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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너진 기업윤리, '옥시'는 결과일 뿐

  • 안경진
  • 2016-05-12 06:14:50

"(RB는) 건강과 위생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을 기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 기업 철학과 목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자는 이 문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읽었다.

기업윤리(企業倫理).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는 기업윤리를 '기업의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조직 내부에서 지켜야 할 행동의 기준' 혹은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정당한 방법을 통해 기업을 올바르게 운영하는 기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 기업의 최대 목표가 이윤창출에 있음을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기업에는 도덕적 책임이 따른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직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듯, 이 기업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기업이기도 하니 더 엄중한 기업윤리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니, 진위 여부는 기다려봐야 한다치자.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옥시의 태도는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들에게 너무도 큰 실망감을 안겼다. 제약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는 사고 발생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뒤에야 공식사과에 나선 연유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아타 사프달 대표는 "충분하고 완벽한 보상안이 마련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5년 동안 준비했다는 '포괄적 보상안'은 정작 A4 2장을 채우지 못한다. 내용 또한 실체가 없었다.

2시간 여 진행된 간담회 내내 2개월 안으로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보상 계획과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등을 알리겠다는 답변만이 반복됐을 뿐이다. "100억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인도적 기금으로 사용되길 바란다"는 말은 마치 보상금으로 퉁치자는 의미로 들렸다.

정신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가습기 살균제를 타면서 내 손으로 내 아이를 서서히 죽였다"며 좌중을 숙연하게 만든 유가족 대표의 한 마디를 잊을 수가 없다. 옥시가 대한민국에서 자진 철수한들, 어떤 형사 책임을 진들 지난 5년 멍든 가족들의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사태는 최소한의 기업윤리,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본보기에 불과하다. 제 2의 옥시 사태를 막으려면 업계 차원에서도 옥시로 인해 얼룩진 불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윤리의식과 자정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기업윤리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도 병행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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