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가자! 첨단재생의약품 강국으로[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조만간 글로벌 100조 외형을 돌파할 첨단재생의료치료제 분야에서 한국은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을까. 이와 관련해 업계 중론은 과락(커트라인)을 면할 정도로 평가한다. 다시 말해 헬스케어분야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첨단재생의료치료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를 방증하고 있는 데이터는 국산 세포·유전자치료제 품목 허가 건수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래 총 15개 품목의 세포치료제 제조·허가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9년 4월 이후에는 국내 개발 품목허가 건수는 '0건'이다. 2021년 3월 노바티스 킴리아주에 대한 품목허가 이후 총 4건의 수입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허가 실적만 있을 뿐이다.노바티스가 2017년 CAR-T 세포·유전자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이후 미국·EU를 중심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허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FDA는 2020년 이후 2024년 4월까지 총 20개 제품을 허가, 최근 FDA 심사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24년 5월 이후 연말까지 4개 제품이 추가로 허가될 전망이다.미국이 첨단재생의료치료제 강국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육성 정책에 근간을 두고 있다. 북미지역 식의약 품목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FDA는 세포·유전자치료제가 신속심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특히, 새로운 치료제 개발과 첨단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촉진을 위한 신속한 허가를 지원하기 위해 21세기 치료법을 2016년 제정, 동법을 통해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에 대한 정의와 범주를 신설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정비했다.RMAT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재생의료치료제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제도다. RMAT로 지정 받게 되면 FDA가 시행 중인 신속 개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의 미국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승인 건수 증가는 FDA의 혁신 신약 허가 지원 제도 도입 등 신약 개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에 힘입은 결과로 여겨진다.일본도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안전하게 재생의료를 제공하고, 보급을 촉진시키기 위해 2013년 재생의료안전법을 제정했다. 동법에서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중위험 및 저위험으로 분류된 치료기술 중 지역 재생의료위원회의 심의·승인을 받은 경우 지정 의료기관에서 자유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2015년에는 혁신적인 치료방법이 필요한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과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조기 개발, 신청된 의약품을 우선적으로 상담 및 심사하는 사키가케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체줄기세포 기술은 선진국의 85% 수준이나,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술은 선진국과의 4~7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발전이 정체되고 있고, 기술·마케팅·규제 등의 관점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혁신적 정책과 지원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19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20년 8월부터 시행 중에 있다. 올해 2월에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개정돼 관련 산업의 진일보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임상연구 등을 통해 안전·유효성 관련 근거가 축적된 첨단재생의료 기술의 경우, 2025년 2월부터 심의위원회의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 심의를 거쳐 지속적으로 환자에게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여기에 더해 임상연구 대상을 확대하고 중대·희귀·난치병 환자 대상 세포·유전자치료와 비용 청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첨단재생의료분야는 2022년에는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 헬스케어산업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며, 국가차원의 투자와 정책 역량 집중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먼저 육성을 위한 큰 틀에서의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국내 재생의료 생태계는 여전히 혁신기술 발굴·투자유치·인프라·인허가 규제 장벽 등의 과제를 안고 있어 글로벌 시장·기술개발 속도에 뒤쳐진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최근 상당수의 국내 벤처·중소기업들은 내수시장에서의 투자유치·임상시험 인허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국외 기술이전·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우수 핵심 기술이 싼값으로 해외로 유출될 염려가 농후하며, 앞으로 기술 종속국으로의 전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우선 첨단재생의료치료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는 임상연구 지원에 대한 보다 유연한 시스템 구축과 신기술의 빠른 확산을 위해 신속허가제도 마련이 정비돼야 한다. 