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병용후 쇼크 놓고 의료중재원서 약사-환자 공방
- 최은택
- 2015-12-17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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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중재원 "안전성 검증안된 두 약제 병용투여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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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록센·소경활혈탕엑스과립제 병용 적정성 다퉈 조정신청, 일단 '부조정결정'으로 종료
어깨 결림 증상으로 약국에서 나프록센(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과 소경활혈탕엑스과립(해열소염진통제)을 구입해 복용한 여성(42)이 20여분 뒤 탁자에 엎드려 반응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다.
응급실 도착 당시 환자는 '혼미~반혼수 상태'를 보이며 입안과 입주변에 구토물 일부를 포함한 구강분비물로 가득차 있었다.
의사는 약물 부작용, 흡입성 폐렴으로 추정 진단해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다. 이후 이 환자는 우측 소뇌, 뇌교, 연수 뇌경색 소견이 확인돼 뇌경색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약국 약사는 과실유무와 부작용 발생의 인과관계, 적정한 손해배상액 등을 정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17일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이 환자는 소염진통제 복용 후 아나필락틱 쇼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어깨 결림 외 과거 병력은 없었다.
의료중재원은 의약품 판매(조제)의 적절성, 복약지도의 적절성, 의약품 복용과 환자 증상간 인과관계 측면에서 이 사건을 분석했다.
◆의약품 판매의 적정성=먼저 양 당사자 주장을 보자. 신청인인 약사는 "환자가 우측 어깨 통증으로 며칠간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고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세트아미노펜 외 소염작용이 있는 나프록센이 있다고 복약지도했고, 환자가 이를 선택해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또 "소경활혈탕엑스과립은 순수 한방과립으로 나프록센의 약리효과를 증대시키거나 이상 반응 위험을 증가시킬만한 성분이 없고, 병용투여 금지라고 볼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신청인인 환자 측은 "어께 결림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약사는 나프록센과 소경활혈탕엑스과립 복용을 권유했다. 이 두 가지 의약품은 병용금기 의약품"이라고 맞섰다.
이에 대한 의료중재원의 의학적 판단은 "나프록센과 소경활혈탕엑스과립은 일반의약품이기는 하지만 두 개 이상의 약을 병용 투여하는 경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용투여를 권하는 건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소경활혈탕엑스과립은 의약품 자체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지만 감정결과 해열, 진통, 소염제 효과를 가진 비스테로이드 제제로 추정되며, 나프록센과 병용 투여 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복용을 권하기 앞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됐다.
◆복약지도의 적절성=신청인인 약사는 나프록센과 아세트아미노펜 모두 일반약이어서 어느 약의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없고, 일반약을 판매할 경우 복약지도는 선택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신청인인 환자 측은 아세트아미노펜에 비해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도 약사가 복약지도나 설명을 하지 않았고 맞섰다.
이에 대한 의료중재원의 의학적 판단은 "약사가 나프록센과 소경활혈탕엑스과립을 판매할 당시 환자에게 약물 알러지 여부에 관해 질의한 사실이 없고, 병용 투여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한 사실이 없으므로 복약지도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의약품 복용과 증상 간 인과관계=약사는 나프록센 부작용으로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장기 복용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 1회 복용만으로 발생할 이유가 없고 약 복용 후 증상 발현까지 시간도 너무 짧아 약리작용에 의한 뇌경색이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자 측은 나프록센과 소경활혈탕엑스과립 병용 후 후두와 기도가 부어오르는 혈관성 부종이 발생하면서 호흡곤란으로 의식이 소실됐고, 뇌경색의 경우도 약물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간접원인 혹은 유발요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서는 의학적 판단과 법률적 검토 결과가 엇갈렸다.
먼저 중재원의 의학적 판단을 보면 "아나필락틱 쇼크나 유사아나필락시스 반응에 의해 의식을 잃었다면 심한 혈압 저하가 동반됐어야 하는데 병원 이송 당시 혈압이 높게 나타났고 피부 또는 점막에 이상소견도 없었다. 아나필락틱 쇼크나 유사아나필락스시 반응이 일어났는 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달리 법률검토 결과는 "환자가 제출한 외국 논문자료에 의하면 혈압저하가 아나필락틱 쇼크에 반드시 동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피신청인이 뇌에 관한 과거력이 없는 상태에서 나프록센과 소경활혈탕엑스과립을 복용하고 20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점, 응급실 이송당시 성대부종이 확인된 점 등을 고려하면 나프록센을 복용하고 아나필락틱 쇼크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나프록센 복용 후 급성쇼크로 인해 뇌의 산소포화도가 낮아져 뇌경색이 발생했다는 순차적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환자가 섬유근 형성이상 등 자체적 뇌경색 소인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설사 환자의 주장처럼 약물복용이 뇌경색 촉발작용을 했다고해도 기여도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료중재원은 이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부조정결정'했다.
이유는 4가지였다. 의료중재원은 먼저 약사의 과실과 복약지도의 불성실은 인정했다. 다만 감정서에서 아나필락틱 쇼크 등의 원인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기재돼 있고, 환자가 섬유근 형성이상 등 자체적인 뇌경색 소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또 뇌경색 발생의 순차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해도 현재 피신청인의 재활치료가 종결되지 않아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치료비, 장애의 부위 및 정도, 여명 등을 확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서 조정을 결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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