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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전자처방전 제도 정비 왜 안하나[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비대면 진료 제도화, 외국인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 보건의료데이터 가명정보 활용 활성화, 바이오헬스 데이터 관련 IRB 가이드라인 마련,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제도 개선 등 이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혁신 과제들이다.정부는 급속한 확대가 예상되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헬스 핵심 7대 분야, 30개 과제에 대한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향후 추진할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이 담겨 있다.그러나 비대면 진료 도입 시 필요충분조건이 될 전자처방전 제도 정비는 과제에서 빠져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인 전자처방전은 그냥 놓아두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전자처방전은 의료법 17조 2에 정의 조항만 나와 있다. '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을 전자처방전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게 전부다.의료법에 의하면 환자가 사진을 찍어 약국에 보내는 JPG 파일의 이미지는 전자처방전이 아니다. 또 의원에서 처방전 스캔을 해 약국에 전송하는 것도 의사의 전자서명이 없다면 법적인 효력이 없다.시대는 변화하는데 제도가 따라주지 않으니 시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처방전 스캐너(OCR 방식), 2D바코드 처방, 키오스크, 모바일(앱) 등이 처방전 데이터 전송 방식을 달리해 시장에 진출했다.결국 정부도 전자처방전 표준화에 공감하고 제도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료계의 반대와 과도한 정부 개입으로 민간 시장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의협의 반대 이유는 공적 전자처방전이 무분별한 대체조제를 활성화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특히 정부가 개입할 경우 공단이나 심평원 중앙서버에 처방전을 올려놓으면 약국에서 내려받는 방식이 될 것인데 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 필수적인 전자처방전을 정부가 언제까지 방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 주도의 전자처방전이 어렵다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줘야 한다.글로벌 바이오 헬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었다는 정부가 전자처방전 이슈 하나 정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책임방기이자 직무 유기다.지금 현장에서는 2D바코드 업체 간 분쟁으로 약국이 청구SW를 변경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약국에서 업체가 다른 2D바코드 처방전을 읽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방전 데이터 전송을 시장에만 맡겨 놓다 생긴 부작용이라는 점은 정부가 곱씹어 봐야 한다.2023-03-05 20:06:53강신국 -
[기자의 눈] 심야약국 국비지원이 아깝다는 기재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공공심야약국을 법제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끝내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정부 예산 지원 조항에 대한 재정당국의 반대가 법사위 계류에 결정적이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심야약국이 국민에게 주는 의약품 편익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심야약국에게 정부 예산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반대했다.이미 전국 16개 광역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공공심야약국을 지원하고 있어, 법 개정으로 국고 지원을 명문화해도 국민이 별다른 제도 효용성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란 논리를 폈다.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공공심야약국을 직접 찾은 경험을 들어가며 "(정부 시범사업 예산으로는)약사 소요 인건비 전체를 다 커버하지는 못한다. 약사들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 운영하면서 지역사회 심야시간과 주말에 긴급환자 복약지도가 가능하다. 주민 반응이 매우 좋다"고 국고 필요성에 힘을 더했지만 기재부는 요지부동이었다.황순관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국민이 느끼는 의료서비스 효용 제고보다는 지방비를 국비로 전환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기계적으로 답변했다. 그나마 다행은 황 심의관도 공공심야약국을 약사법에 명문화하는 것에는 공감했다는 점이다. 법안 필요성에는 복지부와 기재부 모두 찬성한 셈이다.결국 기재부의 예산 관련 반대로 인해 국고 지원 조항을 도려낸 공공심야약국 법안이 차기 법사위 전체회의 심사대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물론 복지부와 기재부가 조항 수정 없이 원안대로 국고 지원 조항을 삭제하지 않는 합의안을 낼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 기재부 스탠스를 되돌아 볼 때 희박해 보인다.새벽 시간과 붉은 글씨 주말 휴일까지 약국 문을 열어두고 지역사회 의약품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는 약사들에게 국비를 주는 것이 아까워서였을까. 기재부는 심야약국 지원 예산을 지방비에서 국비로 전환하는 것에 결벽 수준의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그러나 공공심야약국을 찾는 국민들이 과연 심야약국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이 지방비인지 국비인지 궁금해 할지 의문이다.