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성기 회장이 두 아들에게 낸 시험 문제
- 조광연
- 2017-03-14 0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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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77)의 장남 종윤(45)씨와 차남 종훈(40)씨가 그룹 주력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등기부에 이름을 함께 올리자 승계 구도를 가늠해보려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쓰여지고 있다. 거의 모든 창업자가 그 자녀들에게 선물처럼 업(業)을 물려주고, 대다수 아버지들이 자녀에게 재산을 남겨주는 우리네 관행과 기업 승계 풍토에서 자녀들의 사내이사 등록은 곧바로 경영참여와 후계 구도로까지 읽힌다. 그런 까닭에 이런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고, 지분율이나 그간 성과를 지표로 승계 구도를 예상해보는 시도 역시 물음표를 단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다가온다. 한데, 창업자가 'R&D 경영 신봉자이자 실천가' '색다르고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 별난사람' 임성기 회장이라면, 대본은 '고전'과 다르게 각색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임성기 회장은 1973년 6월 한미약품을 세운 이래 줄곧 연구개발(R&D)로 승부를 보아온 인물이다. 그의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특징지우라면 단언컨대 'R&D 경영' 이 한마디일 것이다. 입증해줄 성과물은 많다. 현재 역량으로 달성 가능한 가시적 목표를 세운 후 하나씩 성취하며 나아간다는 개념의 '한국형 R&D'는 꽃을 피웠고, 한미약품과 산업계에 변곡점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기술수출 1호인 1989년 항생제 세프트리악손(거래액 600만달러) 기술수출과 1997년 6400만 달러를 받고 기술수출한 마이크로에멀젼 면역억제제가 그의 R&D 경영으로 피어난 꽃들이다. 그 기세로 2015년 수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뤘으며, 중간 과정에선 퍼스트제네릭과 개량신약으로 대한민국 제약산업 R&D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R&D는 그에게 경영의 수단이자, 삶의 목표점인 셈이다.
그는 자칭타칭 '별난사람'으로 불린다. 별난사람이란 어떤 인간형을 두고 하는 말일까. 그를 관찰하며 느낀 별난사람은 '남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망설일 때 신념과 성실, 투지로 해내고야 마는 사람' 아닌가 싶다. 누구도 약사 가운을 입지 않던 1960년대 후반 그는 약국을 시작하며 보란 듯 명찰달린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이름 석자 '임·성·기'를 내세운 '임성기약국'이란 간판을 달았다. 낮은 위생 환경과 관념으로 성병 유병률이 높던 시절 성병전문약국을 차려 크게 성공했다. 회사를 차린 후에는 매출 상위제약사들이나 겨우 손댔던 원료합성에 도전했다. 남들은 비웃었지만 제약회사의 본질은 R&D라는 신념하나로 버텼다. 2016년 벽두엔 자기 보유주식을 임직원 모두에게 무상 증여하는 결단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라지만, 기업가 아버지 임성기 회장은 이사회 일원이 된지 오래되지 않은 아들들에게 과연 어떤 자질을 기대할까. 끝도 없을 테지만, 임 회장이라면 자신처럼 R&D를 좋아하는 아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평생 이룬 한미약품의 R&D 역량과 정체성을 유구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되 제약회사만 사랑하겠다는 승부사적 태도 역시 후계자의 주요 덕목으로 꼽을지 모른다. 제약회사를 세운 이래 40년 넘게 매일 아침 7시30분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것처럼 그 아들들 역시 그리 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한가지만 더 추가한다면, 시장의 역동성과 마케팅에 기반한 R&D를 보는 눈을 아들들에게서도 찾고 싶어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다른 인격체다. 아버지의 기대를 아들들이 알아서 척척 충족시켜줄리 만무하고 그럴수도 없다. 그러나 창업자 일가 외 수많은 사람들의 터전인 기업의 경영이라면 보통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설 수 밖에 없다. 경영수업 혹은 자질 검증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아들들이 제약회사 정체성과 R&D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약업을 잘 할 수 있는 본질적 잣대이기 때문이다. 검증이 제대로 되려면 '아버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각오와 소유와 경영까지도 분리할 수 있다는 비장한 정신으로 '아들이 아닌 500년 장수기업 후계자'를 조련해야 한다. '별난사람' '승부사'로 R&D 혁신을 일궈온 임성기 회장이라면 기업 승계에 있어서도 선구자 역할을 기대해 볼만 하다. 아들이기 때문에, 한국적 관행이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권을 그저 물려주는 건 임성기 회장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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