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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지티브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최은택
  • 2017-01-24 06:14:50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당이 하나 있다. 손님을 침대에 눕혀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침대에 맞게 사지를 늘린다.

당연하지만 손님은 죽는다. 프로크루스테스 얘기다. 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융통성이 없거나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간혹 약가제도 시스템, 그 중 포지티브 시스템 원리주의자(?)를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국의 약가제도는 2007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한 이후 상당부분 진화해 왔다. 해석은 가지가지다. '예외의 역사'라고도 하지만, 현실에 맞춰 모난돌을 세련되게 단련해왔다.

독특한 한국적인 건강보험시스템과 약물이용 행태도 영향을 미쳤다. 어디에도 '절대선'이 없으니 지난 10년의 역사는 이렇게 진척돼 왔다. 이런 약가제도를 놓고 우리가 진보나 보수, 이른바 '보혁'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 토론회에서 보면 마치 이런 진영논리가 보이는 듯 하다. 포지티브의 원칙, 다시 말해 근거에 입각한 비용효과적인 의사결정은 선이고 그렇지 않은 예외는 변칙이거나 '결탁', '부정'으로 거론하는 기류가 있다. 그리고 이런 기류는 때로는 '진보'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난다.

포지티브 10년은 붙힘이 많았다. 그리고 이 짧은 역사 안에는 '반성적 급부'가 적지 않다. 바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완화된 조치들이다.

지난 20일 권미혁 의원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규제완화가 선별목록제를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선별목록제도가 시행된 이후 신약 접근성, 특히 대체 가능한 약제나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조차 급여권에 진입하기 어려워 반성적으로 마련된 완화조치들을 싸잡아 '친기업적인' 비정상적 왜곡으로 치부하고 비판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적어도 그 '반성'이라는 흐름, 곤궁한 환자들의 비탄에 화답할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사실 위험분담제로 대표되는 일련의 규제완화 조치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지만 일종의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비상구이자 선별목록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숨통을 틔워준 작은 출구로 보는 게 합당해 보인다.

포지티브 10년, 그리고 평가와 대안을 모색할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변화가 진화였는 지 후퇴였는 지 똑바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시점이다.

원리주의적 측면에서 ICER 탄력적용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이런 비상구조차 원칙을 훼손하는 '불순물'이라고 치부하는 태도. 외람되지만 이런 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비춰지는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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