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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항암제에 '홈그라운드 효과' 있을 수 없다

  • 안경진
  • 2016-06-23 06:14:50

플레이어 입장에서 볼 때 홈경기가 갖는 매력은 분명하다. 대한민국 4강진출 신화를 이뤄냈던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예로 들지 않더라도 '홈그라운드 효과'란 스포츠계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되고 있다.

물론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그만큼 주의도 필요한데, 실제 김연아 선수가 국제대회 당시 불리한 판정을 받으면서 '홈 텃세' 의혹을 받았던 사례도 종종 있었다.

갑자기 축구나 피겨 경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요근래 제약업계에서 보여지는 행태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망률이 높기로 유명한 폐암 분야에는 최근 2가지 항암 신약이 도입됐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표적항암제 '올리타(올무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주인공이다.

두 약은 이레사(게피티닙)나 타세바(엘로티닙) 같은 1세대 EGFR-TKI로 치료 받은 뒤 T790M 내성변이가 발생한 환자라는 공통 적응증을 갖는다. 식약처 허가시기도 몇일 차이나지 않는 데다 6월 1일자로 동시 출시되어 닮은 점이 많다.

올리타의 경우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글로벌 혁신신약'이란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게 차이인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자국산업 육성 차원에서 대놓고 한 가지 약을 밀어준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3세대 EGFR-TKI로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일본후생성의 신속승인을 받았던 타그리소의 국내 허가가 늦어진 데는 올리타를 우선하는 정책 탓이 아니었겠냐는 주장도 있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남았음에도 둘 중 어떤 약의 효과가 좋을지, 보험가격을 어떻게 책정받을지 벌써부터 시끌시끌한 상황이다.

두 약이 경쟁적으로 데이터를 쏟아내는 시점이다보니 개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한국 의사들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제에 가산점을 줄까?

현장에서 만난 폐암 전문의들의 반응은 'NO'였다. 확증적 임상시험(3상) 결과를 기다려봐야 겠지만 국산약에 메리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confirmed ORR'로 표현되는 종양감소 효과나 이상반응, 뇌전이 환자에 대한 근거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타그리소가 우월하다는 평가들도 상당했다.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항암제인 만큼 단 1%라도 반응률이 좋게 나온 약을 쓰고 싶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쯤에서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경쟁약 중 어느 하나를 편 들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올리타 같은 국산 신약의 활약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하는 바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두 약을 비교하기 이른 것도 맞다.

다만 '홈그라운드 효과' 탓에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올리타의 효능마저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임상현장 뿐 아니라 제약기업들과 보건 당국 전반에서 객관적인 잣대와 성숙한 평가 분위기가 조성돼야지 않을까.

이제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같은 기전의 신약을 가지고 경쟁할 기회는 점점 많아질 것이다. 국내사들에 필요한 것은 편애가 아닌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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