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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원샷 멀티비타민 전성시대[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프리미엄 올인원 멀티비타민 시장이 론칭 4년 만에 2000억원 외형에 근접한 것으로 관측된다. 파죽지세의 성장 속도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10년에 걸쳐 9000억원 실적을 달성한 진기록에 견줄만 하다. 원샷 멀티비타민제 리딩 품목은 동아제약 오쏘몰 이뮨, 대웅제약 에너씨슬 퍼펙트샷, 종근당건강 아임비타 이뮨샷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정제+액상' 일체형 포장으로 높은 효능효과는 물론 복용·휴대 편리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공략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관련 분야 1위 제품은 동아제약 오쏘몰 이뮨으로 2020년 홈쇼핑을 통해 정식 출시(2017년 면세점 론칭)됐으며, 현재 백화점·온라인몰 등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오쏘몰 이뮨은 동아제약이 독일 오쏘몰사로부터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프리미엄 비타민으로 2022년 매출액이 65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1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0·2021년 실적은 87억·284억원으로 2년 만에 67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오쏘몰 이뮨의 폭발적인 성장 요인은 포괄적이고 다변화된 판매망 확보에 있다. TV홈쇼핑은 물론 온라인, 소셜커머스, H&B 스토어, 면세점 등 판매 채널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전략적 타깃망 형성도 매출 퀀텀점프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오쏘몰 이뮨의 핵심 타깃인 3040 여성을 대상으로 한 백화점 여성패션관·호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프리미엄한 오쏘몰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다. 만년필 브랜드 라미(LAMY)와 콜라보레이션·유명 아티스트와의 굿즈 캠페인도 눈에 띠는 마케팅 포인트다.대웅제약 에너씨슬 퍼펙트샷은 지난 1월 기준, 출시 8개월 만에 누적판매 200만병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에너씨슬 퍼펙트샷은 출시 3개월차에 50만병, 6개월차 100만병 판매를 기록,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판매량이 2배로 급증했다. 이는 복용 편의성이 높고, 기능성 성분이 꼼꼼하게 설계된 에너씨슬 퍼펙트샷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멀티비타민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갑진년 새해 한정판 '청룡에디션'을 출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대웅제약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건강몰 회원 고객들을 직접 만나 초점집단 인터뷰(FGI, Focused-Group Interview)를 지난해 상반기 3차례, 설문조사는 4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제품이 다양해서 선택이 어려움' '때 맞춰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 '기능별로 여러 제품을 다 챙겨 먹기 힘듦' 등의 소비자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고, 데이터화한 건강몰 후기 및 구매 고객 의견을 바탕으로 제품 리뉴얼 및 신제품 연구·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2022년 선보인 종근당건강 아임비타 이뮨샷도 가파른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론칭 초기 종근당건강은 TV-CF 메인 모델로 배우 유아인을 전격 발탁해 이른바 '유아인 비타민' 브랜드 홍보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달 기준, 아임비타 이뮨샷은 110만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3초에 1병씩 팔려, 자칭 '3초 비타민'에 역점을 두고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임비타는 세계적인 DSM사의 유럽산 비타민만을 100% 사용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반면 주요 일반약 종합비타민은 박스권 우하향 곡선을 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의약품 유통실적 자료에 따르면, 일동제약 아로나민 시리즈의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89억원으로 전년동기 411억원과 비교하면 30% 줄었다. 대웅제약 임팩타민 시리즈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95억원으로 2021년 3분기 누적매출 189억원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GC녹십자 비맥스·종근당 벤포벨·유한양행 메가트루 등은 전년대비 매출 증가 추이를 보였지만 2022년까지 높은 성장률과 비교하면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일반약 비타민제의 매출 부진은 건기식 '올인원 비타민' 시장 확대와 무관치 않다. 건기식·일반약, 분류는 다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광의의 카테고리는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다. 약사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약은 까다로운 광고심의 규정에 제한을 받지만 건기식은 사은품·가격할인 등 자유로운 마케팅 기법이 최대 강점이다. 만약 원샷 비타민이 일반약으로 출시됐다면 지금의 잭팟이 터졌을까. '같은 듯 다른 약-원샷 비타민'의 파상공세에 즈음해 시대에 맞는 광심의 개정과 재분류를 고민할 때다.2024-02-21 06:00:26노병철 -
[기자의 눈] 글로벌 유한양행과 회장 직위 신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유한양행의 회장 직위 신설은 '글로벌 유한양행'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파트너사와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회장 직위 신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현 직위 체제 정점인 대표이사 사장과 그 위로 신설될 대표이사 회장은 글로벌 미팅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회장은 말 그대로 회사에서 제일 높은 직위다. 그 다음이 부회장과 사장 순이다.글로벌 미팅에서 직위는 중요하다. 미팅의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다. 대표이사 회장이라면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유한양행은 국내 최상위 제약사다. 다만 글로벌에서 볼 때 매출 2조원에 불과한 한국제약사일 수 있다. 그만큼 글로벌 파트너사와 교류 시, 직위 등 어필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을 수 있다.