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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 허니버터칩, 너는 참 좋겠다

  • 조광연
  • 2014-11-26 12:24:50

연일 허니버터칩이 화제다. SNS에는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경험담이 넘쳐난다. 이런 저런 괴담이 출몰하는가하면 바이럴 마케팅의 승리라는 나름의 분석도 눈에 띈다. 허니버터칩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현상만 놓고 보자면 대박이다. 영화든 책이든 '히트 현상의 대열'에 즐겨 동참하는 편은 아니지만, 먹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땅히 너도하고, 나도하는 제네릭을 빼면 마땅히 내놓을 신제품이 빈곤한 제약회사 입장에선 그저 부러울 수 밖에 없는 허니버터칩이자 현상이다. 기업이 성장하는데 신제품 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는 탓이다.

이 귀하디 귀하다는 스낵의 품귀 현상은 자연스럽게 연구개발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랬기 때문에 '대박현상'도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이 스낵은 일본의 한 제품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가 2년간 연구 개발한 끝에 '소비자 혀끝을 사로잡을 결과물'을 내놓았고 한다. 2년이라. 일반 소비자에겐 참으로 긴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물질 발견부터 각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받는데까지 어림잡아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신약 개발과정과 견주면 조족지혈 일 뿐이다.

의약품은 허가 그 자체론 별것 없다. 허가가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적정 보험약가를 받아야하고, 의사들이 인정하고 쓰도록 데이터로 입증하고, 정보 전달이 주인 마케팅을 지난하게 펼쳐야 한다. 약가가 자유롭다는 일반의약품(OTC)이라 할지라도 허니버터칩처럼 자유롭게, 마음껏 마케팅을 할 수는 없다. 의약품의 운명이다.

최근 제약협회가 흥미로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신약을 국내 시장에 내고 싶어 외국에서 발굴해 왔는데, 정부가 비용대비 효과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아 보험 급여가 안되는 것은 물론 가격이 너무 싸 결국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이 대체 뭐하는 짓이냐, 도매상 영업 잘되도록 하자는 주장이냐'는 비판도 당연히 따른다. 그러나, 어쩌랴. 이게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오늘날 현실인 것을.

비슷한 시점에 나온 진흥원의 보고서도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국내 의약품 분야 수출경쟁력이 5년째 제자리라는 내용이다. 진흥원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우리나라 보건산업은 비교열위에 있고 수입에 특화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시장비중이 전세계의 2% 밖에 안되는데 국내기업들이 이 비좁은 시장으로 끌어들여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이게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실력이다. 오래된 대체 약물의 낮은 가격이 '가격협상의 기준선'이 되다보니 신약개발, 다시말해 혁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비교대안을 찾아야 한다.

'글로벌로 나가라, 수출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정부의 메시지? 수긍이 간다. 언제까지 제약산업을 온실에 모셔둘 수 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혁신과 답습'은 철저하게 구분해 정책을 적용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신약이 갖는 혁신의 가치가 합당한 보상을 받을 때 연구개발은 선순환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약업계 안에 '연구 개발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일으키는 방아쇠는 혁신의 가치를 정부가 크게 보는 일이다. 만약에 허니버터칩을 심평원 급평위와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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