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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체조제에 쿨한 환자, 그럼 약사는?

  • 김지은
  • 2016-05-09 06:14:50

"아, 제네릭이요? 제가 병원에 전화하면 되는건가요." 처방전을 건네받은 약사는 자연스럽게 환자에게 대체조제를 이야기한다. 처방전에 기재된 약이 없어 같은 성분의 다른 약으로 대체하겠단 약사의 말을 환자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도리어 '제네릭'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병의원에 관련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는 점도 먼저 알고 적극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최근 한 약국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마치 조제와 투약의 한 과정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에 이것이 그 어렵고 까다롭다던 대체조제가 맞나 싶은 의문까지 갖게했다.

환자가 약국 문을 나선 이후 의아해하는 기자의 표정에 덧붙인 약사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약사는 지금의 반응이 대체조제를 접하는 대다수 요즘 환자들의 반응이라고 했다. 예상 외로 같은 성분 다른 약으로의 조제에 쿨한 반응을 보인다는 환자들, 약사는 환자들이 그만큼 똑똑해졌다고 했다. 단순히 처방전에 적힌 약 중 하나를 다른 이름의 약으로 바꾼다고 해 거부부터 하고보는 환자들과 분명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비급여 처방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 약국 특성과 주변 병의원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는 사실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이 있다. 대체조제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그리고 생각보다 환자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스마트해졌다는 점이다.

대체조제가 쉽지 않다며 환자에게 말하기조차 꺼리는 약사들이 적지 않다. 약사들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데에는 물론 대체조제의 까다로운 절차와 제도 상의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대체조제 불가' 도장을 처방전에 찍어 내보내는 일부 병의원의 구태도 무시할 수는 없다. 흘긴 눈으로 바라보는 병의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약사들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약사가 먼저 환자, 또는 의사 눈치에 지레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돌아볼 일이다.

약국에서 더 자연스럽고 간편하게 대체조제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정책적 변화와 의료계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 역시 무시해서는 안될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병원, 약국, 제약사 간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득 등을 따지기 이전에 대체조제는 환자 편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란 점을 약국에서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최근 어느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약국에서 활발한 대체조제가 가능하게 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인은 급하게 아내의 약을 조제해야 했는데 약국 4곳에서 약이 없다며 거절당했다고 했다. 환자는 안전하고도 편리하게 약국에서 약을 조제, 투약받을 권리가 있다. 약사는 또 그렇게 할 책임이 있다. 약사들이 제도를 탓하기 이전에, 주변 병의원의 눈치를 보기 이전에 환자의, 그리고 약사인 자신의 권리를 먼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환자들은 약사들의 예상보다 더 많이 스마트해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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