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연 재해와 임상시험
- 데일리팜
- 2024-12-16 08: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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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임상시험 중 일어나는 자연재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US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일하고 있던 1980년, 미국 국립 신경 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US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 and Stroke, NINDS)의 전직 요청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NINDS에서 중요한 임상을 계획 중이었고 임상시험 전문가인 필자를 필요로 했다.
영유아들이 독감에 걸리면 열이 나면서 경련(seizure)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경련이 반복되거나 악성일 경우, 19세기부터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수면제 진정제의 일종)이라는 항경련제(anti-seizure drug)를 처방해 왔다. 독감으로 열성 경련(febrile seizure)을 앓는 영유아들이 3~4%가 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였지만 동시에 페노바르비탈을 영유아에게 처방하는 것이 안전하냐는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필자는 이와 관련된 임상시험을 담당했고, 2년 이상의 사전 연구를 거쳐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1982년 11월 시작된 임상시험은 7년이 걸려 1989년에 마무리됐고 1990년 2월, 세계 최고 권위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되었다. 임상시험 결과는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 1면 top으로 소개되었고 당시 미국 의료계를 뒤집는 사건이었다. 페노바르비탈은 열성 경련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장기간 복용한 영유아는 지능지수(IQ score)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결론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페노바르비탈 임상시험 뒤에는 비화가 있다. 이 임상시험을 날려버릴 뻔한 자연재해가 있었다. 당시 임상시험 데이터를 사이트(site)에서 전화선으로,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HP)에서 생산한 마이크로컴퓨터(micro-computer)에 직접 올리는 원격 데이터 입력 시스템(remote data entry system)이 처음 시작되었다. 필자는 페이퍼 데이터 관리(paper data management)를 주장했으나 필자의 의견보다는 컴퓨터 책임자들의 의견이 우세했다. 필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IT 기술에 중대한 임상시험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컴퓨터 전문가들은 HP를 못 믿으면 누구를 믿겠냐는 입장이었다. HP는 당시 세계 최고의 전자기기 회사였다. 결국 필자도 사이트에서 페이퍼로 데이터를 백업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약 2년간 잘 진행되었고 필자도 할 말이 없었다. 필자의 관여에 대해 쓸데없는 짓이라는 힐난이 있었지만 데이터는 백업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984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워싱턴 D.C.에 기록적 폭풍과 폭우가 닥쳤다. 천둥 번개가 밤새 계속되었고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확인해 보니 HP 마이크로 컴퓨터 디스크(micro computer disc)가 백업 디스크(back-up disc)와 더불어 모두 깨져 있었다. 그 동안 수집된 데이터가 모두 날아간 것이다. 밤새 친 천둥번개로 인한 파워 서지(power surge)가 원인이라고 컴퓨터 담당자가 설명했다. 연구소(Institute)에서는 난리가 났다. 필자는 페이퍼로 사이트에 백업이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주변을 안심시키고, 페이퍼 데이터 관리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마쳐서 연구소(Institute)에서 표창을 받고 미국 국립 아동 건강 및 인간 발달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에서 Biometry Chief를 제의 받고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45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신중독증 관련 임상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상시험이 자연재해에 취약함을 필자는 몸소 경험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이 개발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EDC(Electronic Data Capture)가 도입되었지만 2000년도 초기만 해도 페이퍼 백업(paper backup)을 요구하였다. 이제는 페이퍼 백업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자연재해에 의한 임상시험의 취약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의 많은 임상시험 역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임상시험에 미칠 자연재해가 남의 일이 아니다. 자연재해 뿐 아니다. 인재(人災) 역시 심각한 문제다.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의 화재 사건, 2022년 10월 카카오 데이터 센터의 화재 사건 등은 전형적 인재다. 이런 인재도 임상시험을 파괴할 수 있다.
자연재해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990년 9월 수해로 아산병원이 침수되었다. 2001년 6월 미국 텍사스 대학교 건강과학센터(University of Texas Health Science Center)의 임상연구 시설과 IRB 사무실이 열대성 폭풍 앨리슨(Allison)으로 침수되었다. 2005년 뉴올리언즈 옥스너 의료센터(Ochsner Medical Center)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로 인해 항암 임상시험 중인 입원 환자들이 미국내 여러 시설로 긴급 철수해야 했다.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ruch) 지진으로 병원이 파괴되고 연속되는 여진으로 몇 개월간 병원에 접근을 할 수 없었다.
푸에르토리코는 거의 상시로 발생하는 허리케인 위협으로 인해 임상시험 계획에 비상 대책을 포함한다. 우리나라도 아산병원 침수사건 이래 행정안전부는 지하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 실무매뉴얼을 발행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겪은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ouisiana State University) 연구자들은 자연재해에 대비하여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와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둘째는 사이트에 닥칠 재해에 대비해 리서치 데이터의 안전성 대책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마이애미 대학교(University of Miami)에서는 허리케인대비 임상연구 매뉴얼을 발행했다. 연구자가 준비해야 할 사항들, 임상연구 참여자들을 위한 고려사항, 임상시험 중 수집되는 샘플 보호 등에 대한 비상 대책, 데이터 보호대책, 자연재해 후에 임상연구 연속성에 대한 대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FDA는 2023년 9월 재난(Disasters)과 공중건강위기(Public Health Emergencies)로 인한 혼란상황에서의 임상시험 진행에 관한 지침(guidance)을 발행했다. FDA 지침의 목적은 위기와 혼란상황에서 임상참여자들을 보호하고, 임상시험 관리기준(GCP)를 유지하고, 임상시험에 미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스폰서, IRB,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리고 Q&A에서 22개의 상황을 상정해 대응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자연재해 또는 인재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대책이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은 135일간 생산공정이 중단되었고 그 손해가 2조가 넘었다고 한다. 우리는 해마다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와 끊임없는 화재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임상시험도 자연재해와 인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더욱이 국내 제약 바이오사들도 MRCTs(Multi-Regional Clinical Trials, 다지역·다국가 임상시험)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재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각종 재해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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