이 분야 임상연구는 상용화의 첫 단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정된 법에 따라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치료기술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이 갖춰져야 한다.특히 임상연구 결과가 임상시험 진입에 용이하도록 연계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성장 잠재력이 높으나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의 혁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 지원·지식재산권 판매 등 다양한 사업모델 발굴 등 첨단재생의료 분야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국부펀드 조성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첨단재생바이오법이 개정됐지만 법 개정은 원론적인 내용인 만큼 국내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시행령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선진국을 벤치마킹한 합리적인 규제 기준 마련이야 말로 차세대 헬스케어산업 핵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리딩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 요건이다.2024-07-29 06:00:00노병철 -
[기자의 눈] 무관심을 먹고 자라는 건기식 과대광고[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과대광고로 수억의 과징금을 낼 위험과 수백억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허무맹랑한 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SNS, 유튜브를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섭취만 해도 혈당관리가 되기 때문에 어떤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운동과 식단 관리 없이도 살을 뺄 수 있고, 비타민C 수천배의 효과가 있는 신소재가 함유돼있다는 과대광고들은 알고리즘을 타고 영양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집요하게 현혹하고 있다.의약단체가 작년 의약사 사칭과 과대광고로 고발한 건기식 업체도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유명 배우와 아이돌 가수 등을 모델로 사용하며 엄청난 광고비를 투자하면서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중이다. 매일 한 알씩 먹기만 해도 1만2000칼로리가 소모된다는 과장광고와 함께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건기식법에 따르면 허위, 과대광고는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5~7일을 받고 2, 3차 중복 적발 시 20일~1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처분을 대체해 부과하는 과징금 상한액은 10억원이다.표시광고법에서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할 경우 위반 내용에 따라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서며 소비자 수요는 확인됐고, 업체들은 과대광고로 벌일 수 있는 기대 수익 또한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것이다. 수백억의 매출과 수억의 과징금 사이에서 고민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과대광고 업체들은 솜방망이 처분마저도 피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자신들과 관계없는 광고업체가 만든 영상이라고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단체로부터 고발된 업체도 자신들이 만든 광고 영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수사를 통해 생산업체와 광고업체의 관계를 입증한 뒤에도 처분은 매출 대비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문을 닫고, 새로운 업체로 다시 판매를 시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물론 정부도 허위, 과대광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위법 사례를 적발하고 있지만, 훈방조치에 불과한 처분으로 모방업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허위, 과대광고는 건기식 시장을 좀먹고 있다. 자칫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생각한다면 문제가 가볍지만은 않다.국회와 정부는 허위, 과대광고 기간에 벌어들인 부당수익은 전액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많겠지만 국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올해에는 적절한 처분과 대책 마련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관심 속에서 건기식 허위, 과대광고 업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2024-07-28 09:27:58정흥준 -
[데스크 시선] 약가제도 시행착오와 불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보건당국은 이례적으로 연이어 의약품 보험상한가 인상을 결정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2월부터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을 최대 77% 인상했다. 지난해 6월 수산화마그네슘 성분 변비약의 약가가 28~47% 올랐다. 작년 10월에는 슈도에페드린 단일제 4종의 약가를 올렸다. 인상률은 최대 45%다. 지난해 12월 부데소니드 단일제 천식치료제의 약가를 최대 19% 상향 조정됐다. 올해 3월에는 천식치료제 툴로부테롤 패취제 49개 품목의 보험상한가를 최대 27% 올렸다.일부 의약품의 수요 급증으로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자 생산 확대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약가가 인상된 의약품은 대부분 저가 제품이다. 아세트아미노펜650mg의 보험상한가는 43~51원에 불과했는데, 최대 9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건강보험 재정 추가 지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수급 안정을 위한 이례적인 약가인상이 가능했다. 