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맞는 항혈전요법, 따로 있다"
- 안경진
- 2016-11-29 12: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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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정영훈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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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고위험군에게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병용 투여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은 어느덧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표준요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의 최신 가이드라인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게 12개월의 이중항혈소판요법을 권고함은 물론, 출혈 위험이 적다면 12개월 이상도 고려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JACC 2016;68:1082-115). '에피언트(프라수그렐)'나 '브릴린타(티카그렐러)' 등 한층 강력해진 #항혈소판제의 사용도 일반화 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인종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자행되는 항혈소판 치료에 처음 브레이크를 걸었던 이는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였다.
동아시아인과 서구인은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를 2011년 처음 주창했던 정 교수는 그로부터 3년 뒤, ACC·AHA 전문가그룹과 함께 동아시아인 대상의 항혈소판요법에 관한 합의문을 도출하기도 했다(Nat Rev Cardiol. 2014;11:597-606).
"한국인을 위한 항혈소판 치료 전략은 한국인이 제일 잘 알지 않겠냐"는 정영훈 교수는 지금 이 순간도 다양한 임상 데이터들을 토대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정 교수와의 만남을 간단한 질의응답으로 정리해봤다.
- 2011년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언급하셨다고 들었다. 어떠한 내용인지 자세한 소개를 부탁 드린다.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인종별로 차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나.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죽상동맥혈전성 사건 발생이 적고, 출혈성 사건의 발생 위험이 높다. 이런 성향은 항혈전제를 복용한 뒤 두드러지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 치료제 결정에 상당히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전제의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서구인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의 근간이다.
- 인종에 따라 치료전략을 달리 하는 방식이 요즘에는 보편화 됐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양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혈소판기능검사를 통해 한국인의 클로피도그렐 반응성을 확인하고, 반응성이 떨어져 있는 환자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 인지가 초기 연구 주제였다. 기존 연구들을 보면 관상동맥질환 치료를 위해 스텐트삽입술(PCI)을 시행했을 때 서구인보다 동아시아인의 예후가 좋다고 보고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인은 클로피도그렐에 대한 반응성이 좋을 것으로 에상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클로피도그렐 반응성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간의 CYP2C19 대사효소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아시아인에서 서구인보다 2배가량 많아 반응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10년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다. 이 때부터 동아시아인에서 클로피도그렐 효과가 떨어지지만 죽상동맥혈전성 사건 발생률은 적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현상을 포착하고, 깊이 고민하게 됐다.
-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 향후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서양인의 혈전 성향(thrombogenecity) 차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혈전 성향은 혈소판 활성도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개념으로, hCRP 같은 혈중 염증수치와 응고계 활성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기존에 발표됐던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동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혈중 염증수치나 응고계 활성도가 낮고, 혈전 성향도 낮았다. 쉽게는 피가 덜 끈적하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미국 방문교수로 근무했던 2010~2012년 당시, 실제로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혈전 발생 성향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체감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동아시아인에게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하도록 한 뒤 혈소판 활성도가 높아지더라도 혈전 생성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면 출혈 위험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 전 세계적으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 대한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이 중요한 임상적 이슈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적용한다면 한국인의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도 달라야하지 않나?
그렇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대규모 환자(9961명)를 장기간 관찰한 DAPT 연구에서는 이중항혈소판요법을 30개월간 유지하는 것이 12개월간 유지하는 것보다 죽상동맥혈전성 사건 발생을 29%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JACC. 2015;65:2211-21). 그러나 한국에서 진행된 DES-LATE 연구(5045명)는 36개월의 이중항혈소판요법이 12개월 유지요법보다 이점을 나타내지 못했다(Circulation 2014;129:304-12). 물론 대상군의 위험도 차이 때문일 수 있겠지만, 서구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의 죽상동맥혈전성 사건 발생이 적은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구인처럼 심혈관계 위험도가 높은 그룹에서는 장기 이중항혈소판요법이 효과가 있지만, 낮은 군에서는 혜택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즉 단순 스텐트 시술을 받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는 클로프도그렐만으로도 충분하고, 위험도가 높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 한해 강력한 P2Y12 억제제 사용을 권하고 싶다. 급성기 환자라도 1~3개월이 경과하고 나면 허혈성 사건보다 출혈 발생 위험도가 커지므로 P2Y12 억제제 감량 또는 클로피도그렐 전환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 PLATO, PEGASUS-TIMI 54 연구 등을 근거로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 같은 항혈소판제 사용도 늘어나는 것 같은데?
프라수그렐보다는 티카그렐러가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며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약제는 클로피도그렐보다 보다 빠른 시간 내에 강력한 혈소판 억제효과를 나타낸다는 특징을 갖는데,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사용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약제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 한국인에게 임상적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소규모지만 몇몇 임상 결과들에서는 오히려 출혈 위험도만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클로피도그렐과는 반대로 서양인보다 동아시아인에서 같은 용량에 대한 약물 농도 및 약제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지역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801명)를 대상으로 진행된 PLATO 연구를 예로 들면, 티카그렐러 표준용량(180mg 부하용량 및 90mg 1일 2회)은 클로피도그렐 표준용량(300mg 부하용량 및 75 mg 1일 1회)에 비해 죽상동맥혈전성 사건을 감소시키기는 커녕 되려 중증 출혈 발생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다(Circ J. 2015;79:2452-60).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한국인 대상의 KAMIR-NIH 레지스트리에서도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 투여 후 6개월간 비교한 결과 죽상동맥혈전성 사건 발생률은 차이가 없고, 중증 출혈이 티카그렐러군에서 높았음을 알 수 있다(Int J Cardiol. 2016;215:193-200).
-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인에 적합한 항혈소판요법은 무엇인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클로피도그렐 사용만을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별 환자가 가진 혈전 발생 및 출혈 위험도를 면밀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다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 위험인자 관리가 잘 안 되고 복잡 병변에 복잡한 스텐트 시술을 한 경우라면 허혈성 임상사건 발생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에 강력한 P2Y12 억제제를 이용한 장기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고령이나 저체중, 뇌졸중 또는 출혈의 과거력 등이 있는 환자에게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 또는 아스피린과 클로프도그렐 이중항혈소판요법을 가능한 짧은 기간 동안 고려하는 게 좋겠다. 혈소판기능검사를 통해 환자의 항혈소판제 반응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 한국인에 맞는 항혈소판치료 전략을 찾기 위해 조언한다면?
일본은 자국민 대상의 임상연구 자료가 없으면 새로운 약제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약력학 및 약동학 자료조차 요구하지 않고 대부분 미국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일본처럼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도 많음을 인정한다. 인종별로 심혈관계 약제의 임상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고민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상당수 글로벌 임상연구들이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인종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한국인 대상으로 진행된 약력학 및 약동학 자료를 유심히 살펴, 이를 가이드라인에 적극 반영하려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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