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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번약국이란 말 폐기처리 할 시점이 됐다당번약국이 문제란다. 얼마전 한 방송이 그랬다. 당번약국들이 문을 열지 않아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원성을 담았다. 그리고 이 문제를 조명했다. 초등학교시절 당번이 있었다. 요즘 나오는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선 쪽지시험 성적이 신통찮은 학생들이 당번을 맡았지만, 예전엔 돌아가며 했다. 당번은 남보다 더 일찍 등교해 주전자에 새 물을 채우고, 컵을 닦아 정렬해 놓았다. 수업이 끝나면 칠판을 깨끗하게 지우고, 작은 양손에 지우개를 끼워 탁탁 부딪혀 분필가루를 날려버렸다. 이 때 당번은 학교안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원이자 요소였고, 그건 의무였으며, 그에겐 책임이 따랐다. 교실안에서 문제가 있을 때면 학생들은 너나없이 "당번"이라고 외쳤다. 물론 체형이 왜소한 학생이 덩치 큰 당번에겐 쉬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당번을 부르지 않더라도 온갖 굳은 일은 마땅히 당번이 해야한다고 믿었고, 학생들은 심리적 자유를 얻었다.당번약국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당연히 사회 전반에 '당번을 선다'는 개념도 아니다. 휴일이나 명절 때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며 인용한 용어다. 대한약사회는 일정한 숫자의 약국 문을 열도록 협력하면서 당번약국이란 말을 스스로 썼다. 대한약사회 정관에도 언급될 만큼 익숙한 말이 당번약국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약사사회 안의 용어리는 뜻이다. 요사이 통용되는 당번약국의 출생 비밀은 알고보면 아이러니하다. '이번 주 일찍 문 닫을 약국은 어디지'라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태어난 용어기 때문이다. 과거 70~80년대엔 좀처럼 문을 닫지 않은 약국이 골치거리였다. 당시 전문지들은 '쪽문을 열고 손님을 받은 약국을 어찌 징계한다'는 내용을 많이 보도했다. 의약분업 이후 의원따라 평일 일찍 문닫고, 주말엔 아예 문을 열지 않는 약국이 많아 당번약국이란 말이 일상화된 것과 다르다. 격세지감이다.당번약국은 작년 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란을 정점으로 주목 받았다. '주말과 휴일 당번약국 잘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테니 편의점 판매만은 하지 말아 달라'며 약사들 제시한 대안이었다. 결국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시행됐고, 당번약국이란 용어도 죽지않고 살아 남았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학생들이 '당번'이라고 불렀듯 수시로 '당번약국'을 호명하고 있다. 야박하게 들릴지 몰라도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휴일 등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상비약 편의점 판매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당번약국이라는 용어는 폐기돼야 마땅할 것이다. 최소한 용어라도 말이다. 약사회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봉사약국도 대안용어 중 하나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용어는 약사 입장에선 공감될지 모르나 일반인 입장에선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용어다. '약값 받는데 봉사약국이라고?'같은 공연한 시비도 예상된다. 이 보다 가치중립적인 휴일 근무약국 등이 무난해 보인다.가만보면 약업계엔 오해를 부를만한 용어들이 적지 않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대체조제가 대표적이다. 대체엔 질과 양이 담보되지 못한 짝퉁의 냄새가 강하다. 동일성분 동일함량 동일제형 조제가 최적이지만 동일성분 조제라는 말이 괜찮을 것같다. 약사감시도 빼놓을 수 없다. 약사감시라면 약사(藥師)에 대한 감시로 오인되기 십상이다. 정확한 의미는 약을 둘러싼 일의 감시, 다시말해 藥事감시다. 감시라는 말도 지도나 조사라는 말이 더 객관적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藥務조사 혹은 藥務지도라는 용어가 통상의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야약국도 마찬가지. 늦은 밤이라는 의미지만, 밤을 샌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와 계약을 통해 환자가 필요한 시간이나 문을 닫고 있지만 인터폰을 활용하도록 한 심야약국조차 밤새 문을 열지 않았다는 시비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언어가 인식을 지배한다는 점을 보면 새로운 용어선택엔 신중을 기해야 겠지만 기왕에 통용되는 말도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재정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2013-07-10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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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강태욱 변호사(왼쪽)와 박성민 변호사한때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많이 약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수집, 이용되는 개인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발달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점점 커졌다. 해킹에 의하여 수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회사의 직원이 회사의 고객 정보를 팔아넘기는 등이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였고, 개인정보를 침해당한 고객들이 집단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피해자 1인당 2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이 사건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는 3,500만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출당한 피해자들 중 1%인 35만 명만 소를 제기한다고 하여도 회사가 지급해야하는 손해배상액이 700억 원에 이른다).2011. 9. 30.에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일반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에서 특별히 정한 경우가 아닌 한,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제공, 위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한 경우, 그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형사 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을 하거나 과태료(5천만 원 이하 등),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유관기관과 팀을 구성해서 실태 점검을 실시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보험회사들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합동 점검이 있었다고 한다.