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라도 일단 잡자"…제약업계 변칙 영업 확산
- 김진구 기자
- 2026-05-08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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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가인하와 흔들리는 CSO] ②약가인하 앞두고 고개드는 편법 영업
- 중소제약 중심 ‘100:100 프로모션’ 부활…“물량 밀어내기‧처방 유지”
- CSO 수수료 선인하-후보전 사례도…혁신형제약 ‘R&D 비율’ 맞추기
- 정부 약가인하 명분 ‘R&D 활성화’…현장선 ‘편법 영업’ 부작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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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네릭 약가인하를 앞두고 제약바이오 영업 현장의 혼란이 극심한 가운데, 일각에선 변칙적인 영업 행태까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제약사가 CSO(의약품 영업대행사)에 처방액 전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대백(100:100)’ 프로모션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또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요건 충족을 위해 CSO 수수료를 우선 인하한 뒤, 추후 보전하는 방식의 계약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약가개편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주요 명분으로 ‘기업의 R&D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선 기형적인 영업 모델이나 R&D 비율의 편법 조정 등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밑지는 장사 ‘백대백’ 부활…점유율 유지 위한 출혈 감수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중소제약사 A사는 지난달 23일 100:100 프로모션 진행을 CSO에 고지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치매치료제와 고혈압복합제 등 20개 품목에 대해 신규 처방액만큼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프로모션 기간은 4~6월로, 이 기간 신규로 처방이 나오면 이후 3개월간 100%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회사가 100:100 프로모션을 시작한 것은 작년 1월로 추정된다. 당시 기관지염 치료제와 관절염 치료제 각 1품목이 대상이었다. 이어 3‧4‧5월에도 2~6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100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작년 12월 이 회사의 프로모션 품목수가 2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을 공개(2025년 11월 말)한 이후 시점이다. 이어 올해 들어서도 20개 이상 품목에 대한 100:100 프로모션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신 공지에선 ‘프로모션 종료 후 6개월간 매출 유지’ 조건이 추가로 붙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매출이 평균에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환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약가인하가 올 하반기 시행되는 가운데, 인하된 약가 체계에서도 자사 제품의 처방을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른바 ‘백대백’ 프로모션은 최근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연매출 5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인 B업체 역시 고지혈증 치료제 등 경쟁이 치열한 품목을 중심으로 '신규 거래처 확보 시 100% 수수료' 정책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700억원 규모 C업체도 연초 자사 신제품 대상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이들 외에도 2~3곳의 중견‧중소제약사가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대백은 제약사가 처방 실적만큼의 영업대행 수수료를 CSO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SO가 확보한 처방액이 1만원이라면 제약사가 수수료로 1만원(100%)을 그대로 지급한다. 제약사 입장에선 제조원가와 인건비‧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단기적인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과 처방처 확보를 위해 종종 동원됐다. 일각에선 ‘불법 리베이트’ 제공의 우회 경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 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 기형적 영업 부추기나
이러한 기형적인 영업 방식은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의무 작성을 비롯한 정부의 유통 투명화 정책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일선 영업현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급격한 약가인하 공포가 업계에 번지면서, 사라졌던 이 기형적 모델이 영업 현장에 다시 소환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 초중반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이후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영업 방식으로는 처방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결국 백대백 부활로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백대백 프로모션을 통해 약가가 실제 인하되는 7월(예상) 전까지 '가장 비싼 가격'으로 재고를 밀어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동시에 높은 수수료를 미끼로 처방처를 묶어둬, 약가인하 이후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가 오히려 편법 영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CSO 업체 관계자는 “인센티브나 기타 비용 등을 더하면 100:100이 아니라, 100:120 계약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에도 신제품 발매 시 100:100 프로모션이 종종 동원됐지만, 작년 말 제네릭 약가인하 예고 이후론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네릭 의존도가 높아 손실이 크게 예상되는 중견‧중소제약사의 경우 백대백 프로모션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CSO 대표는 “고율 수수료가 당장은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내몰리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제약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서,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 영업 조직과 CSO가 공멸하거나 시장 질서 자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CSO 수수료 ‘선인하-후보전’ 모델…편법 R&D 비율 맞추기 사례도
이와 함께 수수료를 먼저 낮추는 대신 연구개발(R&D) 비율 요건을 충족해 약가 인하를 피할 경우 그 효과를 사후에 나누는 구조의 계약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 최근 CSO 업체인 D사는 일선 제약사에 ‘수수료 선인하’ 모델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가 R&D 비율을 맞춰 약가 인하를 피하면 그에 따른 효과를 나중에 보전받는 조건이다.
혁신형 혹은 준혁신형 제약기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편법 계약으로 평가된다. 개정 약가제도에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약가인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핵심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인하하면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사에 약가가산을 적용한다. 신규등재 품목의 경우 혁신형은 60%를, 준혁신형은 50%의 약가를 받는다. 기등재 의약품도 혁신형은 4년간 49%, 준혁신형은 3년간 47%의 가산을 받는다.
정부는 동시에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기준을 높였다. 혁신형 제약사가 되려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R&D 비중을 현행 5%에서 7% 이상으로, 매출 1000억원 미만은 7%에서 9%로 높여야 한다. 준혁신형 제약사가 되려면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매출 1000억원 미만은 3%에서 5%로 각각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규등재든 기등재든 45%의 산정률을 즉시 적용받는다.

한 마디로 약가가산 혜택을 위한 혁신형 제약사 인증의 실효성은 커졌으나, 강화된 기준 탓에 진입 문턱은 도리어 높아진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인하된 약가산정률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R&D 비중을 반드시 기준치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CSO 수수료율의 선인하-후보전 방식의 기형적 계약까지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는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R&D 비율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유인으로 작용한다. CSO 수수료로 지출하는 비용을 낮추면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자금을 R&D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회계장부상 R&D 관련 비용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와 입을 맞추고 나중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학술 마케팅 용역비’나 ‘임상 데이터 수집비’ 명목으로 송금할 수 있다”며 “원래 판관비로 잡혀야 할 수수료가 R&D 비용으로 둔갑한다. 혁신형 제약사 요건을 인위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고도의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CSO 입장에서도 선인하-후보전 모델이 실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수수료율을 낮추더라도 제약사가 혁신형 인증을 획득‧유지해 약가를 사수하면 CSO에게도 이득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약사와 CSO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러한 기형적 공생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R&D 활성화는 사라지고 편법영업 남은 현장…“무리한 약가인하 부작용”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형적 영업 행태의 배경에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 정책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내세운 ‘R&D 선순환’이라는 명분이 도리어 현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약가 개편을 앞두고 제약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R&D 투자 강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제네릭 약가는 깎이는데, 약가를 방어하려면 거꾸로 투자를 늘려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100:100 프로모션이나 선인하-후보전 같은 편법 모델은 거부하기 힘든 생존 카드가 된다.
결국 ‘제네릭 약가를 깎아 신약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적이 현장에서 역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의 명분으로 ‘R&D 활성화’를 제시했지만, 실제 약가가 인하되기도 전에 기형적인 영업 모델만 양산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업계에선 약가 압박이 거세질수록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가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을 혁신보다는 변칙적인 영업과 회계처리에 몰두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네릭 수익을 깎아 신약 개발로 유도하겠다는 단순한 도식 자체가 현장에선 정책적 실패로 증명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본격 악화하면, 장부상 수치를 맞추기 위한 변칙 영업은 더욱 지능화되고 보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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