제약사들은 낮은 약가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 증대에 난색을 표했고 생산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약가인상이 이뤄졌다.제약사들은 약가가 100원에 못 미치는 제품은 약가가 올랐어도 원가구조가 열악하다는 푸념을 내놓지만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생산 증대를 결정했다고 한다. 약가가 인상된 의약품은 대부분 제네릭 제품이다. 약가인상은 필수 의약품의 수급 안정을 위한 유연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제약사의 생산 확대에 따른 수급 안정은 제네릭의 대표적인 순기능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의약품만 팔리고 있었다면 정부의 생산 독려에도 공급이 확대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이에 반해 최근 의약품 5종의 약가인상을 제외한 제네릭 약가정책은 대부분 약가인하 일변도 정책이 반복됐다. 시행착오도 계속됐다.예를 들어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과 함께 계단형 약가제도가 철폐됐다. 기존에는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 달 단위로 10%씩 내려갔는데 2012년부터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율적인 가격경쟁을 유도해 자발적인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림수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오히려 뒤늦게 제네릭 시장에 진입해도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에 제약사들은 무분별하게 제네릭을 장착했다. 유례없는 제네릭 난립 현상을 정부가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정부는 2020년 개편 약가제도를 시행하면서 8년 전에 폐지한 계단형약가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는 내용이다. 계단형약가제도가 제네릭의 부분별한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을 다시 인정한 모양새다.하지만 이때 뜬금없이 허가용 제출 자료를 제네릭 약가제도에 끼워넣었다.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정부는 새로운 제네릭 약가제도를 기허가 제품에도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를 진행했다.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수행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가 시작됐다.제약사들은 문제없이 잘 팔고 있는 제품에 대해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촌극이 펼쳐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시도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2019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건수는 259건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323건으로 24.7% 늘었다. 2021년에는 505건으로 2년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제약사들은 제네릭의 약가를 유지하겠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감수해야 했다. 보건당국 인력들은 2만개가 넘는 의약품의 약가 인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정부의 정책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된 셈이다.산업 현장에서는 유례없는 혼란이 펼쳐졌다. 한번에 수천개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고, 유통 현장과 약국에서는 약가가 변동된 제품을 교환하느라 혼선이 장기화했다.심지어 제네릭 약가 재평가로 인한 변변한 재정절감 효과도 제시된 적도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과 산업 종사자들에 전가됐다. 시행착오가 반복되자 정부의 약가제도 학습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약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밖에 없다.정부는 또 다시 약가를 개편한다고 한다. 이번엔 해외 약가와 비교해 약가를 깎겠다고 한다. 명분은 그럴법하다. 해외 약가를 참고해 합리적인 약가 산정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나쁠리 없다.제약사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제약업계 저항의 기저에는 정부 약가제도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불신이 팽배하다. 정부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정부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은 수차례 시행착오로 인해 산업 깊숙이 자리잡았다. 만약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들이 낮은 채산성을 이유로 공급을 중단하면 또 다시 약가를 올려주겠다고 당근을 줄 것인가. 정부 약가정책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 초래했다. 제도 개편 과정에선 충분한 명분을 제시하고 과거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도 병행돼야 한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2024-07-26 06:15:37천승현 -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투자 제약사의 고심[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상당수의 제약사들이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금을 들여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최대주주가 되고 일부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에 참여한다. 향후 R&D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기대감 이면에는 고심도 존재한다. 먼저 투자 벤처의 잦은 자금조달이다.벤처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임상 초기 단계다. 향후 임상 과정에서 비용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만 고정 매출이 있는 벤처는 드물다.이에 임상이 진전될수록 급전이 필요하다. 