다음은 일반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개인정보 보호 체크리스트이다. 일반적인 개인정보 보호 체크리스트 * 수집하여 저장, 관리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항목확인.* 수집 시에 목적을 특정하여 수집 동의를 받았는지, 민감정보, 고유식별정보의 경우 별도의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확인.* 해당 정보가 계약의 이행을 위한 필수 정보 이외의 것이 있는지, 법령 상 수집 근거가 있는 것인지 확인.* 개인정보 취급 업무 위탁 시 위탁계약서가 법상 요구사항을 포함하는지 내용 확인.*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제공에 대한 동의가 있었는지 확인.* 법에서 정한 기술적, 물리적, 관리적 조치를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 확인.* 전산시스템 상 접근권한 관리, 비밀번호 작성규칙, 접근통제시스템, 보안프로그램, 물리적 접근 조치, 개인정보처리방침, 관리계획,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지정 등 정책 수립 및 이행 여부.* 수집·이용하는 고유식별번호(ex. 주민등록번호)가 있는지, 이를 저장하는지 여부 확인.* 서버 및 업무용 PC에 암호화 작업이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 보관 목적이 경과한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파기하였는지 여부 및 파기 사실 관리 여부 확인. 그런데 제약회사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논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제약회사도 다른 일반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집, 이용하는 개인정보(고객들이나 임직원, 환자, 임상시험 대상자 등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래에서는 제약회사의 특수성을 반영한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려 한다.1. 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 등을 하면서 수집된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면 그 정보를 개인정보로서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지 여부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하는데,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도 포함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IMEI와 USIM 일련번호만으로는 개인을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통신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하므로, 그 일련번호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한 적이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2. 23. 선고 2010고단5343 판결). 따라서 이 판결례에 따르면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면 그 정보는 개인정보로서 보호되어야 한다.2. 의사, 약사 등 HCP(Health Care Provider)의 개인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명함을 이용하여 수집하는 경우 별도로 HCP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그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HCP가 자신의 명함을 제공한 경우, 그 정황에 비추어 명함에 있는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동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HCP가 자신의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올린 경우 그 정보를 공개한 목적과 정황으로 볼 때 사회통념상 이용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목적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HCP가 명함을 제공하거나 인터넷에 정보를 올릴 때 전제하였을 이용범위를 벗어나서 그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3. 학회를 통하여 의사 등의 개인정보를 받는 경우 수집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여부학회로부터 HCP의 개인정보를 공식적으로 제공받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3자(학회)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학회가 정보주체(의사 등)로부터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학회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제약회사는 그 정보주체에게 출처 등을 고지하기만 하면 된다. 이 때, 학회가 정보주체로부터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제약회사가 확인까지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4. PMS나 부작용 사례 보고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여부Regulatory PMS의 경우, 약사법 제32조,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3-185호에 의한 신약등의 재심사기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는바, 그 범위 내에서는 법령에 의하여 보고의무가 발생하게 되므로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 등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실무상으로는 Regulatory PMS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그 보고 목적만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체적인 연구목적 등으로 활용하므로, 그 범위 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수집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부작용 사례 정보를 식약처 등에 제출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식약처 등이 아닌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원칙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보주체가 식별되지 않는 상태로 학술연구, 통계목적으로 제3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동의없이 제공할 수 있다. 익명으로 처리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제약회사의 계열사나 모회사 등도 제3자에 포함되므로 계열사나 모회사, 본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제3자 제공에 해당하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서버에 대한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포함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법무법인 강태욱 변호사와 박성민 변호사가 공동 집필했습니다.2013-07-08 11:49:53데일리팜 -
