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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간과 장소 그리고 토포필리아“저는 의사들이 결코 진단하지 못하는 감정들, 고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들을 치유하고 싶었어요. 너무 사소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사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런 모든 감정들이요.”니나 게오르게 장편소설 ‘종이약국’ 속 주인공 페르뒤 씨의 말입니다. 소설은 상심한 마음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서점 주인의 이야기 입니다. 저에게는 소설 속 서점이 ‘종이약국’으로 불린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소설 속의 ‘약국’은 소비자가 원하는 책을 판매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현재 마음 상태를 파악해 치료가 되고 위로가 될 만한 책을 권유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즉, 이 ‘약국’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종이약국’은 소비자의 재방문이 높습니다. 고객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없음에도 충성고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저는 지역약국과 세일즈 콘텐츠라는 주제 아래 지금까지 여러분들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먼저 약국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와 지역약국의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세일즈 콘텐츠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정의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실무를 담당하시는 약사님들과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약국에서 필요로 하고 개선되어야 할 세일즈 콘텐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이를 통해 3가지 지역약국에 필요한 세일즈 콘텐츠를 제안했습니다.첫째, Time-Share를 통한 고객의 약국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 둘째, 약국이라는 Place에서 소비자의 경험/체험을 확대하는 것. 셋째, 소비자의 개별화 된 Occasion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상담.이렇듯 지역약국에서 실질적인 세일즈를 일으키는 구체적인 콘텐츠들을 약국이라는 ‘공간’의 디자인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세일즈 콘텐츠의 핵심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저는 위의 세 가지 세일즈 콘텐츠가 실현된다면 ‘토포필리아’가 생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토포필리아(Topophilia)는 인문지리학자인 Yi-Fu Tuan이 제안한 개념입니다. 그 뜻은 사람과 장소 또는 배경의 정서적 유대를 말합니다.Yi-Fu Tuan은 ‘공간’과 ‘장소’를 구분하여 말합니다. ‘공간’은 소비자의 움직임이 허용되는 곳이고, ‘장소’는 소비자의 정지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는 ‘공간’인 카페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첫 소설이 탄생하게 된 ‘장소’일 수 있습니다.즉, ‘장소’는 사건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간(Time-share)이 필요합니다. 그곳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고려대학교 김정우 교수는 ‘광고의 토포필리아 활용 양상’이라는 논문에서 맥도날드의 광고사례를 통해 토포필리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주문하는 운전석의 아빠는 늦은 밤 마이크에 속삭이며 주문합니다.“빅맥세트 2개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은 종업원은 다시 한번 얘기해달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다시 속삭이며 얘기합니다. 빅맥세트 2개를 전달하는 종업원은 이제 속삭이며 “주문하신 빅맥세트 2개 나왔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뒷좌석의 카 시트에 잠들어 있는 아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소비자의 마음(Occasion)을 얻은 맥도날드는 그 젊은 부부에게는 버거킹과는 다른 특별한 그들만의 ‘장소’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특별한 경험(Place)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맥도날드를 찾게 되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저는 ‘동네서점’의 토포필리아 실현 사례를 통해 지역 약국의 활성화를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1983년 마스다 무네아키는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컨셉으로 ‘쓰타야서점’을 개점하였습니다. ‘쓰타야서점’의 콘텐츠를 지역약국에 필요한 3가지 세일즈 콘텐츠의 항목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쓰타야서점의 주요한 세일즈 콘텐츠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배치한다는 점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책을,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착안된 상담 콘텐츠가 인상 깊었습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약국이라는 공간으로 바꾸어 생각한다 해도 큰 무리가 없는 세일즈 콘텐츠라고 생각됩니다.‘종이약국’의 부록에는 주인공 페르뒤 씨의 책 처방전을 기재해두었습니다. 그 처방전의 제목 밑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감정 혼란의 증상이 경미하거나 또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경우에 정신과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켜주는 약! 다른 처방이 없으면, 소화하기 좋은 분량(약 5~50쪽)으로 여러 날에 걸쳐 나눠 복용한다.”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공감’하는 전문가(약사)가 있는 공간인 ‘약국’은 이제 소비자에게 나만의 ‘종이약국’이라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세일즈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2023-10-10 19:01:02정석원 이사 -