상장 벤처는 외부 자금 조달에 기댄다.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등이 대표적이다.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이다.유동성 확보를 통한 임상 순항은 벤처 투자 제약사도 원하는 바다. 다만 잦은 자금조달로 신주가 늘면서 제약사의 벤처 지분율이 희석된다는 점은 고민이다. 특히 사전통보 없는 자금조달은 경영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고 하소연한다."과거 A벤처 5% 넘게 투자를 했다. 그런데 A벤처의 잇단 자금조달로 3% 후반까지 지분율이 희석됐다. 또 A벤처의 잦은 조달은 시장에 유동성 압박 시그널을 보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사전예고 없는 자금조달로 경영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계속 지분을 들고 있을지 고민이 된다." A제약사 오너의 한숨 섞인 말이다.투자 벤처의 상장 전 임상 계획이 현재와 괴리가 큰 경우도 제약사의 고심이다. 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지분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상장 5년차인 티움바이오의 경우 대부분 파이프라인이 당초 계획했던 임상 단계와 기술이전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상장 후 누적 순손실은 1000억원이 넘었다. 회사는 2019년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2022년부터 순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에는 541억원 순이익을 점쳤다. 다만 현실은 적자지속이다. 영업수익(매출액)도 마찬가지다. 2023년 815억원을 전망했지만 실제는 49억원에 그쳤다. 그 사이 티움바이오 시가총액은 3년 6개월만에 4분의 1토막 났다.이에 일부 제약사는 투자 벤처 지분을 빼고 있다. 투자 벤처의 잦은 자금조달과 상장 전 투자 계획과 괴리가 커서다. 실제 D사와 W사는 투자 벤처 원금을 회수한 나머지 지분만 남겨놨고 또 다른 D사는 최근 2분기 전량을 장내서 팔았다.물론 제약사의 벤처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벤처의 R&D 기대감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다만 벤처의 자세도 생각해봐야 한다. 잦은 자금조달을 무조건 임상 순항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항변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자금조달 전 지분 투자 파트너에게는 사전고지를 할 필요가 있다.또 상장 전 장밋빛 미래를 점쳤던 벤처의 경우 현실과 큰 괴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임상이라는 성격상 딜레이가 다반사가 아니냐는 대응은 투자자를 무시하는 태도다.잦은 자금조달과 상장 전 계획과 동떨어진 벤처가 많아지면서 이들에 투자한 제약사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가 많아질 경우 자칫 제약사의 자금력과 벤처의 기술력의 만나는 선순환 구조도 무너질 수 있다.2024-07-26 06:00:30이석준 -
[기자의 눈] 바이오 투자 한파와 대응 전략[데일리팜=황병우 기자] 글로벌 경기가 둔화한 지난 2022년부터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고민은 투자유치다.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 특성상 늘 투자에 목말라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다.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8844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1058억원) 23.1% 감소했다.바이오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2021년(1조6670억원)과 비교하면 신규 투자액이 절반 수준(52.7%)으로 떨어진 셈이다.투자 금액이 줄어들면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바이오사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벤처캐피탈(VC) 회사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선 가운데 우위를 점하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이오사의 접근법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주최로 열린 '글로벌 바이오텍 쇼케이스' 논의에서 이러한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이날 행사에는 애브비, 베링거인겔하임,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해 유수의 VC들이 참석해 국내기업과 파트너링 기회를 가졌다.국내 기업이 바라본 해외 VC의 강점은 자본의 규모다. 한 바이오사 기업 대표는 "국내 투자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바이오텍과 경쟁하기 위해 훨씬 더 큰 규모의 해외 투자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행사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해외 VC 담당자들이 국내 기업에 투자 전략의 다변화를 조언했다는 점이다.핵심 내용은 투자자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 서구권 투자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가 아닌 투자 전략과 발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해외 VC 담당자들이 국내 기업과의 논의에서 느끼는 공통점은 '기술'을 강조하는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의 특성상 필수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여기에는 기술이전과 같은 단기 목표가 아닌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이룰 수 있는 평가, 예산, 자금 조달의 목적과 최종적인 결과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투자자는 궁극적으로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 높이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또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투자할 기업을 분석하는 것처럼 VC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접근하는 고민도 필요하다.