리베이트 쌍벌제 개선 용두사미 안돼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의산정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유형과 내용에 맞춰 5개 실무소위원회를 구성한 이른바 '축조협의'다.복지부는 소위원회별 대표단체를 지정했지만 다른 단체도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복지부와 대표 단체만의 실무소위로 진행되고 있다.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실무소위원회 위원들은 복지부가 제도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협의에 나서고는 있지만 의견수렴에 그칠 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데일리팜은 지난 3~4월에 거쳐 리베이트 3부작 11꼭지의 기획시리즈를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이 모호하거나 규제가 의학발전을 가로막는 사례를 발견됐다.다른 한편으로는 CSO를 빙자한 신종 리베이트 문제를 지적해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고, 병원 약사위원회의 우월적 지위와 리베이트와의 연계 가능성을 폭로했다.데일리팜은 이 일련의 기획을 통해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주고, 현행 법령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그리고 의사협회가 꺼낸 의산정협의체에 주목했다.그러나 2개월 가량 뒤늦게 시동이 걸린 의산정협의체에서 이런 진지한 논의가 폭넓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의산정협의체 논의가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를 합리적인 체계로 거듭나도록 개선하는 조정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처벌은 더 강하게, 불합리한 과잉규제는 자율에 맡기도록 전향적으로 손질하자는 이야기다. 모처럼 마련된 정부와 의약, 산업계의 고민이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된다.또한 의산정협의체는 일회성 논의기구가 아닌 분기나 반기 단위로 소집되는 상설협의체로 활용돼야 한다.2013-07-08 06:30:00최은택 -
"약대 6년제 왜 필요하냐는 말 듣지 말아야""대체 약대 6년제가 왜 필요하냐며 물어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답답하고 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학생들이 배출됐을 때 얼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도 걱정되고요."최근 기자와 만난 한 약대 학장은 정부 관계자나 지인을 만날 때 조심스럽게 약대 6년제 필요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면 자괴감마저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학장은 기존 이론, 물질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환자중심 실무교육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약대 6년제 시행이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처방, 조제에 있어서 약사가 의사와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 해 나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하지만 학장은 의구심을 제기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 거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지금의 약대 교육 현실이 6년제 약대 기본 취지나 '원대한' 목표와는 달리 실무실습 교육과정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올해 대학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각 약학대학들의 현장 실무실습 교육이 본격화된다.하지만 실무실습 교육 대안이나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아 각 대학별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게 약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약대가 6년제로 바뀌면서 약교협 차원에서 실무실습 프로그램과 관련한 공통적인 교안, 프리셉터 선정과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교육 기관도 제대로 설정되지 않아 학장들이 지역 약사회를 찾아다니며 실습약국 지원을 요청하고 인맥을 통해 제약사에 학생을 '밀어넣기' 식으로 실습에 참여시키고 있다.병원약국 역시 대학병원을 갖추고 있는 약대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학생들을 받아줄 병원 찾기가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이제라도 각 약학대학 교수와 교육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실무실습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약대 6년제가 왜 필요하냐는 사회적 인식을 불식시키 위해서는 차별화 되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 실무실습 교육에 절실할 때이다.2013-07-04 09:49:22김지은 -
전문약 전환, 만사형통 아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 추출로 사회 문제가 된 슈도에페드린 성분 함유 감기약의 전문약 전환을 최우선 대책에서 제외하고, 판매량 제한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는 매우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다. 식약처의 국회 현안보고에 따르면 1단계는 슈도에페드린 취급량 급증업소를 지도 점검하고 약국이 자율적으로 판매량을 제한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며, 이같은 조치에도 효과가 미진한 경우 마약류유통관리시스템을 구축과 함께 전문약 전환을 검토한다는 게 2단계 대책이다.사회가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필로폰 등 마약류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슈도에페드린 함유 감기약이 문제가 된다면 이 역시 간과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실효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슈도에페드린 성분 함유 감기약의 전문약 전환은 빈대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강할 뿐 실 이득은 없는 일이다. 빈대는 잡아 좋을지 몰라도 날아간 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판단도 필요하다. 프로포폴 주사는 엄연히 전문약인데도 일부 의사들과 연예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오남용의 결과를 초래했다.