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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상변경 약국 공지가 그렇게 힘든가

  • 이정환
  • 2017-04-10 06:14:53

환자가 약국문을 열고 들어섰다. 며칠 전 고혈압제를 처방받아 간 60대 환자다. 수 년째 고혈압약을 구매해 간 환자 얼굴을 약사도 알고 있다.환자가 조제약을 내밀며 질문을 던진다. "지금껏 먹던 약이 아닙니다. 알약이 작아졌어요. 처방 변경은 없었는데 잘못 주신 것 아닌가요?"

조제 약사가 처방전과 환자가 내민 의약품을 견줘 봤지만 제품과 용량은 정확히 일치했고, 약사는 단골환자에게 알약이 작아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한참 후 동일한 의약품이 제조일 별 약제 크기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약사는 성상변경을 고지하지 않은 제약사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환자와 약사에게 혼란을 야기중인 '의약품 성상변경 홍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이슈 중 하나다. 약사법 상 경미한 수준의 의약품 성상·제형 변경은 고지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사정에 따라 알약 색깔이나 크기, 제형을 바꾸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도매상, 약국 등 외부에 변경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는 셈.

처방환자의 조제를 책임지는 약사들은 의약품 성상변경을 경미한 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식약처는 성상변경을 법으로 강제화하면 일부 제약사들에게 규제를 강화하는 과잉입법이 된다는 시각이다.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수 년째 같은 약을 복약중인 환자에게도 성상변경은 사소하지 않은 문제다. 색상이 옅어지거나 크기가 줄어들면 기존 복용 제품과 다른 약이 잘못 조제됐다는 의심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매일 먹는 약 모양을 모를리 없고 여러 약을 동시 복용하는 경우 어떤 약이 어떤 질환 치료용인지까지 꿰고 있는 게 만성질환자의 성상 인식률이다. 때문에 환자는 약물 오용을 피하기 위해 복약을 멈춘 뒤 다시 약국을 찾아 이유를 물을 수 밖에 없다. 제약사가 약물 성상변경 홍보를 제대로 제때 하지않아 환자 복약편의를 해치고 약사 조제신뢰도를 하락시킨 셈이다.

의약품 생산·판매·유통으로 이익을 산출하는 제약사는 성상변경 의무고지에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개별 약사나 약사회 차원의 요구가 있을 때만 성상변경 공문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 변경 때마다 바뀐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대한약사회는 이미 정식 공문을 통해 한국제약협회에 성상·제형변경 시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정확하고 오해없는 약사 조제가 목적이다.

성상변경 홍보를 태만히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목표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태도와 불일치한다. 제약사 입장에서 경미한 성상·제형 변경일지라도 환자에게는 다른 약이 잘못 처방·조제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식약처도 성상변경 홍보 문제를 상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복약순응도 향상을 통한 국민건강 제고를 위해 성상변경 홍보 의무를 약사법 규제범위 안에 들여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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