물론 현장에서 만난 해외 VC 담당자는 국내기업의 투자 활로에 관한 질문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100명의 VC가 있으면 생각하는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그럼에도 그는 국내 기업의 투자 PT 혹은 파트너링을 두고 '경직돼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많은 국내 바이오사의 대표와 인터뷰를 나눠보면 투자 시리즈를 키우고, 일정 수준에서 기술이전 뒤 이를 발판으로 IPO까지 연결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해외 담당자는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혹은 특정 후보물질 자산에도 투자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의 목표는 대부분 글로벌이다. 무대의 크기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투자 역시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2024-07-25 06:00:04황병우 -
[기자의 눈] 뛰는 중국 바이오, 보고만 있을 때 아냐[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중국 제약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이 해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지난해 쥔스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록토르지는 미국에서 승인됐다. 록토르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최초의 중국산 면역항암제로 등극했다. 그간 항 PD-L1/PD-1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가 중국 내 허가 획득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FDA 허가 문턱을 넘은 건 처음이다.올해는 베이진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테빔브라가 FDA 승인을 획득했다. 또 다른 중국 제약사 이노반트 역시 미국 일라이릴리와 협업해 자체개발 면역항암제 신틸리맙의 FDA 승인 도전에 나서고 있다.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대거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 임상2상 이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임상3상을 종료해 글로벌 상용화에 근접해 있는 것에 비해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중국은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표적항암제, 유전자치료제, 핵산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들도 글로벌 상용화에서 앞서고 있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이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각광받는 제품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실제로 중국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글로벌 허가 건수는 국내 제약사와 비교가 불가능하다.FDA를 제외한 글로벌 국가에서 허가받은 중국제약사의 신약은 2020년 44건, 2022년 40건, 지난해 14건 등을 기록하며 꾸준히 글로벌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3년간 중국산 의약품 11개가 승인됐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현재까지 총 8개의 신약만 승인된 상황이다.임상시험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점유율은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0.3% 증가에 그쳤다.중국 제약업계의 R&D 역량 강화에는 정부기관의 지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의약품 규제기관(CFDA) 혁신을 통해 의약품의 허가 기간을 단축시켰다. 우선심사 의약품, 의약품심사평가센터(CDE) 인원 확충, 해외 임상 데이터 수용 등이 대표적 예다.이에 2015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중국의 임상 및 신약 심사 기간은 약 3분의 1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또 국가 보험급여 범위가 확대되며 급여 등재 의약품이 늘어난 것도 중국 제약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약에 대해 정부 보험 범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수익은 고스란히 R&D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반면 우리나라는 바이오에 대한 R&D 지원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제약바이오 산업을 통합해 육성 및 지원하겠다는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설치’ 공약을 내세우며 바이오에 대한 R&D 지원을 펼칠 것을 공언했다.다만 현재까지 정부의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업계 간의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약가 인하 제도,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 제약업계를 제약하는 규정은 지속 늘어나고 있다.글로벌 신약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혁신신약 개발 등과 같은 분야에 구체적인 규정과 지원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적게 투자하면서 좋은 신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 많은 투자 만이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정부는 내년 기초 R&D 예산을 편성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2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혁신신약 개발에 나서는 바이오업계에도 도전적인 연구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길 바란다.2024-07-24 06:18:28손형민 -
