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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질 벗어난 '보툴리눔 톡신' 논란

  • 안경진
  • 2016-10-24 06:14:49

저러다 말줄 알았던 '#보툴리눔 톡신' 논란이 일파만파 커져가고 있다.

발단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신 성분(?)'이었지만 이미 문제의 본질은 흐려진지 오래다. 브로커에 의한 불법적인 균주 거래가 이뤄졌다거나 경쟁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훔쳐왔다는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마저 더해지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 3사 간 상호비방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실제 공개토론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데, 언론사 뒤에 숨어 각자에게 유리한 입장만 어필하려는 모양새가 씁쓸하기조차 하다.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메디톡스의 주장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휴젤의 '보툴렉스'에 대해서는 2002년 '상업화된 통조림'에서 균주가 발견됐다면 당시 같은 생산라인에서 제조됐던 통조림을 즉각 회수하는 등 역학조사가 들어갔어야지 않느냐는 지적.

#대웅제약의 '나보타'에 대해서도 "균주가 용인시 처인구 축사 인근 토양에서 발견된 것이 맞다면 해당 지역에서 감염병 사례가 보고되던지 역학조사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일체 그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100년 전 미국에서 발견된 홀 균주와 한국 토양에서 발견된 균주가 어떻게 동일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사의 주장이 아니라곤 하지만 나보타의 염기서열 전체를 공개해봐서 메디톡신과 완전히 일치한다면 균주 획득과정에 대한 의혹을 거둘 수 없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어찌됐건 표면적인 명분은 "출처가 불분명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다같이 공멸하게 될 것"이란 우려다.

다만 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왜 하필 지금이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찝찝함이 남는다.

이미 양사의 제품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데다, 무려 4조원에 달하는 미국시장 진출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진출이나 판매량 면에서 메디톡스보다 후발주자였던 대웅제약과 휴젤은 도리어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나보타는 2014년 국내 출시 이후 아시아 및 남미 지역에서 시판 중으로, 현재 60여 개국에서 7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이 체결된 상황. 미국에서도 3상임상을 완료한 뒤 내년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서(IND)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생산시설 완공 후 밸리데이션을 포함해 2018년 미국 발매가 예상된다고 한다.

휴젤 역시 작년 12월 FDA로부터 3상임상 승인을 받고 연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니 일각에서는 미국 진출을 추격당한 메디톡스가 '배가 아픈 나머지(?)' 딴지를 거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될 정도. 보툴렉스 등 경쟁사 제품의 급성장으로 메디톡신의 입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의혹에 힘을 실어준다.

물론 대웅제약이나 휴젤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의 대응이 세련되지 못한 것도 분명하다.

경쟁사에 기술을 밝혀야 할 의무야 없다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만큼, 그들에게 요구되는 적절한 대응방식은 상대방을 겨냥한 반박자료가 아닌 공식성명서였어야지 않을까.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안전성에 타격을 입힌 데 대한 부분적인 책임감을 회피해선 안 될 것이다.

한 때 대한민국은 나름의 '보톡스 자부심(?)'이 있는 나라였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앨러간, 머크 등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체 개발한 토종 제품들이 내수 시장을 점령한 덕이다.

이러한 제품력을 해외 시장으로 떨치려던 찰나, 불거진 집안싸움은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안다.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란 걸. 감정 섞인 진흙탕 싸움이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자중지란이 잠재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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