국내 대형제약사 BD 고위관계자의 경험담이다."글로벌 미팅 시 파트너 직위는 자리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심지어 미팅에 누가 참석하는지에 따라 계약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시선에서는 대표이사 사장보다는 대표이사 회장이 계약의 결정권을 가진 인물로 판단할 수 있다."유한양행의 글로벌 사업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대표 사례는 렉라자다. 조욱제(59)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최우선 목표로 항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상용화를 꼽았다.지난해는 렉라자의 국내 1차 치료제 급여 적용 과제에 집중해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는 무대를 글로벌로 옮겨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NASH)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등 28개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서 라이선스 아웃 등 글로벌 계약도 염두해 두고 있다.유한양행은 덩치가 커졌다. 외형은 물론 글로벌화를 위한 내실도 갖췄다. 창립 100주년인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 도약'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외부적으로 글로벌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해석된다.이번 유한양행의 회장, 부회장 직위 신설 두고 설왕설래다.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장 2명, 부사장 6명 등 임원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궁금증이다.다만 회장 직위 신설은 유한양행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선제적 조치(직위 체제 유연함 등)라는 본질이 깔려있다. 회장이 누가 될 지보다는 본질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2024-02-20 06:00:16이석준 -
[기고] 대면투약 지키려다 약국시장 잠식될까 우려디지털 시대에서 기업들은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고객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이후 쿠팡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매환경을 뒤흔들며 이마트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엄청난 도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디지털시대, 새로운 소매시대에서 생존하고 성공하려면 오프라인 소매업체는 기술을 수용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또 최근 많은 산업 분야에서는 소비자와 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여 전체적인 소비자 경험을 최적화 하려는 소위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우리 약사사회는 오프라인에만 계속 머물러 있겠다는 기득권들의 세력 때문에 걱정입니다. 화상투약기, 디지털 처방전달시스템을 극심하게 반대하는 약사사회의 일부 리더들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도 될까라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인데, 국민 편의성을 전제로 13종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면투약을 고집하며 '화상투약기'를 설치하려는 약국을 압박하여 결국 철회시키는 등의 결과는 200여 한약사 개설약국에서 화상투약기를 설치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하게 했습니다.또 무료로 처방전 전달을 해주겠다는 '디지털 처방전달시스템'을 반대하다가, 현재 키오스크나 QR 업체들의 배만 채워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난 12월 15일부로 비대면진료 민간업체의 처방전달시스템을 인정해주는 꼴이 되었습니다.화상투약기는 심야시간 등 환자가 약이 필요할 때 화상투약기로 약사와 통화한 후 의약품을 살 수 있는 기기입니다. 원격으로 약사 복약지도가 이뤄지고, 약국 앞에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영상데이터는 6개월 간 보관된다고 합니다. 즉, 디지털 기술로 인해 약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못할 경우 도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약사직능을 강화하게 된 것이지요.물론 화상투약기를 처음 들었을 땐, 약사로서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 응대의 한계 등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디지털에 대한 불안이나 거부감도 있었을 것입니다.하지만 기술 발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고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견과 태도는 변할 수 있으며 그 이후로 새로운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약사회는 변화 없이 결국 대면 원칙, 오프라인 서비스만 하겠다라고 합니다(약사회는 10여년 간 한결같이 화상투약기 반대입니다.).지난 해 11월 과기부를 통해 '한약사 개설약국 화상투약기 설치 운영'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대한한약사회가 한약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치 신청을 받은 결과 200여 곳에서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한약국이 전국 800여 곳이라고 하니 약 25%가 화상투약기를 신청한 셈입니다. 결국 이러다가 한약국의 경쟁력만 키워주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약사회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되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건가요?과거에는 머리 염색약이나 살충제 등의 의약외품은 약국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해 소위 약국 효자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약국에선 구색 정도 밖에 안되고, 대형 할인점이나 편의점, 온라인 몰에 모두 내어 줬습니다.건강기능식품인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또한 약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했으나 약국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결국 약국에서 정관장 브랜드는 없어졌고,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거대 시장에서 약국 유통은 3~4% 정도로 미미한 현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최근에 들어서 건기식 소분을 통해 약국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와 더불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은 약사들에게 추천 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대국민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2011년 박카스와 같은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어 공식적으로 약국을 빠져나갔고, 2012년에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13종 품목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24시간 편의점으로 빠져나갔습니다.