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조원 건보재정 누적흑자의 역습?
- 최은택
- 2016-09-12 06: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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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올해 8월까지 당기 흑자가 3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매년 4분기에 급여비 지출이 많은 점을 고려해도 당기수지 흑자 3조원, 누적수지 20조원 달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보재정의 이런 흑자행진은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향후 급여비 지출이 급증할 것을 감안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돈이 쌓이면서 갈등 아닌 갈등도 생기고 있다. 의료공급자들은 이 참에 보험수가 인상으로 한몫 챙기고 싶어하고, 가입자는 보장성강화에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은 진영논리에 입각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흑자발생 원인진단에서부터 갈린다.
의료공급자는 저수가를 이야기한다. 그동안 저수가를 감내하면서 국민건강을 지켜왔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병원과 동네의원 상황을 고려해 보험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입자 측은 재정흑자는 경기위축 속에서 국민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료이용을 하지 않거나 줄인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건보료를 동결하거나 보장성 확대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내년도 건보료는 동결시키기로 이미 결정됐다.
건보재정을 둘러싼 또하나의 갈등전선은 국고지원 쪽에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보면, 정부가 2007년부터 9년간 건강보험에 지원한 국고비율은 건강보험료 수입대비 평균 15.8% 수준이다. 건강보험법은 정부예산(14%)과 건강증진기금(6%)을 포함해 20%를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는 데 턱없이 부족한 비율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2조3057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돈이다. 물론 법률상 의무는 아니다.
그동안 야당과 가입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끊임없이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도입과 국고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9대 국회 때는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와 사후정산제 도입 관련 입법이 줄을 이었는데, 일몰기한을 2017년12월31일로 1년간 연장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다른 조문은 모두 폐기됐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재부 이제훈 연금보건예산과장은 현재와 같이 정부 재정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적자부채 조달금이 100조원에 달하고 국가 채무가 GDP 대비 40%를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우선순위를 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특히 정부는 적자에 허덕이는 데 건보재정은 20조원이 쌓여있다며 보장성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0조원 흑자가 국고지원 과소지급의 중요한 명분이 되고 있는 것인데, 그야말로 누적흑자의 역습이다.
하지만 현재 보여지는 남은 돈만 생각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온당치않다. 건강보험 보장비율은 2009년 65%까지 올라갔다가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까지 매년 하락한 뒤 2014년 63.2%로 소폭 반등했다. 이 보장률은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참 밑돈다. 정부와 보험자가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한다고 자랑하기엔 숨겨진 성적표가 초라하다.
쌓인 돈이 20조원이나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만16세 미만 입원환자의 병원비를 건강보험에서 전액 지원하자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입법안에 정부는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손사래치고 있다. 의료이용량이 더 증가할 수는 있지만 윤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 제도를 도입해도 건강보험 추가 소요액이 700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국고지원 논란은 정부의 철학의 문제일지 모른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효율성 위주로 우선순위를 따지면 돈이 남아도는 영역에 빚을 내가면서 돈을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건강, 무엇보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유의미한 가치에 재정을 투여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논란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20조원 누적흑자의 역습이 지금은 재정당국에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미온적인 태도가 장래에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는 말그대로의 '역습'이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히 판단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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