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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P와 R&D, 단김에 산업문화로 정착시키자

  • 데일리팜
  • 2015-04-02 06:14:51

국내 제약산업계 안에 두 가지 문화가 움트고 있다. 하나는 CP(Compliance Program·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를 앞세운 윤리경영으로 이를 당연시하는 제약업계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다. '리베이트=필요악'이라는 인식을 넘어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전이다. 다른 하나는 'R&D를 하는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린다'는 믿음, 다시말해 신약개발을 목표 삼는 R&D 가치의 급부상이다. 종전 판매력을 앞세워 제네릭 비즈니스에 몰두했던 산업계의 풍토와 질감부터 아주 다른 변화여서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이 두 가지 현상은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화하는데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는 필수 요소여서 반드시 당당한 문화로 자리잡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윤리경영이 산업계의 주류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 먼길을 가야 하는 현실을 더 많이 보여준다. 작년 하반기를 달궜던 제약사들의 너도 나도 윤리경영선언의 실체는 빈곤하다. 제약사 50여곳이 CP를 가동한다, 윤리경영을 한다고 선언했으나, 제대로 된 전담조직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제약사는 10여곳 남짓하다. 나머지는 명목상 담당자 한명 정도만 지정해 놓은 상황이다. CP가 할일 많고 복잡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한 개인이 해 낼 수는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CSO라는 근사한 이름 아래 멀쩡한 영업조직을 개인사업자로 바꾼 회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여기저기서 리베이트 조사설도 끊이지 않는다. 제약협회가 무기명 투표를 해서라도 리베이트 기업을 찾아내 자제시키려는 것 역시 미완성 윤리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수용되는 지경이다.

반면 R&D 가치의 중요성은 급부상하며 산업계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미약품이 다국적사에게 계약금만 5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하면서 R&D 가치를 극적으로 보여줬지만, 이미 제약산업계는 다른 산업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만큼 R&D를 기본 축으로 삼아 움직이고 있다. 데일리팜이 상장 제약회사 53곳의 작년 '매출액 R&D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 비중이 10%가 넘는 제약사만 14곳에 달했다. 1만원 어치 매출을 일으켜 1000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쓰고 있는 셈이다. 매출액 R&D비가 늘어난 제약회사도 24곳이었다. 이같은 통계는 연구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 변화와 절박함을 나타내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R&D 투자를 기반으로 FDA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파이프라인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딴나라 이야기 같았던 R&D투자는 밥 먹고 물 마시는 일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산업계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R&D 하나만 가지고 제약기업들이 일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리경영과 R&D는 자전거의 앞 뒤바퀴처럼 함께 돌아갈 때 달릴 수 있고,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바퀴 R&D엔 기름이 쳐져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뒷 바퀴 윤리경영엔 아직도 묵고 찌든 때가 덕지덕지 앉아 제대로 돌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약회사들은 작년 하반기 보여줬던 윤리경영 선언이 단지 쇼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다시한번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할 시점'이다. 최근들어 이런 저런 R&D 성과가 나오며 제약산업이 국가 미래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불법 리베이트라는 악재가 한건이라도 터지면 모처럼 받았던 박수는 금세 비난으로 바뀔 수 있음을 산업계는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 제약산업은 불법 리베이트라는 짐을 내려놓지 않고 글로벌로 행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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