[기자의 눈] 멀지 않은 비대면 진료 법제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멀지 않아 보인다. 국회 내부는 물론이고 산업계에서도 연내에는 법제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정부, 국회 모두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연내 법제화가 되면 내년 시행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점이 아니라 방식이다.진료 범위는 우선 현재의 전면 허용보다는 제한적 허용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의대증원 이슈로 의료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정부가 현 시범사업에서의 전면 허용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한다면 또 다른 대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시행됐던 제한적 허용 범위로 추정해 보자면 병원은 의원급으로 한정하고, 진료 대상은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환자 중심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일부 특정 환자에 한해 초진 진료를 허용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제도화를 앞두고 비대면 진료 범위와 더불어 처방의약품 배송 허용 여부 역시 관전 포인트다. 눈앞으로 다가온 제도화를 앞두고 국회 내부에서도 처방의약품 배송 포함은 수순이 아니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약사사회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약 배송 허용 여부를 두고는 국회 내부에서도 21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미 21대 국회 말 여당 발 약 배송을 포함한 비대면 진료 법안이 발의된 바 있는 만큼, 국회로서도 별개의 약사법 개정뿐만 아니라 의료법에 병합해 약 배송을 처방할 가능성 등 선택지가 여럿 주어진 셈이다.이는 정부의 시범사업 전면 확대가 가져온 학습효과의 결과물일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전면적으로 허용됐는데 약 배송은 한정된 현 상황에서 제한 대상인 환자는 불편을 겪었고, 허용 대상인 환자는 반대로 편의를 체감했다.불편을 겪은 소비자도, 편의를 체험한 소비자도 모두 약 배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미 일부 정부 부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는 약 배송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국민의 니즈가 있다면 정부도, 국회도 무시하고 갈 수 만은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또 어떤가. 소비자 니즈를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필사적인 수준이다. 업체들은 사실상 생존을 걸고 현재의 제한적 약 배송 허용에 따른 국민 불편을 여론화 하고 정부를 향해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로서는 약 배송을 제외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사실상 사업성을 상실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약사사회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 허용에서 시범사업으로 이어진 3년의 비대면 진료의 시간에서 약사회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를 해 왔다.약 배송 허용 움직임이 있으면 내부에서 복지부를 만나 설득하느라 바빴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인 플랜이나 최종 법제화에 대비한 계획은 눈에 띄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도 운영되고 있지만, 비대위에서도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대비한 장기적 플랜은 논의하지 않은 지 오래인 것으로 알고 있다.땜질식 대책으로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 갈 수도, 선도할 수도 없다. 오히려 변화에 잠식될 뿐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2024-07-22 16:44:54김지은 -
[기자의 눈] 제약사 행정처분이 약국에 독이 돼서야[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제약사가 받는 행정처분이 약국에 독이 되고 있다. 분명 처분 대상은 제약사인데, 그 화살이 약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처방된 약이 조제돼 투약되는 마지막 단계가 약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약국에서는 제약사의 행정처분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최근에도 제약사 행정처분과 관련해 약국이 혼란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가장 최근 사례가 대웅바이오 동맥경화용제 클로본스다. 대웅바이오는 관련 공지를 통해 클로본스정 제조업무정지 8개월(2024.7.29~2025.3.28)과 해당 제형(정제) 제조업무정지 1개월 7일(2024.7.29~2024.9.4) 처분이 내려졌다면서 "판매업무정지가 아닌 제조업무정지 처분으로 처방은 기존대로 하면 된다"고 안내했다.하지만 이에 서울시약사회는 "실제 선주문 밀어넣기로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들의 월 평균 매출이 행정처분 시행에 임박해 4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는 정부당국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음을 명백히 보여주며, 약사들이 의약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품절 상황에서의 대체조제 업무 부담을 나 몰라라 하는 보건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삼남제약 마그밀의 경우 제조정지 소문이 품절 사태로 이어졌다. 마그밀이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한 달 간 제조정지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약사들이 재고 확보에 나섰고, 일부 몰에서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지 채 한 시간도 안 돼 일부 포장 단위가 품절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당시 삼남제약도 "불만처리기록서 미작성 이슈로 7월 12일부터 한 달 간 제조정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월 평균 1000T 기준 4~5만병이 생산·출하되고 있고 현재도 충분히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수 주 간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남제약 자하생력의 경우에도 약국이 미리 재고 확보를 하느라 혼란이 발생했으며, 비리어드와 베믈리디 등도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식약처에 공급내역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일부 누락이 돼 판매업무 정지가 내려지면서 약국에서 혼선이 빚어졌다.