지금도 국민 편의성, 경제 활성화 쪽에 중점을 두고 안전상비의약품 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또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복지부가 분류체계만 바꾼다면 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해서 계속 약국을 빠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진정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은, 약국 안에서 운영되는 화상투약기 반대가 아니라 약국 밖으로 나가 있는 의약품을 다시 약국 안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아무리 부작용이 적은 의약외품, 안전상비약이라고 해도 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요? 결국 고스란히 개인의 몫입니다.약사사회가 나서야 할 곳이 이런 부분입니다.365일 언제든지 약사들이 국민 곁에 있음을 피력해야 합니다. 이때 화상투약기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약국 밖으로 빠져나갔던 약을 다시 약국 안으로 들여와야 합니다.우리나라는 '종이처방전' 뿐만 아니라 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 또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17조의2)정부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줄곧 전자처방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이처방전 방식에서 전자처방전으로의 전환을 시도해 왔지만 제도적으로 전국화 하는 데는 이해당사자 간의 이견으로 결국은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거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그러는 사이, 전자처방전 사업을 하는 민간업체는 중·대형 병원, 동네의원 할 것 없이 속속들이 그들만의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을 도입했고,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주변 약국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끌려가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키오스크, 2D 바코드 등으로 전송되는 제각각의 전자처방전을 받으려면 약국은 해당 민간업체 마다의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물론 약국 경비로), 건당 200~300원씩 부과되는 수수료로 인해 매달 나가는 고정경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과 특정약국 간 담합문제, 병원에서 키오스크로 약국은 지정해 놓고 오지 않는 일명 노쇼(No Show)까지도 고스란히 약국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처방전을 받는다는 대가로, 약국에서 민간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런 불공정한 구조는 세계적으로 아마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약사회는 병의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이 "표준화된 코드" 또는 "표준화 된 시스템"으로 약국에 전달돼 환자들은 전국 어느 약국에서도 내 처방전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정부 주도의 표준화 또는 디지털 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을 이뤄내야 합니다.약사회가 이제라도 디지털 기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태도를 달리 취하지 않으면, 정말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타이밍조차 놓치면, 현재의 약사 역할조차 쪼그라들고 의료계나 민간 플랫폼 업체에 휘둘리는 종속관계가 될 것입니다.이제라도 시대를 제대로 읽고 모든 산업들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소비자들의 경험이 어디까지 왔는지 캐치하여 우리 약국의 미래를 재설계 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합니다. 필자약력 -영남대 약대 졸업-DRxSolution 대표이사-약국체인 위드팜 부회장2024-02-19 14:15:47박정관 약사 -
[기자의 눈] 의대증원, 복지부-의료계 대화가 필요해[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요즘 누굴 만나든 화제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첫 단계인데 시작부터 쉽지 않다.의대증원은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 대두되면 항상 따라왔던 풀리지 않는 과제다. 정부가 발표하면, 의료계가 반발했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었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정원을 4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하자, 의료계가 총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고 결국 무산됐다.이번에는 조금 다른가 했지만, 또 다시 2020년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의대정원 확대가 화두로 떠올랐고,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올해 필수의료 4대 패키지가 발표됐다. 이 안에 내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지난해부터 의대증원과 관련해 국회, 정부, 여론이 뜻을 같이 했다. 공공의료인력 양성이나 인구 100명당 의사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의대증원을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한다고 하자 의료계의 반발이 시작됐다.올해 초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300~1000명의 의대정원 확대를 생각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의료계의 반발이 이렇게 크진 않았다. 하지만 2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오고, 당장 4월 총선 이전 의대별 정원을 확정하겠다고 하자 인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집단사직서 제출이 시작됐다.