[데스크시선] PN제제 선별급여, 합리성 보장돼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800억 외형의 PN(폴리뉴클레오티드나트륨)제제 시장이 자칫 궤멸위기에 처했다. 올해 선별급여 재평가 주기가 도래하면서 사실상 보험등재 퇴출에 가까운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적합성평가위원회와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PN제제에 대한 선별급여 본임부담률을 기존 80→90%로 상향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제 앞으로의 절차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와 보건복지부의 급여기준 개정고시만 남았다.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을 경우, 관련시장은 자연스럽게 고사될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PN제제를 제조·유통하는 20여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슬관절 및 정형외과학회가 이번 심평원의 급여축소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행정집행 절차상 소통부재와 임상재평가에 대한 기회 부여없이 밀실행정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치료 개시 시점 6개월 이후 투여 제한'은 난센스를 넘어 행정과잉 조치로 해석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PN제제는 신의료기술로서 보험급여에 진입한 품목으로 의약품인 콜라겐·히알루론산나트륨주사제의 안전·유효성에 비해 열등하지 않는 임상결과가 이를 방증한다.업계와 학계 상당수는 의약품·의료기기를 불문하고, 대체약제 대비 비교열등한 임상적 데이터가 존재 시, 보건당국이라할지라도 '등재퇴출'과 관련한 직권조정은 행정권 남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게의 PN·콜라겐·히알루론산주는 6개월에 1~5회 투여 요법을 진행하고 있고, 그 효과와 안전성은 대동소이하다는 게 통상의 진료 현장의 목소리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PN주사제에 대해 환자 1명당 평생 1번만 투약해야 한다는 단서조항 및 방침은 정당한 허가·등재절차를 획득한 신의료기술 품목에 대한 역차별로 간주된다.초월적 갑을관계식 통보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적합성평가위원회와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는 열렸지만 제약사들의 호소와 의견은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학회가 발 벗고 나서서 사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내고, 올바른 행정집행 방향성을 제시했을 정도다. 존폐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은 행정소송은 물론 감사원 감사청구·대통령실 1인 시위·탄원서 제출도 불사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10여 년에 걸쳐 막대한 연구개발비 등을 투자하며, 어렵게 키워 온 제품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이번 'PN제제 급여축소 이슈'와 비슷한 대표적인 사례는 K-바이오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천연물신약 동아제약 스티렌 급여삭감 논란을 들 수 있다. 2011년 당시 보건당국은 급·만성 위염 위점막병변 개선제 스티렌정에 대해 2013년 12월 31일까지 임상적 유용성 입증을 위한 연구 및 논문게재를 전제로 조건부급여를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예방적 위염 관리'에 대한 약물 효과성은 증명치 못했지만 만약 2년여의 임상재평가 기간이 배제되고 막무가내식 급여삭제를 단행했다면 지금의 스티렌은 존속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었다.PN제제와 같은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을 위시한 건강보험급여 진입은 유사 비급여 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진료수가 상한 폭을 제한하는 적극적인 환자 배려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민간 실손보험의 발달로 본인부담금은 최소화할 수 있고, 국가건보재정 손실도 등재 의약품 대비 1/4 수준으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8(본인부담):2(건보지급) 방식의 신의료기술 보험등재 시스템을 장기적 관점에서의 롤모델이라할 수 있는 싱가포르 보험정책으로 평가, 적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보건복지부·심평원·건보공단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정책을 책임지는 '3대 트로이카 기관'으로 지금까지 오직 국민건강 수호와 헬스케어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국가·국민·업계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협치의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800억대 PN시장은 K-바이오가 쌓아 온 금자탑이자 글로벌 진출의 디딤돌이다. '생애주기 1회 투약' 단서조항은 시장말살정책과 진배 없다. 지금이라도 'PN제제 임상재평가를 통한 급여유예'로 방향을 선회해 합의의 정책을 실현하는 미덕을 발휘할 때다.2023-10-10 06:00:17노병철 -
[기자의 눈] 새 수장 찾는 제약사 그리고 숙제[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일부 제약사가 새 수장 찾기에 나섰다. A사의 경우 꽤나 구체적이다. 내년 임기 만료되는 전문경영인의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 후보자의 구체적인 실명도 3~4명 거론된다.A사의 현 전문경영인 체제는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실적 증대, R&D 진전 등 많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현상 유지를 해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다만 A사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경영효율성을 갖추기 위해서다."현 전문경영인 체제도 만족하고 있다. 다만 또 다른 회사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수장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대세가 된 바이오 사업 확대를 위해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다. 