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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약사 어향숙, 김유정 신인문학상 당선

  • 김지은
  • 2016-10-12 06:14:53
  • "지친 마음 치유…약사들과 시 나누고 싶어요"

"환자의 몸과 마음은 치유하고자 하면서 정작 저는 못 돌본 거죠. 어느 순간 사람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지쳤더라고요. 그때 미치도록 시가 쓰고 싶었고, 그렇게 시는 제 마음의 탈출구가 됐죠."

2016년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자 중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고물상의 봄'으로 시 부문 수상으로 등단작가에 이름을 올린 어향숙 약사(49·대구가톨릭대 약대).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그의 경력에는 '약사'란 명칭이 함께 붙었다.

수년간 한길만 걷는 문인들도 등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 약사의 수상은 문학계에서도 이례적으로 꼽히고 있다.

어 약사는 어쩌면 약사라는 직업이 자신이 시를 쓰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약국 안팎에서 사람과 부딪히며 느끼고 상처받는 일들을 어딘가에 해소하고 싶어도 찾기는 쉽지 않았고, 그렇게 찾은 탈출구가 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5년 전 무모한 용기 하나로 사이버대학원 문창과에 입학했고, 약사이자 문인의 삶이 시작됐다.

"어린 시절 약사였던 아버지가 한시를 쓰시는 모습을 보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내가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같은 약사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고 보니 시에 대한 갈망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고, 당시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은 감정을 느끼는 약국 안에서 삶과 약이 제 시 소재가 되곤했죠."

가정과 약국 일을 병행하고, 밤에는 수업과 작품 쓰기를 반복하다보면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날도 많았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그 날들이 희열과 행복 그 자체였다.

시간이 갈수록 성인이, 약사가 된 후 이야기를 소재로 쓰던 것을 점차 넓혀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 시 속에 담아내게 됐다.

이번에 수상한 '고물상의 봄'도 그가 어린시절 고향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것을 시에 그대로 실었다.

"시를 쓰면서 기억을 더듬고 추억을 되살리다보면 좋았던 기억과 힘들었던 생각에 어느덧 눈물이 폭풍처럼 쏟아지곤 해요. 그사이 뭉쳤던 응어리가 풀리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치유가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자신이 글을 쓰면서 경험했던 마음의 치유를 많은 동료 약사들과 나누고 싶은 꿈도 생겼다.

거창하게 강사로 나서 강의를 하기 보단 소규모로 약국에서, 가정에서 상처 받고도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는 동료들이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다.

어 약사는 내년쯤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을 낼 계획도 있다.

"약사들이 매일 좁은 약국 안에서 환자를 맞이하다 보면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에요.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를 매일 대면해야 하는 약사는 더 그럴 수 밖에 없죠.

20여년 약국을 하던 제가 말이 안나올 만큼 마음의 상처가 쌓였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작용했던 것 같고요. 제가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고 정화하던 그 과정들을 우리 동료 약사님들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제가 느꼈던 그 희열을 꼭 전하고 싶어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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