상황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와 의료계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매일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정부 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 그리고 집단행동 시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TV토론이나 젊은 의사들과의 대화 소통의 장이 열려 있다면 언제든지 토론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의료계도 궐기대회, 집단사직 등으로 그들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연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에 피곤해지는 건 국민이다. 정리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 계속 보고되면서, 사람들은 "정부가 의대 2000명을 증원하려는 이유는 뭐야?", "의사들은 왜 반대하는데"라며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당장 4월 총선 이전 의대별 배정인원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그 전에 분명 필요한 건 의료계와 대화다. 그리고 그 대화의 형태는 비밀이 아닌, 국민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생방송 토론 형태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4-02-19 06:05:05이혜경 -
[데스크시선] 간접수출의 완결성과 약사법 개정[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의약품 간접수출과 관련한 '약사법 개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021년 촉발된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 논란에 대한 협회 나름의 대응 조치다. 관련 법률의 명시적 규정 삽입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물론 미래 발생 가능한 사태까지 미리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약사법 시행령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 건의(간접수출과 관련한 확증적 규정 마련)'로 수출과 관련한 무결점 약사법 실현에 방점이 있다.제약바이오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서 당연한 일이며, 박수와 응원받아 마땅하다. 법령과 규칙의 구체성 확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번 사안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관련 법령·규칙의 보완은 크게 필요치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당위성과 합목적성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톡신 간접수출 논란은 행정오인과 행정착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개정 약사법은 이미 수출과 관련한 사항을 대외무역법으로 이관한지 오래돼 여기에 사족을 달 필요가 없다.간접수출 논란은 보툴리눔 톡신을 비롯한 생물학적제제 국가출하승인과 약사법상 수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출하승인제도는 품목허가를 취득한 의약품에 대해 제조단위별 검정시험 및 자료 검토 과정을 진행, 국내 유통 전 해당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제도다. 약사법 제53조1항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 중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및 국가관리가 필요한 제제의 경우 식약처장의 국가출하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하지만 국가출하승인제도의 목적은 국민보건 향상으로 의약품의 국내 유통에 초점이 맞춰 있다.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서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약사법상 단서 조항이 그것이다. 또 '2012년 국가출하승인제도 안정적 시행을 위한 질문집'과 '2018 자주하는 질문집'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본 약사법상, 의약품을 수출하려는 자는 내수 판매자에 해당치 않아 약사법 제53조 제1항에 따른 국가출하승인 의무도 없다.식약처가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휴온스바이오파마·제테마·한국비엠아이·한국비엔씨 등 7개 업체에 관련 보툴리눔 톡신제제 제조·판매 업무정지 및 회수·폐기명령을 내린 근거는 약사법상 '수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식약처는 의약품 취급권한이 없는 무역업체에 수출용 의약품을 전량 넘기고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은 약사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무역업체가 제조사에게 수출과 관련한 수수료만 지급받는 일명 '수여'에 대해서는 합법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식약처가 근거로 내세운 수여를 통한 간접수출 합법성 대법원 판례(2019도9639)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국내 불법 유통에 관한 판결로 이번 톡신 논란의 핵심인 수출 주체와 대금결제 방식의 법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이 판례는 무허가업자가 국내 체류 중인 불특정 다수 중국인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사건으로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국내 판매 행위를 수출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해당 사례는 간접수출에 대한 명시적 판결이 아닌 무자격자의 마약류 판매와 관련한 유상 양도·양수 사건에 불과하다.의약품 간접수출과 관련해서 절대 잊어져서 안 될 대전제가 있는데, 바로 수출과 관련한 사항의 대외무역법 이관이다. 이관, 말 그대로 약사법에서 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991년 개정 전 약사법 제34조에는 의약품 수출입업의 허가를 받은 자가 의약품을 수출입 하고자 할 경우 품목마다 보건사회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사법 개정 이후 수출입업 허가제가 폐지되면서 수출에 대한 규정이 삭제, 의약품 수출 규정에 관한 내용은 대외무역법으로 이관됐다.현행 약사법 제2조는 '약사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감정)·보관·수입·판매(수여를 포함한다)'고 명시, 수출에 대한 내용은 제외돼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협회 역시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2조 제11호·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근거해 무역업체를 통한 국가출하승인 의약품의 간접수출을 인정하고 있다. 수출은 약사법에서 명시하는 판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은 대법원 판결(2001도2479)은 간접수출과 관련한 합리적 판례로 인정받고 있다.