상위사는 적절한 시기에 변화를 모색해야 상위사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B사는 새 수장에 M&A 전문가를 찾고 있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나름 파격적이다. B사는 제품 키우기보다는 기업 인수를 회사 발전의 지름길로 결론을 내렸다. 보수적인 업계 성격을 감안해 과감한 M&A를 추진할 제약업계 비종사자도 눈여겨보고 있다.제약업계의 새 수장 맞이 준비는 A, B사만이 아니다. 여러 곳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는 그간의 성적을 냉정히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새 수장 찾기에 나선 제약사는 이미 내년 3월 주총을 바라보고 있다.선택의 책임은 제약사에 달려있다. 변화와 유지의 갈림길에서 본인의 옷에 맞는 적임자를 찾아야한다. 순간의 선택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을 바꿀 수 있다.이들 기업이 가진 숙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다.전문경영인을 세워놓고도 모든 의사결정이 오너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면 새 수장은 바지 사장에 불과할 수 있다. 실제 C사의 경우 전문경영인을 세워두고도 오너 입김이 강해 전문경영인이 인원감축 등 악역 역할 외에는 사업상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나갔다는 평가받고 있다.특히 오너 체제 하에 보여주기식 전문경영인 영입은 업계의 원치 않는 나비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전문경영인 풀이 적다보니 한 명의 이동은 연쇄적인 자리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장 찾기에 나선 제약사들의 올바른 선택이 업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2023-10-10 06:00:00이석준 -
[기자의 눈] 국민건강과 재정절감, 무엇이 중요한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슈도에페드린 단일제 4종의 약가가 최대 45% 인상됐다. 장기화하는 의약품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약가인상을 통해 의약품 생산량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약가를 인상했으니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의약품이 생산될 것이란 계산이다.슈도에페드린을 포함한 감기약의 수급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이번 약가인상 조치가 이뤄진 시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의약품 수급난은 슈도에페드린·아세트아미노펜 등 감기환자에 주로 처방되는 약물을 중심으로 1년 가까이 장기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말미부터 독감과 감기가 재유행 하면서 다양한 성분의 약물이 번갈아가며 기근에 가까운 품절현상을 겪고 있다.특히 아세트아미노펜과 슈도에페드린 등 저가약물의 수급난이 심각했다. 1정당 50원도 안 되는 약물들이었다. 일선 약국가에선 2~3배씩 웃돈을 두고 구하는 현상이 펼쳐지기도 했다.제약업계에선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약가인상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존재 목적이 이윤 추구인 기업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유인 동기가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실제 약가인상의 효과도 앞선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정부는 작년 12월 아세트아미노펜 650mg의 약가를 최대 76.5% 인상했다.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이 43~51원에서 최대 90원까지 조정됐다. 마그밀 등 변비 치료제 역시 올해 6월부터 15~18원에서 최대 46.7% 인상됐다. 그 결과 두 성분 약물의 수급은 과거보다 수월해진 것으로 전해진다.약가인상의 효과가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슈도에페드린 약가인상까지는 9개월여가 걸렸다.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수급난이 처음 발생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슈도에페드린에서 시작된 품절 사태는 다른 진해거담제와 알레르기비염 치료제로 확산됐다. 품절은 또 다른 품절을 불러왔고, 일부 약국은 언제 재발할 지 모르는 품절을 우려해 약을 잔뜩 비축해두기도 했다.정부가 약가인상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정부는 꾸준히 늘어나는 약제비를 억누르기 위해 다양한 기전을 동원해 반복적으로 약가를 인하하고 있다. 사용량이 늘어도, 동일성분 제제가 급여목록에 들어가도 약가가 인하된다.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며 이를 소급 적용하고, 급여재평가를 통해 다양한 성분의 약가를 인하하고 있다.반면 약가인상은 매우 드물게 이뤄지고 있다. 약가인하 사례는 만 개 단위지만, 약가인상 사례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약가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유지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그렇다고 수급난이 장기화하는 약물에 대한 약가인상까지 인색할 필요는 없다. 수급난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관련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아닌 국민의 건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2023-10-06 06:16:46김진구 -
