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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배당 삼성바이오 파업이 남긴 씁쓸한 질문

  • 차지현 기자
  • 2026-05-19 06:00:36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삼성전자 총파업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을 둘러싼 긴장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 다시 나서며 막판 협상에 들어갔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삼성전자와 직접 연대 파업에 나서는 구조는 아니지만 양측 모두 성과급 제도 개편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주요 계열사의 노사 갈등이 그룹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는 양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1차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2011년 창사 이후 단행한 첫 파업이다. 이후 6일부터는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1차 파업 이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2차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요구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여기에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 임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350만원 정액 인상, 공정한 인사 기준 수립 등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회사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기여가 컸던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와 투명한 평가·인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성과급 지급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회사가 좋은 실적을 냈다면 임직원에게 합리적으로 보상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현장 인력과 연구·품질·생산 조직의 기여가 컸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반이 취약했던 국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빅파마가 제품을 맡기는 CDMO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데에는 임직원 역량이 뒷받침된 몫이 크다.

실적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는 더욱 괄목할 만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넘어섰다. 매출은 4조5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외형이 30.3% 확대했다. 영업이익률은 45.4%에 달한다. 전 산업을 통틀어도 이 정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노조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는 것은 단순한 보상 확대가 아니라 회사의 자본 배분 원칙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직원은 회사 실적이 좋든 나쁘든 근로의 대가로 매월 임금을 받는다. 반면 주주는 다르다. 주주는 회사에 자본을 투입하고 손실 위험성을 기꺼이 감수하는 최종 위험 부담자다. 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주가가 떨어져도 주주에게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리스크를 부담한 만큼 회사가 이익을 냈을 때 그 성과가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회사는 대규모 공장 증설과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배당보다 재투자를 우선해왔다. 주주들은 현금 배당 대신 회사가 성장해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기다려온 셈이다. 회사가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한다면 주주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조 요구가 그대로 수용될 경우 미래 투자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는 현재의 이익뿐 아니라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수주 경쟁력에 기반한다. 바이오 산업은 벌어들인 돈을 다시 생산설비, 품질 시스템, 신기술, 해외 거점, 차세대 사업에 투입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성과급 재원이 커질수록 주주환원뿐 아니라 미래 투자 여력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특히 CDMO 사업에서 파업 리스크는 단기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품질, 납기, 생산 안정성은 고객사가 CDMO 파트너를 고르는 핵심 기준이다. 회사 측은 앞서 1영업일 파업 피해액을 최소 6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실제 1차 파업 과정에서 일부 제품 생산 차질과 15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준법투쟁이나 2차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글로벌 빅파마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회사가 노조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되면서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대규모 성과급 지급 결정을 내릴 때는 해당 결정이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도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사회가 충분한 검토 없이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다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은 물론 이사회 책임 문제나 배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은 임직원만의 성과도, 주주만의 성과도 아니다. 임직원의 헌신, 주주의 무배당 감내, 회사의 장기 투자,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가 함께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성과 공유 역시 그 균형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보상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미래 투자와 주주 신뢰를 갉아먹는 비용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노동의 정당한 권리를 넘어 회사의 성장 기반과 주주 신뢰를 흔들고 있지는 않은지, 노조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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