서울서부지검 2016형제44811호 사건에서도 무역업체를 통한 주사제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국내)판매'에 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수출로 인정돼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피의자(제조업체)는 국내 수출업체에 주사제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이를 공급, 실제 외화 획득용 원료·기재구매 확인서 교부 등 간접수출과 관련한 모든 물적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 간접수출은 약사법 제47조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간접수출 합법성은 수사기관·서울남부지방법원·대법원 등에서 선언적 판시·대외무역법 이관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의약품도매상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수여 포함)할 수 없다'는 약사법 제47조에 따른 간접수출 불법화는 무지에서 비롯된 행정착오다.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2조와 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에 따라 무역업체의 전량 수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라면 기소 자체가 무고다. 간접수출 법적 근거가 확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약사법시행령 개정 건의는 무죄를 스스로 유죄라 칭함과 같다.2024-02-19 06:00:06노병철 -
[기자의 눈] 적막한 유통협회장 선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치열한 여론전도, 화끈한 공약도 없다. 오는 20일 열리는 37대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선거 이야기다.기호1번 박호영(69·위너스약품), 기호2번 남상규(74·남신팜) 두 후보가 출마해 선거전을 벌이고 있지만 주목도는 떨어지고 있다. 지지자 사이에서는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겠지만 정작 전체 선거 흐름은 인기투표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두 후보는 서로 간의 비방을 최대한 자제하며 ‘얌전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책토론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후보 간 합의점을 이루지 못해 실시하지 않게 됐다.두 후보의 공약은 유사하다. 유통업계의 권리를 수호하겠다는 기치 아래 2세 경영진의 회무 참여, 중소도매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 제약업계의 마진인하 방어 등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정책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공약 간 차별성과 구체적인 실행방안, 선거 흥행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다.이는 지난 선거와 대비되는 상황이다. 35대 유통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조선혜 지오영 회장과 임맹호 보덕메디팜 회장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세부 공약과 함께 외국자본, 일련번호 연기 주체 등을 들먹이며 상대 후보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조선혜 회장이 당선되며 선거레이스는 마감됐고 두 후보는 유통업계 권리 수호를 위해 함께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합의했다. 치열한 공방이 흥행을 불러일으키며 86%라는 높은 투표참여율을 기록했다.물론 선거에 참여한 후보 간의 비방과 여론전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공약이 아닌 친분과 인맥 등에 의존해 후보자들에게 투표해야 하는 이번 선거가 미래 유통업계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스럽다.유통업계의 위기는 매년 고조되고 있다. 피코몰, 블루팜코리아 등 온라인 의약품 유통몰에 대한 대응 방안과 저마진, 반품 이슈 등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간 유통업계는 현안들에 우려의 목소리는 표했지만 실제로 뾰족한 대응방안은 찾지 못했다. 새로운 유통협회장이 짊어질 책임은 무겁다.현재 선거는 백중세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어느 한쪽의 우위를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흔히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판세를 뒤흔들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후보에 관심을 가질만한 산들바람일지라도 지지를 이끌어 낼 돌풍을 이끌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통협회장 선거가 대선이나 총선만큼의 관심도는 아니지만 선거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도 풍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선거운동은 큰 변수 없이 미온적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차기 회장의 정책은 차갑고, 뜨거운 바람처럼 피부에 와닿는 내용들이 실현되길 바란다.2024-02-16 06:15:48손형민 -
[기자의 눈] '약배송' 없다는 약사회는 왜 2년째 비상일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정부의 파격적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사회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협상 모드였던 정부가 막판에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의사사회 내부도 혼란을 겪는 분위기다. 정부의 퍼런 서슬에 당장 투쟁 모드 돌입도 쉽지 않다보니 인턴들이 개별적으로 면허를 반납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정부 발표 직후 의사협회는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의원들은 “비대위에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고 전면적이고 강력하게 대정투 투쟁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비대위가 투쟁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투쟁 수단에 관한 결정 권한을 위임한다”고 결의했다.의사협회가 비대위 구성을 결정하는 배경이나 비대위에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원들의 결의를 보면서 이권 단체나 협회에 있어 비상대책위 체제가 갖는 엄중함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이 상황에 문득 현 대한약사회 비대위 체제에 의문이 들었다. 약사회는 지난 2022년 5월 비대위를 구성한 후 2년 넘게 유지 중이다. 사실상 약사회는 2년 가까이 비상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당시 약사회는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 약 배송 반대를 위해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고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비대위 명칭을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로 결정하고, 비대위 대응 목표를 ‘대면투약 수호 및 화상투약기 저지’로 정했다고 밝혔다.