슈도에페드린 성분 함유 감기약의 전문약 전환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측면서도 고려해봐야 한다. 늘어나는 건보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경증질환에 대한 비급여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마당에 모든 코감기 환자마저 보험에 편입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마땅히 감기약에서 마약을 추출하는 범죄의 연간 발생 및 사회적 비용과 전문약 전환에 따른 건보재정 증가라는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비교 검토해 보아야 할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경찰이 도둑을 잡아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마약 당국이 예의 주시하며 범죄를 사전 예방하고 적발하는데 주력하면 될 일이다. 이와 함께 식약처의 조치가 병행되면 충분한 조치가 될 것이다.2013-07-04 06:30:0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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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하는 식약처가 신뢰받는다지난주 국민적인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자궁경부암예방 백신 부작용 논란이 그것이다.일본에서 발생했던 부작용 이슈가 현해탄을 건너 한국까지 날아왔다.일본 후생성은 지난 달 서바릭스 허가사항 부작용 항목에 급성파종성뇌척수염과 길랑바레증후군을 추가했다. 한국 역시 후속조치로 허가사항 변경을 지시했다.이후 일본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사례가 보고됐고, 국내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해당하는 '적극 접종 권장'을 중단했다.CRPS 발생과 백신 부작용간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또 접종을 중지하거나 금지하지도 않았다.식약처 또한 허가사항 변경내용을 의약사에게 배포한 것 이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이 사이 국민적인 불안감은 높아져 갔다. 언론이 연일 부작용 관련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이다.일부 언론은 '적극 접종 권장' 중단 이유였던 CRPS와 무관한 다른 이상반응까지 사례로 제시해 불안감을 더 키웠다.일부 산부인과는 백신을 접종받은 여성들의 전화문의로 업무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보다 못한 산부인과의사회가 자궁경부암 백신이 알려진 것처럼 위험하지 않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적극 나섰다.식약처는 이 때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궁경부암 백신과 부작용간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여서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국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면 정부가 적극 사실확인에 나서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식약처 승격 100일, 식의약품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해선 할 말은 하는 식약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2013-07-02 06:30:01최봉영 -
모두 똑같은 방식의 수출지원 의미없다역시장은 흔히들 총성 없는 전쟁터라 한다. 서로 통상정책을 펴면서 자국의 이익을 얻고자 혈안이 되어있다. 과거 미국이 공산품을 수출하고자 시장자유화를 위해 1947년 GATT 협정을, 1995년에는 WTO 세계무역기구를 출범시켰다. 전자는 관세장벽에 후자는 특허 등 비관세 장벽에 초점을 맞추었다.특히, 의약품에 대해 1995년 출원일로부터 20년이라는 독점권을 특허권자에게 주도록 했고 이를 통해 오리지널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은 특허권을 이용 현재까지도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20년 특허권도 모자라 자료독점권을 요구하고 최근에는 허가 특허 연계를 통해 허가 시 특허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특허가 1일 연장하면 매출액이 큰 품목은 막대한 이득을 특허권자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진국은 자국 제약기업들과 연대하여 국가의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한편, 부존자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대한민국이 국민 1인당 소득 등 여러 가지 지표에서 선진국 대열에 서 있게 된 것은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수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자원빈국이라는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국가 전체가 '輸出入國' 이라는 슬로건 하에 한 방향으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러운 것은 최근 제약업계가 의약품 가격인하, 지속되는 리베이트 근절대책 및 세계적 불황이라는 삼각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변단체, 협회 할 것 없이 유일한 돌파구를 수출로 삼아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보건복지부도 많은 도움을 주고는 있으나 예산 지원 등 업무는 복지 업무에 밀려 차선 또는 차 차선으로 언감생심 꿈꾸기도 힘들고, 최근 조직이 커지고 힘이 실렸다고 하는 식약처 또한 성격이 규제기관이라 수출지원에 관한 예산편성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따라서 이제는 모두들 똑같이 똑 같은 방식의 수출지원을 외치지 말고 지원의 방향성과 각 기관의 Identity를 가지고 접근해서 실질적인 수출지원에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직능단체는 그 야말로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업무를, 정부 기관 등 관련기관은 위 선진국처럼 제도 개선 등 통상 정책을 연구 개발하여 수출 대상국에 요구하는 업무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각 기관별 수출 지원의 방향성과 Positioning이며 창구 일원화인 것이다.2013-07-01 06:29:02데일리팜 -
