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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희귀질환약 보장률 추락…탈모급여 우선순위는 틀린 답"

  • 이정환 기자
  • 2026-06-29 11:15:35
  • 요약
  • 환자단체연합회 "생명 직결 치료제 보장률 우선 강화해야"
  • KT증후군·소세포폐암 환자·보호자, 청와대 앞 기자회견 동참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복수 환자단체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를 향해 탈모약 건강보험급여 추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건보재정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21년 84%에서 매년 하락해 2024년 81%을 기록인 상황에서 탈모약 건보급여에 재정을 쓰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게 환자단체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건보 보장성 확대 우선순위를 중증질환과 암 질환 중심으로 바로잡는 동시에, 청년층의 탈모 치료비 부담을 줄이는 탈모약 급여 정책은 건보재정이 아닌 별도 국고 지원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오전 11시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을 위한 사회적 숙의 과정 자체는 필요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틀렸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률, 지속 하락

환자단체가 생명과 직결된 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세가 자리 잡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1년 84.0%에서 2024년 81.0%로 3년 만에 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암질환 보장률 역시 80.2%에서 75.0%로 5.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전체 건보 보장률은 60%대 중반에 정체돼 있다.

중증 환자들의 체감 의료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에서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탈모약 급여를 우선순위에 놓는 건 불합리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에는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김금윤 한국파킨슨희망연대 대표,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양현정 한국GIST환우회 대표,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가 기자회견문 낭독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는 탈모 치료제 건보적용 여부와 범위를 국민참여형 숙의 토론을 거쳐 추진하기로 했다.

환자단체연합은 탈모로 심리적 고통과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한정된 건보재정을 유전성 탈모 치료제 급여에 투입하는 정책 추진은 우선순위가 틀렸다고 꼬집었다.

건보는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 똑같이 혜택을 돌려주는 환급제도가 아니라 건강할 때 함께 부담하고 질병과 의료비 부담이 큰 사람에게 필요한 치료를 우선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라는 게 환자단체 주장이다.

이에 건보 급여는 의학적 필요성,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 경제 부담,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 미충족 의료수요와 우선순위를 종합 판단하라고 했다.

환자단체 연합은 "우리나라 건보는 여정히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며 "암, 희귀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 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는 여전히 높은 비급여 부담과 치료 접근성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약이 허가돼도 경제적 능력이 되는 환자는 고액 비급여 약값을 내고 치료받지만,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는 생명 연장 기회를 잃는다"며 "한정된 건보재정을 유전성 탈모약 급여에 투입하는 게 과연 맞는 순서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년정책과 사회정책은 국고로 추진해야 한다. 건보재정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치료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며 "현재 중증질환과 암 질환 건보 보장성은 충분하지 않다"며 "탈모 치료제 급여 숙의 과정이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하는 절차가 돼선 안 된다. 급여 대상, 기준, 약제 범위, 본인부담률, 예상 이용자 수, 재정소요 규모를 먼저 투명히 공개해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는 건보 보장성 확대 우선순위를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으로 전환하고 암 질환이 체감할 수 있는 보장성 대책을 정부가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며 "청년층 유전성 탈모를 지원하려면 건보재정이 아니라 별도 국고 재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위축감 챙기고 희소질환자 고통은 외면하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희소질환과 중증 암 환자 가족들의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은경 복지부 장관,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을 향해 생생한 증언을 이어나갔다.

선천성 희소복합혈관이형성 질환인 ‘KT증후군’ 환아의 어머니 서이슬 씨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KT증후군 환자들은 전신에 화염상 모반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치료하는 레이저 시술은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경우'에 한해 평생 단 6회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서 씨는 "모반이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니 6번까지만 건보 적용을 해주고, 청년 탈모는 위축되니까 건보 적용을 해주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통증과 보행 장애를 유발하는 하지정맥류 시술 역시 대부분 비급여로 분류돼, 산정특례 제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달 목숨값 5천만원"…소세포폐암 신약 급여화 지지부진

허지형 씨는 생존율이 극히 낮은 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전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소세포폐암 확장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며, 현재 3차 치료제인 신약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를 투약받고 있다.  

소세포폐암 확장기는 일반 암의 4기에 해당하며 5년 평균 생존율이 4%에 불과한 치명적인 질병이다. 임델트라는 반응률이 높고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돼 미국 FDA 가속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비급여 상태라 한 달 치료비만 약 5000만원, 1년에 5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허 씨가 올린 '임델트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 요청'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만2647명의 동의를 얻어 보건복지위원회에 자동 회부됐지만, 실제 급여화까지는 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허 씨는 정식 급여 결정 전까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투약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한시적인 지원 방안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건강보험은 사람의 삶을 보장하는 제도여야 한다"며, 희소·중증질환자의 의학적 필요와 삶의 질을 중심으로 급여 기준을 전면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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