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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부당" 잇단 판결…약가 개편 이후 줄소송 우려

  • 김진구 기자
  • 2026-05-19 06:00:58
  • 대법원, 에스에스팜‧메디카코리아 이어 휴텍스제약 최종 승소 판결
  • 재판부 “실질적 요건 충족했는지 고려해야” 형식적 기준 적용 비판
  • 부광 ‘실리마린’ 급여재평가 소송선 약가인하 전문성‧신뢰도 도마 위
  • 8월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 예고…제약업계선 ‘줄소송’ 가능성 주목
법원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보건당국의 약가 인하·급여 관리 정책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제약사들의 승소가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한국휴텍스제약·메디카코리아·에스에스팜의 제네릭 약가인하 취소 소송과 정부의 상고 포기로 마무리된 부광약품의 레가론(실리마린) 급여삭제 취소 소송은 정부 약가제도의 집행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련의 판결들은 오는 8월 대대적인 약가제도 개편을 앞두고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 처분에 대한 제약사들의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 약가정책이 안고 있는 절차적·구조적 한계 역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스에스팜‧메디카코리아 이어 휴텍스제약까지…대법원서 최종 승소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한국휴텍스제약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제약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에스에스팜과 메디카코리아도 유사한 소송에서도 제약사의 최종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들 사건은 2020년 7월 개편된 ‘제네릭 약가제도’를 기존 품목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자체 생동성시험 실시 ▲등록 원료의약품(DMF) 사용 여부를 ‘제네릭 최고가 기준 요건’으로 제시했다. 두 가지 기준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약가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이를 기등재 의약품에도 소급 적용하기 위해 제네릭 재평가를 시행했다. 일선 제약사들에게는 약가를 유지하고 싶다면 관련 증빙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당시 허가 변경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가 지연됐고, 휴텍스제약과 메디카코리아 등 일부 제약사는 기한 내에 정부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복지부는 해당 품목들에 대해 약가인하 처분을 내렸고, 관련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제약사의 최종 승소 판결을 잇달아 내리며 “행정 병목 책임을 기업에 묻지 마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제약사가 이미 변경 신청을 완료하는 등 실질적으로 기준 충족을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허가증 제출은 기준 총족을 입증하는 하나의 자료일 뿐,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했다. 단순한 절차 미비만으로 약가인하 처분을 내리는 것은 비례원칙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부광 실리마린 소송선 정부 급여재평가 신뢰도 도마 위

정부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 역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광약품의 실리마린 성분 ‘레가론’의 급여삭제 취소 소송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간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의약품에 대해 급여재평가를 진행하고, 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삭제 또는 선별급여 전환 등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법원도 그동안은 정부의 전문적인 판단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실리마린 소송에선 기류가 바뀌었다. 재판부는 제약사가 제출한 해외 학술 논문과 연구 자료를 토대로 정부 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정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정부는 실리마린을 다시 급여재평가 대상으로 예고한 상태다.

제약업계에선 실리마린 판결이 단순히 개별 품목 분쟁을 넘어 급여재평가 전반의 기준‧절차에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법원이 실절적 요건 충족 여부와 근거 자료의 타당성을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 예고…제약업계 ‘줄소송’ 이어질 가능성

일련의 판결은 정부가 오는 8월로 예고한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과 맞물려 있다. 복지부는 현행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5%로 낮추고, 제네릭 기준요건 미충족 시 약가인하율을 현행 15%에서 20%로 확대하는 등의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이번 약가인하의 적용 범위가 2020년 제도 개편 당시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류 검토와 심사 등 행정 절차 역시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약사들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정부를 상대로 한 제약사들의 소송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제약사들은 일련의 판결을 통해 학습효과가 충분히 누적됐다. 가만히 앉아 약가 인하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적극적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 나서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 취지와는 달리, 신약 개발에 투입돼야 할 자금과 역량이 오히려 소모적인 서류 작업과 행정소송에 투입돼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밀어붙이기식 약가인하 구조적 문제 드러날까…사법부에 쏠리는 관심

제약사들의 행정소송이 확대될 경우, 향후 법적 공방 과정에서 정부의 약가정책 운용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밀어붙이기식 약가정책 전반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제약업계에선 수천개의 기등재 의약품을 단기간 내 일괄 평가하는 방식으론 심사 지연을 비롯한 행정 병목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소송 과정에서도 행정 절차상 한계와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형식적 요건 중심의 행정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법원이 ‘실질적 요건 충족 여부와 기업의 개별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잇달아 내리면서, 제약업계 안팎에선 향후 약가인하 과정에서도 예외 기준과 소명 절차를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둘러싼 논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약가 사후관리 강화 필요성에 대한 정부 입장과 절차적 정당성과 예측가능성을 요구하는 제약업계의 입장이 향후 법적 부쟁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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