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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행이다, 보건복지위원장 양승조

  • 최은택
  • 2016-06-20 06:14:50

처음 서면답변 자료를 봤을 땐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의례 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었다. 실력 좋은 보좌관이 작성한 답변서라, 깔끔했다.

이미지도 그랬다. 사실 직간접적으로 17대 때부터 10년을 뵀던 분이었다. 한 해는 바르고 고운 말을 쓰는 의원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샌님', '양반’' 등으로 불렸고, 어르신 잘 챙기기로 유명했다. 그러니 지역구는 얼마나 잘 관리했을까.

그런데 인터뷰를 막 시작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동안의 관념이 깨졌다. 아니, 그렇고 그런 정치인쯤으로 여겼던 내 편견이 파편이 됐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진솔하고 격이 없었다.

소회를 물었더니, '너무 기쁘고 좋다'고 했다. '사원으로 들어가 그 회사의 사장이 된 기분'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명함에는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다며, 기자들에게 또박또박 번호를 불러줬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1위, 심각한 사회양극화. 하나 같이 보건복지위원회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산적한 현안을 풀지 않고 보건복지위를 떠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양 위원장은 의정활동 12년 중 10년을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고, 위원장이 되기를 학수고대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 현안이자 20대 국회 내 자신의 소명을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입법활동과 정부 감시·견제활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은 우리사회의 미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했고, 이 것이 자신과 보건복지위가 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여러모로 양 위원장은 준비된 상임위원장이었다. 그는 모범을 창출하는 상임위, 법안처리율을 포함한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최고의 상임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대 국회 그 어떤 상임위보다 먼저 보건복지위를 가동시켰고, 현장 행보에 한걸음 먼저 나섰다. 혹자는 우유부단하다고 하고, 혹자는 너무 여리다고 했다. 하지만 양 위원장의 우유부단은 귀를 여는 데서부터 나왔고, 여림은 대결과 갈등이 아닌 조화와 협치의 산물이라고 누군가는 해석했다.

양 위원장은 보건의료계에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조급함, 그리고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식의 흑백논리적 접근을 버리고 열린 자세로 해법을 찾자"고 주문했다.

우리사회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정치적 수사와 포퓰리즘이 난무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진정 이런 문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혜안과 고민이 집적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재앙이 올지 모른다.

양 위원장은 "66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입법적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청년고용, 안정적 일자리, 최저임금, 주거지원 등 보건복지위 소관 법률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입법정책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득,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야 할 길을 알면서도 가지 못하고 있는 길, 그 길을 이번 20대 국회에서 찾아가는 디딤돌을 놓지 않을까. 양 위원장의 소탈함과 고집에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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