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누더기 정보로 완성된 '만능구충제'
- 정흥준
- 2020-01-05 20: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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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뿐만 아니라 당뇨와 비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들이 유튜브 등 SNS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알벤다졸은 어느새 만병통치약으로 포장됐다.
구충제 논란이 시작된 출발점은 유튜브였다. 미국 조 티펜스가 올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에 대한 영상이 국내에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고, 복용 후 증상 완화에 대한 환자들의 후기가 공유되면서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져왔다.
모 언론사는 조 티펜스가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임상에 참여했던 것을 보도했고, 이후 펜벤다졸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사그라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알벤다졸은 당뇨와 비염, 심지어는 무좀 환자들까지도 자가임상으로 효과를 봤다는 후기를 SNS로 공유하며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의약사 유튜버들도 가세했다.
결국 환자들은 약국을 찾아와 ‘이유불문 하고 알벤다졸’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약사들의 상담과 만류에도 사람들의 믿음은 굳건하고, 결국 신뢰와 권위에 상처를 입은 약사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잠깐 지나가는 비바람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마냥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제2, 제3의 구충제 논란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비관 때문이다.
현재 구충제로 질병 치료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알려진 알벤다졸 복용법은 4일 복용 후 3일 휴약으로 장기 복용하는 방법이다. 또 CBD오일을 구할 수 없으면 올리브오일 한 숟갈을 같이 먹으면 효과가 좋다는 정보들이 공유되기도 한다.
아울러 미국에서 구충제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거나, 구충제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들, 수많은 자가임상 후기들, 이외에도 제약산업계와 관련된 각종 음모론까지 계속해서 생산되는 중이다.
이 조각난 정보들은 하나의 완성된 퍼즐을 완성하고, 그것이 바로 ‘만능 구충제’가 되는 과정이다.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언제라도 구충제의 자리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약사들은 SNS를 통해 구충제의 부풀려진 효과들이 근거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약사들의 유튜브 활동을 문제 삼기도 한다. 반면 일부 약사들은 구충제의 가격을 평소보다 2~3배 높여 판매하기도 한다.
펜벤다졸과 알벤다졸 등 구충제에 대한 임상을 실시하기 전까진 이번 논란에 대해 누구도 정답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와 같은 논란이 불거질 때에 약사들이 지켜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각자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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