비대위 구성 이후 최광훈 회장을 비롯한 대한약사회 상근 임원, 공동비대위원장들은 매주 같은 날 모여 회의를 진행 중이다. 회무로 바쁜 임원들이 매주 회의를 준비하고 같은 시간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쉽지는 않을 일이다. 공동위원장으로서 지방에서 매주 비대위 회의를 위해 서울을 찾는 지부장들도 있다.하지만 그간의 정성에 따른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애초에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를 위해 구성된 비대위였지만 결국 화상투약기 실증특례는 도입됐고, 현재 투약기, 판매 가능한 의약품 품목 확대를 고려한 2단계 사업이 검토되는 실정이다.약 배송 역시 시범사업이 도입되면서 기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한시적 단계에서보다는 대폭 범위가 축소됐지만, 결국 제한적으로 일부 지역, 특정 환자에 의해 허용되는 게 현 상황이다. 이마저도 플랫폼들은 물론이고 정부도 약 배송 제한에 따른 불편을 지적하며 호시탐탐 약 배송 재논의와 허용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 됐다.결과보다 과정이라지만, 약사회 비대위는 지난 2년 간 어떤 논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대응 방안과 전략을 수립해 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간 한번도 약사회 비대위는 논의된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거나 공식적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약사사회는 2년 넘게 비상 상황이었고 그 상황을 불식시킬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비대위는 구성됐지만, 일련의 과정이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지난달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광훈 회장은 비대위 체제 유지의 이유를 묻는 질의에 “명칭 자체가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라며 “구성 당시는 화상투약기 설치 저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후에도 계속 약권수호를 위한 현안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권 수호란 명분 자체가 원 포인트 대응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복지부도 약 배송 허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하는 약사회가 왜 2년 넘게 비상상황인 건지, 현안 해결이 비대위 운영의 목적이라면 약사회 집행부는 왜 존재해야 하는건지 기자조차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데 전국의 회원 약사들은 어떨지 궁금하다.약사회가 현재 비상 체제에 놓여있는지도 모를 약사들이 많을 듯한데, 만약 그렇다면 이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2024-02-14 17:38:06김지은 -
[기자의 눈] 비대면이 대면 진료를 대체한다면[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대한민국 청년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바쁘고 돈이 아깝다는 등의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만 19~34세 청년 4000명(남성 1984명, 여성 201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1.6%가 '최근 1년 간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병원을 찾지 못한 이유로는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바빠서)'가 47.1%로 가장 많았고, '병원비(진료비)를 쓰는 것이 아까워서(의료비 부담)'가 33.7%, '약국에서 비처방약을 사먹어서'가 9.3% 순으로 나타났다.병원 갈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빠서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아파도 참고 일한다'는 우리나라 근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최근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시범사업 확대 50일을 맞아 실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로 인한 효과 및 국민 체감사례'에서도 유사한 응답이 나왔다.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시범사업이 확대된 이후 비대면 진료 건수가 7.3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굿닥과 나만의닥터, 닥터나우, 솔닥 4개사에 접수된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17만7713건으로 확대 이전인 2만1293건과 비교할 때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오후 6시 이후라면 초·재진이나 질환 경중과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니 진료 요청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원산협은 "비대면 진료의 94.6%가 야간·휴일에 이뤄져 바쁜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일과 시간 중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 자영업자 등은 물론 소아청소년과 대란, 일과 육아 병행으로 자녀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 등이 체감하는 제도 완화효과가 매우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제도 개선 과제로는 약 배송을 통한 비대면 의약품 수령 허용의 필요성을 꼽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꼬집었다.이들은 이어 "정부의 비대면 진료 확대가 일과시간 중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제활동인구, 특히 소아과 대란 등으로 자녀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의 의료 접근성 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이용자 대다수가 약 수령 절차 개선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의료소비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주체는 산업계가 아닌 '의료소비자'다. 원산협은 비대면 진료 이용자 5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인터뷰이 5명 모두 20~40대 직장인, 개인사업자였고, 이 가운데 4명이 약 배송이 필요하다는 식의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인터뷰이에 포함되는 연령층과 직장인으로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된 데 이어 약 배송까지 허용되면 얼마나 편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몸살이나 심한 장염으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거 같은 상황에서, 회사에 눈치가 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약이 집 앞까지 배송된다면 그 편리성은 매우 클 것이 자명하다.