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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찬휘 회장이 대체 무슨 책임을 졌단 말인가

  • 조광연
  • 2015-03-26 12:24:52

매달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에게 '보너스'는 애틋하고 각별하다. 가계 살림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 정규 급여라고 한다면, 보너스는 모처럼 본인이나 가정을 어루만질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수익이다. 어깨 한번 펴보는 것도 이 때다. 누군가에겐 눈여겨 보아뒀던 '핸드백'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가족들의 '외식 밥값'이다. 보너스는 저축보다 거의 다 지출하는 경향이 짙다. 해서 줄 때는 자비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껏 폼잡고 선심 썼던 회사 대표가 "지난 번 준 보너스 300만원에 문제가 있으니 되돌려 달라"고 한다면, 직장인들은 대출을 받아 충당할 수 밖에 없다. 특이한 사례지만 보너스는 그렇게 빚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대표가 보너스를 줄 때 "이거 어떻게 마련된 돈인가요?"라고 질문할 대한민국 직장인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돈엔 귀도, 눈도 없다.

대한약사회관에서 황당하고도 씁쓸한 일이 벌어졌다. 흑자를 기록한 연수교육비 1억원 가량을 세 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격려비로 나눠줬던 조찬휘 회장이 직원들에게 이를 다시 토해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외견상 연수교육비는 '연수교육 목적으로 만 사용돼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감사단이 "원상복구"를 지적하자 이를 성실히 따른 모양새다. 임시총회를 거치며 원상복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일각에선 조 회장의 통큰 결단을 예상하는 관측도 적잖았다. 책임감을 앞세우는 조 회장이라면 사비로 빈 연수교육비를 충당할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어떤이는 만약 조 회장이 차기 대한약사회장 선거에서 재선을 노린다면, 사비를 들여 책임지는 모습이 선거에서 2억원을 쓰는 것보다 더 약사회원들에게 감동을 줄지 모른다는 관전평도 했다. 조 회장의 자비는 '거위 깃털 살짝 뽑는 방식'까지 였다. 6개월 분할 반납이다. 직장인들은 깃털 하나 뽑혀도 아픈 존재다.

직원들의 억울한 심경보다 더 씁쓸한 건 조찬휘 회장이 자신의 잘못을 은근슬쩍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 같은 행보다. 조 회장은 사무국의 회계 처리미숙을 문제로 꼽고 있는 듯 하지만, 문제의 시발점은 목적대로 써야만 하는 연수교육비를 정상적으로 집행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누구 책임인가. 문제의 출발은 회장을 잘 못 보필할 사무국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궁극적 책임은 조 회장이 지는 게 수장의 당당한 자세다. 문제 유발이라는 것도 그렇다. 조 회장이 큰 줄기를 애초부터 바로 잡았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 회장은 23일 열린 직원 결의대회에서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지만, 직원 여러분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며 "주인의식을 갖고 회무에 임해 달라"고 언급했다. 의문이 든다. 대체 조 회장이 무슨 책임을 졌다는 말인가. 임시총회 때 사과한 것 밖에 없고, 직원들이 받았던 돈을 모두 토해내는데 말이다.

이렇게 묻는다면, 조 회장은 억울하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직원들이 자진반납을 결의한 것이지, 언제 내가 먼저 반납하라고 한 것이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외견상 맞다. 약사회 사무처는 지난 18일 오전 직원 전체회의를 열어 지급된 격려금 전액을 자진해 반납하기로 결정한 후 조 회장에게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으니 말이다. 직원들의 충정이 가상한가. 23일에는 임직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직원들이 앞장서 조 회장을 병풍처럼 둘러치는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마치 연수교육비 격려금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사무처와 직원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처럼 부각되고 있다. 조 회장은 23일 임직원 결의대회에서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자존감에 상처를 준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경제적 불이익을 생각하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가? 그런데 보여지는 조치는 말과 달리 이뤄지고 있다. 뒤따라 인사 문책도 논의될 것이다. 해서 말하지만, 조찬휘 회장은 사무처 직원을 희생양 삼아 자신의 책임을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자신과 집행부의 책임은 무겁게, 직원들에게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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