀(禁女)'의 구역이다.

기자는 여자다. 금녀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뷰로 인해 17층에 위치한 기능원실을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금녀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 도중 기능원실을 찾은 기능원은 5~6명 정도. 그들은 30분 가량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끔 사물함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내 눈치가 제로였다.

남자들만 생활하는 기능원실은 그들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 겸 휴게실로 사용된다. 결국 눈치없는 '여기자'로 인해, 기능원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힘써야 하는 환자 이송 역할이 대부분

'병원 속 사람들' 첫 번째 연재의 주인공 최대훈 씨는 한양대병원 기능원이다.

한양대병원에서는 환자를 이송하는 직업을 기능원(技能員)으로 부른다. 육체적, 정신적 작업을 정확하고 손쉽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기능원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불과 7~8년 전. 과거에는 아저씨라고 불렸다. 호칭이 따로 없었다.

결국 그들 스스로 호칭을 찾아갔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기능원, 이송기능원, 환자기능원 등으로 불리고 있다.

환자기능원의 주된 역할은 환자 이송이다.
한양대병원 또한 아저씨에서 기능원으로 호칭이 자리매김 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간호부 소속으로 당당히 간호사, 간호조무사, 서무원과 함께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병동 근무인 만큼 3교대 근무는 필수다. 새벽, 낮, 저녁 파트로 나뉜다.

새벽과 저녁 근무날을 제외하면 낮 근무는 아침에 출근해서 당일 환자 이송 스케쥴을 배정 받는다.

기능원이 담당하고 있는 병동 환자를 스케쥴에 맞춰 검사실, 진료실, 수술실, 입원실 등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휠체어, 침대는 물론 환자까지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할 수 없는 업무로 낙인찍혔다. 이 때문인지 한양대병원 기능원 28명은 모두 남자다.

최대훈 한양대병원 기능원
건축일 하던 그가, 병원으로 온 까닭은?

최 씨의 기능원 경력은 8년. 바쁜 날은 끼니를 거르기 십상이다. 낮 근무 8시간 내내 걸어다닌 적도 있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단 한 차례 앉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의 업무 만족도는 높다. 몸은 고단해도, 근무시간 이외 자기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능원으로 인생을 살기 전, 최 씨는 건축현장에서 일했다. 이십대 젊은 나이에 100여명의 현장인력을 통솔하는 책임자 역할을 해야 했다.

최 씨는 "건축일은 현장 업무가 시작되면 새벽 2시에 잠이들고, 새벽 5시에 기상해야 했다"며 "고된 업무 탓에 일 중간중간에 음주도 하다보니 몸이 망가지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대로 건축일을 해야할 것이라는 고민속에 빠졌고, 부모님의 권유로 한양대병원 기능원 취직시험을 치르게 됐다.

최 씨는 "취직하고 처음으로 근무 외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정규직으로 정년까지 평생직장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