하지만 비대면 진료의 당초 목적이 '바쁜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지난해 12월 1일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보완방안은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원칙 하에 국민의 의료접근성 강화와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마련됐다'고 설명했다.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 경험자가 대면진료를 받아온 의료기관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통해 환자의 진료 이력이 관리됨으로써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의료접근성이 낮은 경우에는 국민 수요를 반영해 일정 기간의 대면진료 경험이 없어도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고 밝혔다.현재의 비대면 진료 실태를 보면 이 같은 원칙은 지켜질리 만무한 상황이다. 서울에 있는 환자가 대전에서, 부산에서 진료받고 다시 서울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는 상황이다 보니 그야말로 전국구 처방이 범람하고 있다. 여기에 정형외과 전문의가 안약을 처방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다이어트약을 처방하다 보니 처방일수나 용법·용량을 무시한 처방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의사들조차도 듣고, 보고, 얘기를 나눠 봄으로써 진단을 할 수 있는 과정이 생략된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런데 바쁘고, 소아과에 줄 서는 시간이 아까워 대면 진료 대신 비대면 진료로 대체한다면 장기적으로 발생할 파급효과는 실로 걷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된다. 여기에 일반약 배송은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에도 억측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코로나19를 겪으며 잠시 잠깐 정착됐던 문화가 있다. '아프면 쉬는 문화'. 아프지만 병원 갈 틈도 없는 근로자에게 비대면으로 약을 조제 받아 더 열심히 일하는 제도를 만들기 보다는 병원에 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쉴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근무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나아가 법제화를 하는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 대상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분명한 지침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2024-02-13 15:45:41강혜경 -
[칼럼] 보건의료 패러다임...변해야만 할까, 변할건가1980년대 빌 게이츠는 그의 저서 '생각의 속도'에서 인터넷과 IT 발달로 말미암아 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들은 점포 없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와 같은 예견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당시 인터넷 보급과 IT 발전 속도는 급격한 것이었고 많은 식자가 그 견해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년 지난 지금, 여전히 대형 은행들은 목 좋은 상권에 점포를 내려 하고 인터넷 뱅킹이라는 전산화 된 은행의 형태를 아우르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 오프라인 은행을 이용하기도 하고 인터넷 뱅킹을 활용하기도 한다.보건의료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격랑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보건의료계 내부에서도 변해야 한다는 요구는 상존하고 있었다. 더불어 IT발전에 기반한 사회 저변의 변화 또한 진행되고 있었던 터에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변화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를 범람했던 코로나 사태는 보건의료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며 제약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원격의료 도입, 디지털 헬스케어 확대, 지역 보건의료 확충, 보건의료 인력 증대 등 보건의료 소비자들을 향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촉발시키는 촉매제가 됐다.이에 따라 디지털치료제 및 의료기기 등에 관한 법안이 제정되는가 하면 찾아가는 방문의료 및 약료서비스 시범사업이 확대되고 이에 대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점에 대한 보건의료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확대 실시되고 있고 의료계를 비롯한 보건의료 인력의 급격한 확대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약사사회 민감한 화두인 약 배송에 관련된 사안도 조만간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외에도 디지털 치료제 등 의약품 영역의 확대, 새로운 보건의료 인력 간 역할 분담, IT산업 및 타 분야와의 융합 등 약사직능 또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여러 정책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이와 같은 방향성의 맥락은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질병 치료의 축에서 질병예방 및 건강 증진을 축으로 하는 그리고 인적 자원에 대한 정성적 보건의료 서비스 중심에서 ICT 등 디지털화 된 측면을 부가하는 전환을 내포하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수년 내 현격한 체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는 것이다.환경 운동가로 변신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 미국 부통령 엘 고어는 한 연설에서 "기후 위기 앞에 우리는 변화해야만 할까?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할 것인가?"등 3가지 질문을 던졌다.'기후 위기'를 '보건의료 격변기'로 바꾸어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기에 맞닥뜨려 우리는 변화해야만 할까?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할 것인가?"답은 우리에게 있다. 칼럼을 시작하며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를 인용한 것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의 단초를 빌리고 싶었던 까닭이다.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그에 대한 우리의 답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필자약력 사회약학박사·경영학 석사 현) 대한약사회 정책·홍보 수석 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원장 전) 대통령직속북방경제협력위원회 특별위원 전)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초대본부장 전) 대한약사회 상근 정책위원장2024-02-13 09:09:29데일리팜 -