모두 제약사의 행정처분이 약국에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이는 정부의 제조·판매정지 처분이 갖는 실효성이 사실상 없거나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점과 함께, 사소한 사유로 받게 되는 처분이라도 약국에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서울시약사회는 의약품 판매중지·생산중지에만 국한된 행정처분이 규제 목적을 상실했음을 인정하고 '실효성을 갖춘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처분을 받은 품목의 보험급여 중지 등 실효성 있는 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약국에만 스트레스와 부담을 주는 제약사 행정처분, 이제는 방식을 바꾸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2024-07-21 11:42:28강혜경 -
[데스크 시선] 업무성과 평가, 만족하십니까?[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일명 급여생활자로 일컬어지는 '월급쟁이'의 직장 만족도는 '연봉인상과 승진' 단 두가지에 의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스게 소리로 적성·전공을 살린 직업·직장에서의 정신적 성숙과 자아실현은 '피터팬 나라-네버랜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남녀 직장인 351명을 대상으로 한 '직무 성과 평가 만족'에 대한 설문조사도 이를 방증한다. 조사에 따르면, 76%에 가까운 직장인들이 업무 성과 평가 결과에 불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결과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과반을 훨씬 넘는 직장인들이 성과 평가 결과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평가방법과 기준이 객관·공정치 못하기 때문이다(49% 응답률). 둘째는 평가 자체가 연봉인상과 승진 등에 반영이 되지 않는 형식·요식적인 그야말로 평가를 위한 평가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어서다(27%). 마지막으로 상대평가라 열심히 해도 누군가는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또는 인간적 친분에 의한 고가(19%)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직무평가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족은 곧 기업의 인재 관리능력과 평가 절차, HR시스템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말과도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 관리와 평가 기준 그리고 이를 토대로한 실질적인 연봉인상과 승진의 기회가 보장되어야만 좋은 인재들이 해당 기업에 오래 근무하며 회사와 직원의 동반상승을 이룰 수 있음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80세를 먹은 베테랑 회장님도 몸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콜럼버스의 계란처럼 발상의 전환을 일상에 접목하라고 했나.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까. 대기업을 갈망하는 중소기업은 어설피 타기업의 평가방식을 도입해 자신의 몸에도 맞지 않는 이상한 옷을 입은 것 마냥 주관의 객관화를 버린 공정하면서도 간략한 성과방법을 채택·운용해야 한다. 평가결과에 기준한 연봉 책정과 승진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줄세우기식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자괴감만 증대시킬뿐 개인 성과에 대한 철저한 절대평가는 HR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국적·성별·나이·근무 연한'을 과감히 혁파한 오직 개인이 가진 역량과 성과로 기회와 보상이 이루어지는 업무 평가 문화는 일부 글로벌 기업과 몇몇 국내 대기업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해 오고 있는 경영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일하기 좋은 기업의 직무 성과 평가는 말 그대로 보상을 통한 직원과 기업의 동반상승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채근과 독력, 질책을 통한 비용 절감에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개인 성과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상하고, 성과 관리를 통해 직원들이 어떤 성장을 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평가가 이루져야 한다는 뜻이다.이러한 성과관리 목표는 회사의 시스템(제도)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야 보배이기에 말이다. 먼저 철저한 직무급 제도 운영으로 직원과 기업 간 믿음을 쌓아야 한다. 잘 한만큼 보상은 확실해야 한다. 100억을 벌어 온 사람에게는 20억을, 1000억을 벌어 온 사람에게는 200억을 성과급(인센티브)으로 쏘아야 두번·세번째 잭팟을 기대할 수 있다. 보리밥티로 잉어를 잡으려 하는 도둑놈 심보로는 큰 인재를 키우기 어렵고, 설령 그런 직원이 운좋게 입사했다손치더라도 리딩할 수도 없다. 성과에 따라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정착된다면 굳이 서면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평가의 3원칙 준수도 성과평가의 절대적 요소다. 절차의 공정성, 내용의 타당성, 존중의 피드백 등이 그것이다. 절차의 공정성은 나이, 근속,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공정한 절차와 평가를 통한 직무역량 결정을 뜻한다. 내용의 타당성은 기준과 원칙에 따라 심의해 역량과 성과가 탁월한 직원이 승진함을 의미한다. 존중의 피드백은 직원이 회사로부터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지'라는 천민자본주의식 경영철학을 탈피한 목표와 핵심결과 지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 이념적 리더십의 발휘는 어쩌면 성과 관리와 평가의 처음이자 끝이다. 일에 완벽히 집중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반자형 리더십의 발휘야 말로 HR의 꽃이다. 직원들은 높은 목표를 수립하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할 일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얼마를 달성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변화를 만드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최고경영자와 팀장, 팀원이 때론 1:1 피드백을 통해 일의 과정에서 잘한 점과 부족한 점 등을 브레인 스토밍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소통하는 참여형 성과관리와 평가야 말로 MZ세대와 4050세대를 아우르는 합리적 기업 시스템이 아닐까.2024-07-19 06:00:00노병철 -