[기자의 눈] AAP에 취한 10대들, 약물교육이 필요한 이유[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증한 제제는 단연 아세트아미노펜이다.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복용 가능한 해열진통제에 '타이레놀'이라는 제품명이 언급되면서 품귀가 빚어졌고, 타이레놀은 약국도 소비자도 할당이 매겨질 만큼 수요가 뛰었다.질병청이 백신 접종 초기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을 직접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타이레놀 품귀가 빚어지면서 보건당국은 "시중에 유통 중인 다수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동일한 효능, 효과를 가진 제품으로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알맞은 용법, 용량으로 선택,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달라"고 진화에 나서는 사태까지 빚어졌다.실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타이레놀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타이레놀 시리즈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20년 대비 118.4% 증가하며 831억원을 기록했다.하지만 이같은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약물중독,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약물중독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조사에 따르면 약물 중독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10대 청소년 10명 중 8명은 치료약물에 의한 중독으로, 전 연령대 중 치료약물로 인한 중독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다빈도 중독물질 1위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21.1%), 2위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19.2%)로 나타났다. 실제 중독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10대 청소년 636건 가운데 509건이 치료약물 중독으로 집계된 것. 비단 10대 뿐 아니라 10세 미만부터 70대 이상까지 전 연령을 통틀어 치료약물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질병관리청은 중독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별 맞춤형 예방사업을 추진, 첫번째 대상으로 청소년을 선정해 중·고등학생 대상 중독질환 예방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질병청은 향후 소아, 노인 등 취약집단을 중심으로 중독질환 예방사업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일반인용 MSD 매뉴얼에 따르면 많은 처방약과 비처방약의 흔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정상 용량에서는 안전하나, 중증 과량투여는 간부전과 사망을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제제를 과량 복용하는 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의약품에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약물을 섞어 복용하거나 권장용량을 초과해 복용할 경우 간 손상이나 간부전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약국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진통제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고, 가장 지명도가 많은 품목 가운데 하나다 보니 약사도, 소비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처 케이스에 적힌 용법·용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령 테라플루와 타이레놀을 함께 복용한다거나, 술을 마시고 난 뒤 두통에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등의 잦은 오남용이 약사의 복약단계에서 왕왕 걸러진다는 것이다.한 때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게보린을 다량으로 복용한 뒤 조퇴하는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 성교육을 받듯 약물 안전사용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약도 안전한 약은 없다. 특히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문가를 통해 솔루션을 얻고 셀프메디케이션을 익히는 노력은 어릴 때부터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마약이 일상을 파고들고, 약국과 편의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의약품에 대한 경각심과 올바른 사용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약사회가 주도하고 있는 의약품 안전사용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고,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2023-10-05 14:18:01강혜경 -
[데스크시선] 바야흐로 처방 감기약 전성시대[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됐지만, 약국가는 여전히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특히, 처방용 감기약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독감, 각종 바이러스 등 호흡기 환자 유행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코감기에 주로 쓰이는 슈도에페드린 단일제는 2020년 2분기만 해도 유비스트 기준 약 7억원의 원외처방액에 머물렀지만, 지난 2분기에는 17억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해열·진통제 대명사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도 2020년 2분기에는 약 5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원외처방액이 140억원까지 3배 가량 올랐다.제약사들은 넘쳐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도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약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그렇다고 갑자기 공급을 2~3배 늘릴 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공급 라인을 증대했다가 갑자기 전처럼 수요가 줄어든다면 재고 손해만 발생하기 때문이다.해답은 약가인상 밖에 없었다. 약가인상을 통해 이익을 담보할 수 있다면 생산량 증대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정부도 급했다. 약이 부족해 환자가 발길을 돌리는 현 상황을 하루빨리 타개하길 원했다.이에 슈도에페드린 단일제는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정 협상을 거쳐 심사 한 달 만에 약가인상에 협의했다.예상 공급확대량이 가장 큰 삼일제약 슈다페드정이 23원에서 32원으로, 코오롱제약 코슈정이 23원에서 31원, 삼아제약 슈다펜정이 23원에서 30원, 신일제약 신일슈도에페드린정이 20원에서 29원으로 공급량 확약에 따라 약가가 이달부터 인상됐다.