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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버거병약, '식약처·개발사' 이것 만큼은

  • 이정환
  • 2016-07-14 06:14:5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버거씨병 줄기세포약 바스코스템의 희귀약 지정 토론회를 열었다. 식약처와 개발사 알바이오, 임상전문가, 언론까지 토론자로 참석해 치료제 희귀약 지정 타당성을 논했다.

희귀약 지정은 3상임상 조건부 허가, 즉 치료제 시중 유통과 즉각적인 환자 투약을 의미한다. 특정 치료제의 시판허가를 주제로 정부 주관 공개 토론회가 열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규제기관과 개발사가 발표한 바스코스템 약효·안전성은 평행선을 그렸다.

식약처 공세가 먼저였다. 버거병 치료약이 이미 존재하고, 9명 임상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바스코스템 약효·안전성은 판단조차 불가하다고 했다. 치료지표인 환자 정상보행거리 증가와 통증감소 역시 인정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고 못 박았다.

알바이오는 반론에 나섰다. 버거병 치료제는 해외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데도 식약처만 대체약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9명이 아닌 14명 임상환자 대상 1·2상연구에서 충분한 약효·안전성을 입증했는데도 식약처가 과다 규제로 바스코스템 허가를 막아 버거병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식약처는 사과 겉 껍질 색깔로 본질인 과육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야말로 갑론을박의 장이었다. 식약처, 개발사 모두 한치 양보도 없었다. 식약처가 지적하면 곧장 알바이오가 반박에 나섰다. 협의점이나 공감대가 마련될 틈은 없었다.

공개 발표가 끝난 뒤 비공개 토론이 이어졌다. 공정성을 위해 식약처와 알바이오 실무진은 모두 배제됐다. 오직 바스코스템 약효·안전성과 관계되거나 실제 의료현장 전문가들만이 포함돼 치료제 임상 데이터를 놓고 시판허가 타당성을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더 들리는 말에는 각자 다른 자신만의 임상 데이터 논쟁이 지속돼 끝내 속 시원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버거씨병은 혈관이 막혀 손, 발 등 사지말단이 썩는 병이다. 식약처와 개발사 간 엇갈린 주장 속에 버거병 환자들은 묵묵히 토론장 한켠에 자리잡은 채 공방을 응시했다.

식약처가 약효·안전성이 미확인 된 치료제를 신속 시판허가 낼 수는 없다. 바스코스템 투약 환자의 연구 데이터를 더 보고 싶은 게 식약처다. 더 나가서는 알바이오에 임상2상을 새로 디자인해서 수행하라고 명령하고 싶을 지 모른다.

국내 1·2상임상을 모두 끝마쳤다고 주장하는 알바이오 입장에서는 식약처의 추가 자료제출 보완처분 등 규제가 고울리 없다. 임상을 다했는데 이제와서 자료를 더 내라니 희귀병 환자 모집에 애를 먹은 개발사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을 것이다.

본질로 돌아가자. 버거병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확실하게 치료효과를 보인 의약품이 존재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버거병 환자들은 궤양으로 고통받고 있다.

결국 유효성과 안전성이 담보된 의약품이 탄생돼야 버거병 환자들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약효·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약을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섣불리 시판허가할 수는 없다. 줄기세포약은 세계적으로도 사용력이 낮은 '영유아기 치료제'다.

답은 하나다. 신약 개발사인 알바이오와 국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버거병 환자의 질환을 호전시킬 수 있는 의약품 탄생을 위해 임상기준 등 의견 합치점을 모색해야 한다.

바스코스템의 국내 1·2상 임상은 2007년 승인됐다. 개발에 돌입한지 10년이 됐다는 의미다.

10년동안 식약처와 알바이오는 버거병 대체약 존재 여부에서부터 임상시험실시기준, 약효·안전성 데이터 통계분석법을 놓고 정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셈이다.

식약처는 12일 개최한 공개토론과 비공개 전문가 토론을 기반으로 바스코스템의 시판허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 정식 희귀약 지정에 따른 시판허가가 확정된다면, 식약처와 알바이오가 의견 합일점에 도달했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미지정과 허가 불가 판정이 났을 때다. 이때부터는 다시 식약처와 알바이오가 바스코스템 10년 논쟁의 역사를 연장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대체약 산정 기준이 서로 다르다면 일정부분 기준 조화로 의견합치에 한 발 가까워져야 한다. 임상시험 타당성 기준과 약효·안전성 데이터 통계분석법이 다르다면, 이 역시 양측이 머리를 맞대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있는 치료제가 투약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난 토론회장 내 식약처과 개발사 간 설전을 떠올리면 합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잊지말아야 할 한가지는 명확하다. 희귀난치질환자에게 부작용 없고 약효 높은 의약품 투약 기회를 줘야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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