[기고] 안전상비약 확대 의료취약지 해법 아니다약사들이 공유하는 일반의약품과 관련한 흔한 일화들이 있다. 소화가 안 된다며 계속 소화제를 찾는 단골 어르신들에게 바쁘시더라도 병원을 꼭 방문하시는 게 어떠시냐고 권유해서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면, 의외로 중증 질환인 경우가 많았고, 방치했으면 치료 시기를 놓칠 뻔했다는 일화이다.대부분 약사로 몇 년을 일하면 한두 번 겪어보는 흔한 사례들이라 이슈화도 안 되는 일들이다. 평일 낮이나 일요일 등, 약국이 덜 바쁜 시간대에는 잠시 머물며 소소한 일상사와 더불어 건강 상담을 하고 가시는 어르신들도 많이 있다. 단지 진료비나 상담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보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정량적인 가치가 측정되지 않았을 뿐, 약국과 약사라는 직업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의료 취약자들에게 끼치는 유무형의 기여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예전에 소위 읍면 지역의 약국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장날이 되면 자주 드시는 상비약들은 넉넉하게 구입하거나 처방을 받아서 가져가시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약국과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과잉 수준인 도시 지역과 달리, 상비의약품을 편의점이 아니라 집에 원칙대로 상비하는 것이 습관이 된 까닭일 것이다. 그렇기에 약국에서 그분들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는 보통 두세 곳 이상에서 받아온 처방전에 중복되거나 같이 복용되는 약이 있는지 없는지, 가지고 가시는 상비약과 같이 복용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등을 설명드리고, 실제 증상이 있어서 온 환자들에게 어떤 약을 드셔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말씀드리는 게 주된 업무가 될 수밖에 없다.얼마 전 무약촌이란 무시무시한 단어를 사용하며, 특정 신문사에서 의료 취약 지역의 국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주장하는 연속 기획물을 보도했다. 추가적인 편집장의 논평에서 그것이 국민이 편의라는 전가의 보도를 또다시 들먹이며, 안전상비약 확대 반대를 주장하는 약사들을 돌려서 비판했다. 이런 그들을 보면, 재난 상황에 수해 복구 현장에 격려 방문을 한다는 명분으로 사진 찍으러 잠시 방문하는 정치인들이 생각나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예시로 든 사례들도 약국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 진료 받을 병원이 없는 문제가 더 크다. 예시 중 하나였던 급체를 해서 쓰러질 정도로 위급한 환자는 약국에서 약을 먹을 문제가 아니라 당장 병원에 진료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평소에는 의료 취약지에 대해 관심이 없고, 실제로 그분들의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하는 상황이나 그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심하며, 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 분들에게 편의점 약이라도 먹게 해주는 시혜를 베푸는 게 어떨까라는 의견, 그 와중에 우리나라 거대 유통업계의 먹거리를 하나 더 얹어주는 덤까지 생각한다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확대를 외치는 언론사들이 주로 경제지인 이유를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2024년 의료 파업에 건보 재정을 월 1900억원 투입했다. 2023년에 정부 광고료가 약 1조 원에 달했다. 2024년 공공심야약국 예산은 30억 원에 불과했다. 1조 원에 달하는 국가지원 광고료 중 약 1%인 100억 원만 공공 지역 약국 개설에 투자를 한다면 언론사 기자가 걱정하던 무약촌의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다. 한국의 기형적인 보건의료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지만 의외로 약국 하나를 신규로 유치하는 데는 병원과 달리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결국 의료 취약지의 국민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편의점에서 제산제를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고, 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약국이 있는 것일 것이다. 진정한 언론사라면 국민 다수가 편의점 약을 먹어서 편했다는 설문조사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일 것이다. 본인들이 인터뷰한 시골 지역 어르신들에게 질문을 드려보길 바란다.“편의점에서 제산제를 팔기를 원하시나요? 가까운 곳에 약국이 있었으면 하시나요?” 박현진 약사 이력 - 충북대학교 약학박사- 전 약준모 대외협력국장, 총무위원장- 한미약품 연구센터 PL- 현 약준모 회장2024-07-18 18:51:03박현진 약준모 회장
오늘의 TOP 10
- 1끝나지 않은 퇴출 위기...'국민 위염약'의 험난한 생존기
- 2고덱스 판박이 애엽, 재논의 결정에 약가인하도 보류
- 3신풍제약, 비용개선 가속화...의원급 CSO 준비
- 4직듀오·엘리델 등 대형 품목 판매처 변동에 반품·정산 우려
- 5제약업계 "약가제도 개편 시행 유예..전면 재검토해야"
- 6"일본·한국 약사면허 동시에"...조기입시에 일본약대 관심↑
- 7대용량 수액제 한해 무균시험 대신 다른 품질기준 적용
- 8"약가제도 개편, 산업계 체질 바꿀 유예기간 필요"
- 9[기자의 눈] 대통령발 '탈모약' 건보 논의…재정 논리 역설
- 10내년부터 동네의원 주도 '한국형 주치의' 시범사업 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