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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만으론 한계…대형제약사들, K-뷰티 늦깎이 참전

  • 차지현 기자
  • 2026-06-01 06:00:48
  • 한미사이언스 '아데시'·유한양행 '더이유' 신규 브랜드 론칭
  • R&D 투자 부담·약가인하 우려 속 비(非) 의약품 수익원 확보
  • 규제 장벽 낮고 반복 구매 강점…본업 R&D 재투자 선순환 노려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대표 제약사인 유한양행과 한미사이언스가 나란히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의약품 연구개발(R&D) 역량과 성분 기술을 앞세워 더마 코스메틱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약가인하와 연구개발비 부담에 대응할 새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미 '아데시' vs 유한 '더이유', 독자 원료 무기로 동시 출격

아데시 공식몰 메인페이지 (자료: 한미약품)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프리미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아데시'(ADESII)를 론칭하고 공식 온라인몰을 열었다. 아데시는 항산화와 탄력 개선을 전면에 내세운 고기능성 브랜드다. 버섯 유래 천연 항산화 아미노산인 에르고티오네인(EGT)과 식물 유래 성분 레지스트레스를 결합해 특허 출원 중인 독자 원료 'H-EGTI'를 핵심 성분으로 삼았다.

한미사이언스는 아데시의 핵심 철학으로 ▲선진기술(Advanced) ▲피부과학(Derma) ▲효능임상(Science)을 내세웠다. 브랜드 첫 제품은 '블랙 펄 PDRN 네오 세럼'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 일반 소비자와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도 나섰다. 아데시는 H-EGTI와 PDRN, 콜라겐 등을 기반으로 미백·주름 개선·리프팅 등 후속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비타엑소좀8000 단체컷 (자료: 유한양행)

유한양행도 스킨케어 브랜드 '더이유'(THE·I·YU)를 공식 출시했다. 60년 비타민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피부 환경에 최적화된 비타민 포뮬레이션과 전달 기술을 담았다는 게 유한양행 측 설명이다. 첫 라인은 '비타 엑소좀 8000' 시리즈다. 8가지 비타민과 비타민나무 열매추출물 유래 엑소좀 성분을 결합한 독자 포뮬러를 적용했으며 특허 마이크로버블 공법으로 유효 성분의 안정성과 피부 전달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유한양행은 올 2분기 앰플·수분크림·미스트 등 3종을 우선 출시하고 3분기에는 세럼·마스크팩·토너패드·립밤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DAY6 원필을 첫 공식 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내달 서울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중국·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기업이 화장품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제약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캐시카우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약사는 신약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임상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국내 제약 업계는 정부의 제약가 제도 개편에 따라 기존 의약품 사업의 수익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개발 기간이 짧고 반복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화장품·헬스케어 사업이 보완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의 더마 코스메틱 진출은 기존 역량을 활용하기 쉽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성분 연구, 제형화, 전달 기술, 품질관리 노하우를 화장품 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데다 피부질환 치료제나 상처치료제 등 기존 제품군과도 브랜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약국·병의원·온라인몰 등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면 초기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본업과 완전히 동떨어진 신사업보다 확장성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

제약 기술력 앞세운 더마 시장 진출 활발…성과는 엇갈려

국내 제약사가 화장품 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약사들은 오래전부터 제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 도전해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동국제약이다. 동국제약은 2015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했다.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핵심 성분 이미지와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TECA)을 화장품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브랜드는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제약사 화장품 사업의 대표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동국제약은 2024년 화장품 R&D와 수출 전문기업 리봄화장품을 307억원에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을 강화했다. 리봄화장품의 2025년 매출은 390억원으로 전년 126억원 대비 20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억원에서 49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동국제약은 리봄화장품 인수로 화장품 개발·생산 역량을 확보하며 더마코스메틱 사업의 수직계열화 기반을 갖춘 셈이다.

대웅제약은 병·의원 기반 더마 화장품 '이지듀'를 운영 중이다. 이지듀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함유한 병원 화장품으로 2006년 출시됐다. 병·의원 전용 라인을 중심으로 영업마케팅을 펼치며 제약사 더마 화장품의 초기 모델을 만들었다. 제약사의 피부 재생·상처 치유 관련 성분 이미지를 소비재로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동아제약도 2019년 더마 브랜드 '파티온'을 선보였다. 회사는 여드름 흉터치료제 '노스카나겔'의 주요 성분인 헤파린 이미지를 활용해 트러블 케어 시장을 겨냥했다. 노스카나겔은 아이큐비아(IQVIA) 셀아웃 기준 여드름 흉터 치료제 부문 13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미백, 주름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 라인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해외 온라인 유통 채널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상처치료제 '후시딘' 핵심 성분 이미지를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후시딘 핵심 성분인 후시덤을 함유한 '후시다인'(후시드크림)을 출시, 제품 인지도와 피부 보호·진정 이미지를 앞세워 홈쇼핑 채널에서 빠르게 소비자 접점을 늘렸다. 동화약품은 이후 후시다인을 일본 시장에도 출시하며 해외 뷰티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제약사의 화장품 진출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유한양행은 앞서 화장품 업체 코스온 투자를 통해 화장품 사업 확대를 추진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 150억원을 투자해 코스온 지분 3.9%를 취득했고 2018년 전환우선주 신주 인수에 25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두 차례 투자로 총 400억원을 들여 코스온 지분율을 12.3%까지 높이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코스온은 사드(THAAD) 보복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됐다. 매출은 2019년 1093억원에서 2023년 75억원 수준까지 줄었고 완전자본잠식과 감사의견 거절 끝에 2023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유한양행은 이후 유상증자 참여와 유한코스메틱 상환전환우선주 취득 등을 통해 누적 555억원 수준을 투입하며 정상화를 지원하고 있다.

대원제약의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2023년 12월 에이스수성신기술투자조합18호, 코이노, 포커스자산운용 등과 DKS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650억원을 투자해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했다. 이 가운데 대원제약의 투자금은 400억원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한때 중국 마스크팩 수출 호조에 힘입어 2018년 1566억원, 2019년 156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중국 사업 부진 이후 실적이 급격히 꺾였다. 2019년 영업손실 164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한 뒤 7년 연속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에스디생명공학은 매출 300억원, 순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 대원제약은 2023년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은 감사의견 거절과 회생절차, 무상감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을 거치며 여전히 경영 정상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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