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n번째 바이오위원회, 이번엔 결실 맺을까
- 김진구 기자
- 2026-06-17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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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이재명 정부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지난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과 첫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지난 4월 위원회가 출범하고 두 달여 만에 마련된 공식 소통의 자리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정부에 건넨 요구사항도 적지 않았다. R&D 투자환경 개선부터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필수의약품 안정공급까지 업계의 숙원들이 테이블 위에 가득 차려졌다.
정부가 산업계와 민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가동한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번 간담회에서 오간 의제들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매 정부마다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며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시도가 관행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하나같이 산업계가 체감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화려했던 출범식에 비해, 정권 교체와 맞물린 퇴장은 늘 소리 소문 없이 초라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신설한 '바이오특별위원회'는 파편화된 바이오 R&D 로드맵을 범부처 차원에서 조율하고자 만든 기구였다. 그러나 장관급이 아닌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 위원장을 맡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의 전문위원회 수준에 머물렀다. ‘차관급’ 위원장의 명함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약가 정책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규제 등 부처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핵심 규제의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신설’을 내걸었다. 그러나 부처간 주도권 다툼으로 정작 정권이 출범한 뒤로는 독립기구 신설이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다. 대안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바이오헬스특별위원회'가 마련됐으나, 공식 소통창구 역할에 그쳤다. 법적 구속력과 예산권이 없는 자문기구의 한계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직전 윤석열 정부 역시 강력한 육성 의지를 표명하며 국무총리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와 대통령 직속의 ‘국가바이오위원회’를 각각 출범시켰다. 그러나 거버넌스가 이원화되면서 역량이 결집되기는커녕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컨트롤타워가 쪼개지니 추진력은 분산됐고, 거시적인 마스터플랜만 무성할 뿐 현장이 원하는 규제 혁신은 지지부진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거버넌스 교통정리부터 나섰다. 전 정권이 남긴 이원화 구조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3월 기존 거버넌스들을 전격 폐지·통합했고, 4월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정식 출범시켰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과거 위원회들이 남긴 낮은 위상의 한계, 독립성 부족, 이원화의 비효율이라는 '오답 노트'를 모두 지켜본 뒤 출범했다. 그럼에도 위원회가 내건 슬로건과 추진 전략의 거시적 방향성은 지난 정부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강력한 실행력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사장된다는 것을 업계는 위원회들의 명멸을 통해 확인했다. 이제는 구상 단계를 넘어, 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의 관심은 이번 위원회가 기존 정권의 전철을 밟아 또 하나의 ‘무력한 자문기구’로 흐지부지될지, 아니면 성과를 내는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지에 쏠려 있다. 조직 통합으로 출발선에 선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이번만큼은 구체적인 결과물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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