CEO 모임 도착 순서는 연봉순? 기회를 잡자보건산업진흥원이 서울 노량진에서 충북 오송으로 옮긴지 3년째가 된다. 필자는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KTX로 매일 출퇴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곤 한다. KTX는 정해진 출발시간에 맞추어 출입문을 닫는데 바로 그 순간에 도착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서울역에 들어서면서부터 뛰어서 달려온 사람들이다. 기차를 놓친 후의 반응도 다양하다. 황당하게 문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너무 아쉬워 출입문을 손으로 쿵쿵 두드리는 사람 등.그러나 한번 닫힌 KTX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종착역까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문을 열고 닫히면 약 1~2분이 소요되며 이런식으로 종점까지 수차례 반복되면 약 20분 이상 늦어져 고속열차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필자도 KTX를 타면서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다. 한번은 너무 달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속이 울렁거린 적도 있었다.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그런 다짐도 오래가지 않고 또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한번은 세미나 발표장에 늦게 도착해 숨을 고르지도 못한 상황에서 마이크를 받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앞 사람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숨이 차서 토론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숨만 헐떡거린 경험도 있었다. 반대로 제약사와 관련 된 회의나 세미나를 주최하다 보면 어떤 제약사는 항상 늦지 않고 빠지지도 않는다. 그런 제약사는 여지 없이 영업실적도 우수하다. 시간을 지키는 것은 개인 차원의 성향도 있지만 회사차원의 특성도 있는 것 같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 답은 간단하다. 일찍 출발하는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VIP들은 항상 약속시간 30분전에 미리 와서 차를 마시고 기다린다. 이것은 습관이다. 모 CEO 모임에서는 연봉이 큰 CEO 순서대로 온다고 한다. 늦는 사람은 항상 늦는다. 이렇게 늦게 되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다른 것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늦은 시간까지 축구경기 시청, 잠에 대한 집착, 술자리, 식사시간, 잔무 등을 포기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제약산업에는 2000년 초반의 의약분업부터, 최근의 약가 인하까지 중요한 환경 변화요인이 있었다. 환경변화에 미리미리 준비한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점점 성장대열에서 탈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사업을 운영할 운영사를 선정하였다. 이 펀드는 보건복지부가 200억원을 출자하고 정책 및 민간 자금을 활용해 총 1천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조성자금을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제약기업의 M&A, 기술도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자금의 조성시기는 8월말까지로 직접 투자시기는 9월부터이나 관심있는 제약사들이 운영사와 진흥원을 찾아 오고 있는 상황이다. 발빠르게 움직이며 투자처를 찾고 있는 제약사에게 펀드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요즘같이 예측 불가능한 경제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유효한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략실행 시점 즉 타이밍이 아닐까 한다. 즉 기차 문이 닫힌 후에 도착한다든지 허겁지겁 도착해서 기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미리 도착해서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다. 늦지 말자는 칼럼을 쓰면서도 오늘도 칼럼을 써야할 시간을 넘기는 나 자신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2013-06-27 09:44:45데일리팜 -
과도한 안전조치, 산업저해 우려된다식약처가 의약품 안전 대책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는 방안들이 업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유통의약품 수거 생동성시험이나, 코감기약 성분인 슈도에페드린 함유 복합제의 전문의약품 전환 검토가 그것이다.아직 검토단계라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순 없지만,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 해당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사실 두 방안은 예전에도 논의된 적이 있다. 당시 식약청은 산업 저해 등의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유통의약품 수거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의사단체 등에서 제기한 문제다.유통약 생동시험으로 제네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굳이 못 할 이유도 없다.하지만 대조약의 불균일, 비용주체 등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더구나 유통의약품 생동성시험이 제네릭 신뢰회복으로 연결돼 처방이 늘어난다는 근거도 없다. 약효시험이 처방패턴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네릭은 약값과 마케팅이 처방을 좌지우지한다. 또한 사전 인허가 과정에서 행해졌던 품질과 약효시험을 추가비용을 들여 발매 후에도 실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취지야 그럴듯 하지만, 그로 인해 전가되는 부담이 너무나 크고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몇 년전 식약청도 고개를 흔들었던 방안이 갑자기 왜 튀어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슈도에페드린 함유 복합제의 전문의약품 전환 방안 역시 과도한 안전 불안감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물론 해당 성분을 마약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약국을 통해 쉽게 코감기약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작년 전면 재분류 조치에서 보여주듯, 전문의약품은 안전성, 일반의약품은 접근성을 중시하고 있다.과연 슈도에페드린 함유 복합제가 환자의 부작용을 걱정할 만큼 위험한지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또 이 약을 대체할 일반의약품 코감기약도 부족한 상태다.더욱이 오랫동안 일반약으로 자리를 한 제품군이라 전문약 전환으로 매출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매해 생산실적도 약 500억원으로 작지 않다.식약처도 이런 문제들을 잘 알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원칙만 지켰으면 한다.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조치라면 바로 폐기하고, 업계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2013-06-27 06:30:00이탁순 -