최대 45%포인트의 약값이 오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약가가 인상된 아세트아미노펜 650mg 단일제처럼 정부가 속도전을 펼쳐 한 달 만에 약가를 조정했다.아세트아미노펜650mg 18개 품목은 종전 50~51원에서 올해 11월 30일까지 70~90원, 오는 12월 1일부터는 70원으로 조정된다.공급은 부족한데 정책 시행 목표시기는 코 앞으로 설정하다보니 조정협상의 키는 제약사가 쥘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인상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코로나19로 질병 패턴도 변하면서 앞으로 특수 약제에 대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사후 기전을 통한 약가인하 만큼 약가인상도 빈번해 질 수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약가조정협상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동안 약가조정을 어렵게 했던 기준이나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단시간 내 협상이 체결될 수 있도록 준비사항과 절차를 세밀히 설계해야 하겠다.의약품 수급 정상화 만큼이나 합리적 약가 책정을 통해 건보 재정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2023-10-04 06:39:39이탁순 -
[기자의 눈] 병원지원금과 거품 낀 권리금[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이른바 병원지원금으로 불리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약국 권리금 거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불법적인 거래가 권리금에 녹아드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인데, 권리금 상승은 약국 매물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단순한 이유로만 포장돼있다.병원지원금이란 약국이 병의원에 인테리어나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를 의미한다. 약사들에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약국 개설을 위한 하나의 조건이 됐다. 대부분의 약사들이 한 번쯤 들어봤거나, 제안을 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돈을 주고 받은 병원과 약국의 담합 행위가 4년 동안 11건 적발됐다는 최근의 뉴스 보도는 병원지원금을 마치 특별한 사건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사실은 지역 약국가에서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소문으로만 들어본 일부 약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먼 일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남의 일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병원지원금이 약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천정부지 오르는 권리금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요즘 신규 개설하는 젊은 약사들은 수천만원에서 억단위까지 오고가는 병원지원금을 ‘투자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당장은 병의원에 돈을 지급하고 약국을 개설하지만, 차후 권리금에 녹여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이 같은 양도양수가 두세 차례만 이뤄져도 약국 권리금은 거품과 함께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병원지원금이 부동산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고, 다음 약국을 생각하고 있는 약사들에게는 누구에게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병의원과 중개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며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약국 시장 구조상 “지원금을 주고서라도 들어오겠다는 약사는 많다”는 말을 버텨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누군가는 권리금 거품 폭탄돌리기에 참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제료 대비 권리금 상승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방관자로서 동참하고 있다.의원 약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기적 조사와 처벌, 신고자에 대한 감형’이 이뤄질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4년 간 11건의 적발 사례로는 어떤 본보기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특히 보건의료기관 간의 담합은 부동산 생태계 훼손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방치해둘 수 없는 문제다. 의료계와 병원계 거센 반발에 부딪히겠지만 의료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화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2023-10-02 15:15:24정흥준 -
[데스크 시선] 식약처의 그때 '생동 경고' 옳았을까[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9년 7월 제약기업들에 발송한 공문 하나가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와 회수 방침을 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당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품은 3등급 위해성의 기준으로 회수 등의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약사법 39조에 명시된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유통 중인 의약품 등을 회수하거나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판매금지와 회수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언뜻 보기엔 당연한 메시지로 읽힌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제네릭을 못 팔게 하는 게 타당하다.하지만 당시 업계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 메시지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이었다.