[기고] 약사회? 플랫폼? PPDS는 누굴 위한 것인가2023년 5월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비대면진료는 막을 내리고, 정부는 의료법 개정전 제도 공백을 최소화 하고자 6월1일부터는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시범사업은 진료대상 축소 및 엄격한 관리강화 등으로, 지난 12월15일 전격 확대안 발표전까지는 이용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비대면진료 업체 상당수가 영업을 중단하거나 사업방향을 바꾼다고 했습니다.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은 2023년 6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는 각 일평균 70~200건 수준의 진료요청을 받았고, 이중 10~15%만 이행돼서 사실상 하루 10건도 채우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발표했습니다.당시 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한 2023년 6월 비대면 진료건수는 153,339건으로 코로나19 한시적 비대면진료(2020년2월~2023년5월) 월평균 222,404건과 비교 시 69% 수준이고, 전체 외래진찰건수 대비 비중은 0.2%로 시범기간 이전 비율(0.3%)과 비슷합니다. 작년 12월15일, 정부는 비대면진료의 확대시행을 전격 발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위기였던 비대면진료 업체들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어떤 업체는 이전 대비 의뢰건수가 몇천 배나 늘었다고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원산협에 따르면 닥터나우, 굿닥, 나만의닥터 등 3대 비대면진료 업체가 시행 첫주(12월15일~22일) 하루 평균 1,173건의 진료요청을 받았고, 한달 뒤인 1월8일~14일 일평균은 1,314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확대 시행 전인 2023년11월1월~12월14일까지의 일평균 192건에 비해 7배 증가한 수치입니다.현재 비대면진료 민간업체는 20여개가 운영 중인데, A사에만 가입한 약국 수가 1500처를 넘었다고 합니다.시범사업 시작 당시인 작년 5월말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약국이 민간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자 '민간 플랫폼과 연동하는 방식'의 처방전달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공적처방전달시스템(Public Prescription Delivery System, 이하 PPDS)'이라 불렀습니다.(공식적으로 약사회 차원의 디지털 처방전전송시스템이 탄생함)약사회장이 직접 지역약국을 돌면서 PPDS 가입을 적극 독려하였고 회원들은 PPDS가 비대면진료를 막을 수 있다고 믿고 기꺼이 동참하였습니다. 현재 PPDS에는 1만6000여 약국이 가입하였고, 총 6개 민간업체(굿닥, 솔닥, 원닥은 연동중, 추가로 바로닥터, 모비닥, 헬로100 연동예정)가 연결되었으며, PPDS를 통해 처리되는 처방건수은 하루 20~30건 정도로 들었습니다.처방전전달시스템에서, 처방전을 보내는 곳은 의료기관이고, 약국 선택은 소비자 몫입니다.PPDS가 처방전을 보내는 곳도 아니고, 선택할 수도 없는 입장인데 어떻게 PPDS가 비대면진료를 막고 회원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 참 의아합니다.적어도 PPDS가 성공하려면 정부에서 법적으로 PPDS를 공적처방전달시스템으로 인정해 주거나 대한민국 모든 약국들이 PPDS에 가입하여 이 시스템을 통한 처방전 아니면 우리는 비대면 처방전을 받지 않겠다는 결연한 합의와 의지가 필요합니다.그렇지 않으면 PPDS는 의사회나 병의원 등 유관단체 및 비대면진료 민간업체에 우리도 처방전전달시스템을 갖춰야겠다는 명분만 주는 꼴이 됩니다. 실제 의사회에서는 자체적 처방전전달시스템 출시를 위해 이미 준비 중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여기서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12월15일 비대면진료가 전격 시행되면서 팩스. 이메일, 앱을 통한 처방전 전달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입니다.(처방전 위변조나 재사용 방지 등 처방전 관리 강화를 위해,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되어야 하고, 이때 전달방식은 ①팩스 ②이메일 ③앱을 통한 전송 3가지이며 앱 이용 시 처방전 다운로드는 금지한다)즉, 대한약사회가 만든 PPDS로 인해 비대면진료 민간업체의 앱을 통한 처방전 전달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길을 터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지금까지 민간업체의 디지털 처방전전달시스템을 반대하던 약사회가 PPDS를 만듦으로써 명분을 잃었을 뿐 아니라 이를 인정해주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나아가 약배달까지 허용되면 개설약사 입장에서 실제 처방전을 받게 해주는 민간업체 처방전달시스템을 기꺼이 이용할 것이라는 겁니다.비대면진료 민간업체의 처방전달시스템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약배달까지 이루어진다면 정말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사태가 발생됩니다. (약배달을 금지하는 대한약사회 PPDS에 민간업체들이 더 이상 머무를 일이 없고, 업체들은 이미 약배달에 집중하여 있을 것입니다)우리 약국은 단순히 조제만 하는 곳이 되어, 대부분의 동네약국은 설 곳이 없어지는 중국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는 거지요. 정말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자꾸만 이런 형태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정말 걱정이 됩니다.지금이라도 정부가 '공적 처방전전달시스템'을 만들도록 약사회는 전방위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스웨덴, 덴마크, 일본 등 외국 사례를 공부하여, 민간업체(의료기관 포함)가 아닌 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피력하고, 공적 시스템 구축을 이뤄내야 합니다.약료에는 필히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처방전은 공공 플랫폼으로만 전송해야 합니다. 이윤추구가 최우선인 민간업체가 주도하게 되면 개인정보보호에도 문제가 되고 결국 국민건강에 문제가 발생합니다.약사회는 회원들에게 PPDS에 머물라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 약국의 청사진과 대책을 마련한 후에 투명하게 전달해 회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약사회의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며, 약국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필자약력 -영남대 약대 졸업-DRxSolution 대표이사-약국체인 위드팜 부회장2024-02-12 23:05:08박정관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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