연구자를 위한 변명-신약개발이 어려워진 이유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활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여전히 이루기 힘든 과제다. 과거에 비해 시간과 돈은 더욱 많이 소요되고 있으나 승인되어 나오는 신약의 개수는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신약개발을 위한 환경은 어려워지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으며 생산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만큼 신약개발에 임하는 각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각 신약연구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FDA가 허가한 신약의 개수를 보면, 1996년 부터 2004년까지 매년 평균 36개의 신약이 승인되었다. 그후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액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연 평균22개로 급감했다. 최근 들어 2011년과 2012년에는 신약 승인건수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나 장기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신약개발은 부쩍 어려워진 느낌이다. 이런 상황은 왜 만들어진 걸까?우선, 신약이 될만한 것들은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좋은 신약들이 많이 나왔다. 그 동안 축적되었던 기초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질병 메카니즘에대한 이해가 증진되면서 질병을 좌우하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새로운 약을 찾아낼 수 있었던 덕분이다. 또한, 이 시기는 high-throughput technology가 신약개발에 도입되어 연구 개발의 생산성을 증대시킨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교적 손쉽게 발견하거나 합성하기가 쉬웠던 약들이 개발과정에서 약효와 안전성 평가를 거쳐 이 시기에 무수히 시장에 나왔다. 순환계질환, 대사성질환, 관절염, 통증, 소화기질환, 감염성질환 등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그 예에 속한다. 이런 결과로 이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꼭꼭 숨어있는 약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약 발견이 어려워진 것이다.이제, 많은 제약사들이 질병 메카니즘이 더욱 복잡한 질병에 매달려 신약 개발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신약개발의 실패율이 높아진 것도 요인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치매 (Alzheimer’s disease) 치료제를 들 수 있다. 치매가 의학적으로 처음 보고된 지 100 년 이상이 되었지만 아직껏 치매의 원인에 대해선 정설이 없는 실정이다. 현상적으로는 치매 환자의 뇌속에 베타아밀로이드 (β-amyloid)가 축적되는 것이 관측되고 있지만 이것이 치매의 원인인지 아니면 증상으로 나타난 결과인지 분명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타우단백질(Tau protein)이 새로운 타겟으로 주목받지만 그 유효성은 연구들이 더 진행되어야만 알 수 있다. 현재 100 개가 넘는 치매용 신약후보물질들이 임상실험을 치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약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Genomics와 proteomics의 발전으로 새로운 타겟 단백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의 경우 그 타겟 단백질과 질병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바람에 질병과의 관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타겟을 정해놓고 제약사들이 개발에 나섰다가 결국 임상실험 단계에서 좌초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신약후보들이 임상2상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데 그 실패 사례의 절반 정도가 충분한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또한, 임상3상에서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그 3분의 2정도가 불충분한 약효 때문이었다. 이처럼, 특정 질병에 대해 새로운 타겟의 발견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그에 반해 이들 타겟들이 질병의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타겟이 아닐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그만큼 제약사들로서는 리스크를 많이 떠안고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신약후보물질의 스크리닝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신약개발의 전체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특정 타겟에 대한 assay 기술이 발전되고 그 스크리닝 속도가 빨라져 (high throughput screening) 각 제약사는 신약후보물질을 손쉽게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스크리닝 단계에서 단서가 될만한 후보물질이 나오면 이들 물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최적화된 신물질을 찾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는 동물실험을 비롯한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고속 스크리닝 단계에서 여러 개의 물질이 후보약으로 추려지면 결과적으로 여러 사냥감을 한꺼번에 쫓아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제약사로서는 각 사냥감에 대해 일일이 연구를 집중하면서 평가를 해야 하는 신약후보물질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전체적인 진도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연구개발의 필수요건 중의 하나인 집중된 연구환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더욱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발견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환자 기대수준 높아지고 약물 안전성도 한층 강화환자들이 신약에 대해 그 기대수준이 더욱 높아진 것도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증가시키고 있다. 많은 환자들에서 처음에는 약이 듣다가도 차츰 안 듣게 되어 다른 약을 복용하고, 또 다시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이런 고질적인 환자(refractory patients)들은 어느 질병이든30-40%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치료하기 까다로운 환자를 대상으로 약을 개발해야 할 경우, 반드시 새로운 메카니즘을 지닌 약물을 개발해야 하고 아울러 환자가 복수의 약을 먹는 경우를 감안하여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생기게 되므로 그 만큼 리스크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환자들은 약효가 있는 것은 물론이요 약의 복용법이 편리해 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일 다회 복용에서 1일 1회 복용하는 약, 매일 사용하는 약에서 주 1회 사용하는 약, 주사제보다는 경구로 복용하는 약, 비슷한 치료효과라도 부작용이 더욱 경감된 약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처음 개발에 성공한 신약 (first-in-class 신약)들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 (best-in-class 신약) 할 수 있도록 신약개발과정중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신약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발사들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는 것이다.