이 공문이 발송되기 며칠 전에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알리는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새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이때 기등재제네릭의 경우 3년 이내에 생동성시험과 원료의약품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상한가 53.55%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개편 약가제도 이후 최고가 요건을 3년 이내에 충족하면 약가를 깎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1년 가량 지난 2020년 6월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올해 2월말까지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이후 제약사들은 이미 판매 중인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도 생동성시험에 나섰다.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재평가 공고 이후 기허가 제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에 동시다발로 뛰어들었다. 제제 연구를 통해 제네릭을 만들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고 동등 결과를 얻어내면 변경 허가를 통해 약가인하도 피할 수 있다는 노림수다. 이때 위탁제조를 자사 제조로 전환하면서 허가변경을 진행하면 ‘생동성시험 실시’ 요건을 충족하는 전략이다.제약사들은 식약처의 ‘생동성시험 비동등 의약품 회수’ 방침에 따라 자사전환을 추진했다. 기존의 위탁 제네릭 약가유지를 위해 생동성시험을 시행했는데 비동등 결과가 나오면 동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다른 제품들도 동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A수탁사에서 30개 위탁사들에 동일한 제네릭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이 중 1개 제품이 비동등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위탁 제네릭 29개도 비동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만약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제네릭 제품 간에도 생동성시험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1개 제품은 동등 결과를 얻었지만 또 다른 제품은 비동등이 나올 경우다. 이 때에도 동등 판정을 받은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네릭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식약처 입장에선 제약사들이 기허가 제네릭의 무차별 생동성시험이 시행된 이후 실패 결과가 무더기로 나왔을 때의 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기등재 제네릭이 생동성시험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의료계나 시민단체, 소비자 등으로부터 불량 의약품을 팔아왔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제네릭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국내 제약업계 전반으로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비동등 사례 1건이라도 발생하면 “식약처가 품질에 문제 있는 제네릭을 허가했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식약처의 경고에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시도 건수는 급증했다. 생동성시험계획 승인건수는 2019년 259건에서 2020년 323건으로 24.7% 늘었다. 2021년에는 505건으로 치솟았다. 만약 식약처의 ‘비동등 제네릭 동반 처분’ 경고가 없었다면 생동성시험 시도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을 것이다.4년 전 식약처의 경고가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수행 건수 급증을 일부 저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네릭과 동일한 제품의 처분 여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의 약가인하 회피 노력이 다른 업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울며 겨자먹기로 생동성시험을 시도할 수 없었다.과연 식약처의 4년 전 경고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만약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에 실패했을 때 동일 제조소 생산 제품도 비동등 조치를 내렸다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며 업계 전반에 걸쳐 혼란이 확산했을 수 있다.제네릭 약가재평가는 시작할 때부터 이상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지난 5일 제약사 179곳의 의약품 7355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됐다. 약가인하 7355개 품목의 예상 손실액은 연간 약 3000억원으로 계산된다. 업체별로 많게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고됐고. 보유 품목의 70~80% 이상 약가가 떨어지는 업체도 속출했다. 일부 업체는 약가인하 절차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약국과 유통업계는 반품 정산에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불필요한 정책으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불합리한 경고가 나오는 등 제약업계 전체가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는데도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할 따름이다.2023-09-27 06:15:50천승현 -