허가당국이 약의 안전성에 대해 더욱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신약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FDA등 허가당국은 신약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나타낼 경우 환자들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관점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2004년에 진통제 Vioxx를 복용한 환자들에서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Merck사가 자진해서 판매를 중단한 것을 계기로 FDA는 신약의 심혈관계 부작용에 가능성에 대해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사용하던 Novartis의 Zelnorm에 대해 심장발작과 심장마비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자 FDA는 판매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후 2007년에는 GSK의 당뇨병 치료제 Avandia 역시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대두되자 (최근, 그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던 것으로 판명났음.) FDA는 이후 개발되는 당뇨약중에 심장에 대한 위험신호가 보이는 신약에 대해 수천 명 이상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시험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런 대규모의 임상실험은 한국의 제약기업들에겐 감당하기 벅찬 요구조건이 된다. 이같은 예에서 보듯, FDA는 공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부작용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중시하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신약개발의 진도가 정체될 수 있다.더욱 강화된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보다 확실한 약효(Efficacy) 역시 요구된다. 유럽의 허가기관인 EMA는 새로운 약에 대해 기존의 치료제와 비교하여 우월한 약효를 보일 때에만 허가를 해 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중인 약물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우위를 보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개발사로서는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FDA는 부작용 대비 약효가 뚜렷하지 않으면 허가를 보류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등 남용의 우려가 있는 약이나 당뇨병 약처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들의 예에서 보듯,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 우월한 약효를 지니지 않으면 신약 승인을 받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최근들어 희귀질환 치료용 신약이 전체 신약의 3분의 1이나 차지할 정도로 많이 승인되고 있는데 이 현상도 따지고 보면 이들 약물들이 특정 환자군에 대하여 보다 뚜렷한 약효를 보여주기에 유리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약효에 대해 보다 명백한 자료를 요구하는 최근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제약사로서는 더욱 완벽한 신약 발굴에 집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일단 신약으로 승인받았다고 하더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승인받은 신약 10 개중에서 단 2 개만이 개발경비를 넘어설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역곡절 끝에 승인을 받아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의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신약이 승인을 받은 후 후발약이 시장에 등장하기까지에는 평균 1.2년 밖에 안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발약과 후발약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져서 first-in-class이든 best-in-class신약이든 예전처럼 블럭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이상으로, 과거에 비해 신약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오늘날 각 신약연구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객관적인 환경은 신약개발의 중흥기였던 9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이는 한국내의 신약연구자들에게도 적용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글로벌 공룡 제약기업들이 주도하는 신약개발의 다툼 현장에서 한국 제약기업들이 이뤄내는 신약개발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제한된 연구인력과 연구비로 만들어낸 신약후보들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라이센싱 대화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직접 겨냥해 미국시장에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 신약도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제약업계가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이뤄내고 있는 성과가 속속 가시화 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요 많은 의약 관계자들조차 한국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노력이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부디 이 글이 한국의 제약사들이 겪고 있는 신약개발의 어려운 현실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이해하는 데에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2013-06-24 06:30:0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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