[기자의 눈] 쌓이는 불용재고약, 언제까지 방치할텐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전국 단위로 시도하는 불용재고 의약품 반품 사업이 최종 제약사 정산만을 앞두고 있다. 약사회는 10월까지 비협조 제약사와 막판 조율 후 올해 사업을 종료하고, 내년도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그간 지부 단위로 지역 별 도매, 제약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회원 약국의 불용재고 약 반품 사업이 진행돼 왔다. 사실상 전국 약국 단위 반품 사업이 시행된 것은 이례적으로, 약사회는 지역 약국의 불용재고 현황과 반품, 정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이번 사업의 의미를 뒀다.처음 시도되는 사업이었던 만큼 시작부터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더니 사업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는 최종 정산을 두고 약사회와 일부 제약사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이번 반품 사업에 협조하고 100% 정산을 약속한 회사가 있는 반면, 1년 넘게 약사회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100% 정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업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약사회는 일반 공산품과는 다른 개념의 의약품을 제약사가 100% 보상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의약품을 약국에 유통한 일부 도매업체의 비협조적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하지만 도매업계나 제약사도 할 말은 있다. 약국에서 언제, 어떻게 쌓여있을지도 모를 불용재고약을 무턱대고 회수하고 100% 정산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약사회의 무리한 요구이자 일종의 ‘갑질’로 다가온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이런 상황 속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을 기점으로 불용재고 약이 발생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불용재고 의약품에 대한 이슈가 단순 반품과 정산에만 그치기를 반복하는 상황은 해당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실제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 약국에서 반품된 의약품은 3조원을 넘었으며, 이는 전체 의약품 공급액이 89조원임을 감안하면 전체 공급약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회수되고 버려지는 약은 곧 건강보험 재정 낭비로 이어지고, 나아가 환경 오염의 주효한 원인이 될 수 있다.약사회는 불용재고 의약품 반품 사업을 정례화하고 나아가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그 이전에 약사회는 물론이고 제약사, 도매업계, 정부가 불용재고 의약품이 발생하고 그 금액이 점차 증가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댔으면 하는 바람이다.2023-09-26 15:53:55김지은 -
[기자의 눈] 약국 폭행 방지법으로 범죄 억지력 높여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약국 내 폭행·협박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 기로에 섰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심사를 받았지만, 병·의원·응급실 대비 약국 내 폭행의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편의점 등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계속심사가 결정됐다.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이 비교적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다수 방문하는 동시에 주취자 폭력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은 일견 수긍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 보다 약국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국민에게 위해를 덜 발생시킨다는 판단은 구체적인 근거가 미흡하다는 측면에서 법안의 계속심사는 아쉬움이 남는다.아울러 단순히 심야시간대 문을 열어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편의점과 약국 간 형평성이나 법적 일관성을 문제 삼은 것도 불합리하다. 약국은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을 취급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편의점보다 질병을 가진 환자의 출입량이 월등하다.이런 점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약사단체는 약국에서 발생하는 흉악범죄나 폭행·협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명분과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의약품 취약시간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법제화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 지금, 약국 내 폭행 등 범죄 억지력을 종전 대비 강화하는 입법은 필요하다.심야영업을 하는 약국 스스로 가스총이나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을 구비해 범죄에 맞서 싸우라는 식의 행정은 시대착오적이다. 현행법상 보건의료직능 가운데 약사직능만 폭행·협박 등 범죄로부터 보호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입법 시 고려해야 한다.다만 입법안의 일부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복지부가 의견을 제시한대로 약국 내 폭행 등에 따른 범죄 피해 경중에 맞춰 처벌 수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약국에서 폭행이나 협박, 기물파손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이와 비교해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이 밖에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 등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했다. 응급의료법 사례를 볼 때 약사법도 약국 내 폭행이 가져올 결과에 상응하는 벌칙 규정을 구체적으로 나눠야 한다.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약국 내 폭행 가중처벌법에 공감하면서도 법무부가 지적한 '낮은 국민 위해성' 문제와 법제사법위원회가 제기할 형평성 문제에 우려감을 표했다. 지금은 위해도나 형평성에 매몰될 게 아니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의약품 조제·판매에 종사하는 약사가 종전 대비 안전한 환경에서 약국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법무부, 법사위를 설득할 입법안을 만들어야 할 때다.2023-09-26 06:57:42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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