대다수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는 밤 늦은 시각과 휴일, 긴급히 발생한 경질환을 치료할 공공심야약국이 멈추지 않고 운영되는 것. 사회적 의약품 안전망이 과거보다 오늘, 내일 더 견고해지는 것.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로부터 약효·부작용 등 복약지도를 직접 전달받는 것. 이런 것들이야 말로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까.실소요 예산을 들여다 보자. 올해 공공심야약국 정부 시범사업 예산은 복지위가 의결한 35억4400만원에서 8억4700만원이 줄어든 26억9700만원이 확정 편성됐다. 올 한해 우리나라 예산 638조7000억원 가운데 복지부 예산은 109조1830억원이다. 이 중 30억원을 밑도는 예산이 참여 의사를 내비친 60여개 공공심야약국에 쓰이고 있다.취약시간대 공공심야약국 가동으로 의약품 안전망을 강화하는데 국비 30억원을 쓰는게 그리도 아깝고 예산 낭비인가. 국고 지원 조항 삭제 의사를 굽히지 않은 기재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공공심야약국 법안이 기재부 반대에 거듭 부딪히는 현장을 거듭 목도한 약사들은 좌절했다. 지역사회 의약품 안전망을 위한 약사 헌신과 희생을 국비 30억원과 바꿀 수 없다는 기재부 태도에 약사들은 "자괴감이 든다"고, "이제 약사를 그만 괴롭히라"고 했다. 모두가 잠든 까만 밤중에 약국 간판등을 켤 의지가 꺾였다.공공심야약국 법안을 직접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복지부와 기재부를 향해 합의안 마련을 지시했다. 국비 지원 조항을 삭제하고, 지방비 지원 조항은 남겨두는 게 어떻냐는 중재안도 내밀었다. 기재부 반대를 달래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민첩하고 노련한 움직임이었다.김도읍 위원장이 제시한 대안이 꼭 최종안이 돼야 할 이유는 없다. 국비 지원 조항 삭제만이 해법은 아니란 얘기다. 복지부와 기재부는 합의안 마련에 앞서 공공심야약국 현장 목소리와 지역사회, 국민 목소리를 새겨 듣고 국비 지원 조항을 법제화 할 필요성이 있는지 거듭 고심해야 한다. 3월 임시국회에서 취약시간대 약사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공공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합의안이 법사위에 상정돼 통과되길 기대한다.2023-03-02 16:15:10이정환 -
[모연화의 관점] 전문가 경험담이 주목받는 이유(23)TV는 건강의 주요 정보원이다. 대표적인 건강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과 '명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건강 프로그램은 주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 형식을 가지고 있다.반면 종합 편성 채널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은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고려하는 인포테인먼트의 형식을 취한다. 이를테면, 전문가와 연예인이 출연해 건강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의료 토크 쇼가 대표적이다.건강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콘텐츠의 형식을 짤 때, 프레임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수인 로버트 엔트만(Robert M. Entman)은 프레임이 인식된 현실의 일부 측면을 선택하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프레임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관점과 관심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TV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이야기 구조 프레임의 대표적인 예는 스탠포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 샨토 아이엔거(Shanto Iyengar)가 제시한 주제적 프레임(thematic frame)과 일화적 프레임(episodic frame)을 들 수 있다.주제적 프레임은 전체적 맥락 속에서 이슈와 사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구조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화적 프레임은 개인에 초점에 두고 개인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강조해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실업 이슈에 관한 주제적 프레임은 최근의 실업 수치를 보고하고 경제가 실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제학자나 관련 전문가의 논평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반면, 일화적 프레임은 특정 실직자의 어려움을 다양한 측면의 사례적 예시로 제시함으로써 실업 이슈의 이야기를 구성한다.어떤 프레임이 더 감정 동요를 일으킬까? 당연히 후자다.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에피소드 프레임은 몰입도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이러한 현실 때문에 일화적 프레임의 건강 정보 구성이 다큐멘터리 형식보다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예방 접종에 대한 영상을 상상해 보자. A는 다양한 전문가가, 인터뷰 형식으로 예방 접종의 비율, 필요성, 근거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주제적 프레임을 택했다. B는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아, 사망한 젊은 여성의 사례를 보여주는 일화적 프레임을 택했다.A의 콘텐츠는 예고편만 봐도, 그것이 정말 좋은 콘텐츠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청까지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면, 인간은 인지적 노력이 들지 않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지금도, 주제에 맞게 글을 나열하는 이 칼럼을 클릭한 독자님들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프레임이 구성까지 읽고 '그렇구나….' '어렵구나….'라며 엑스 표를 누르고 싶을 것이다. 왜냐면, 이 글의 구조도 에피소드를 통한 몰입보다는 주제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이다.프레임에 따른 몰입도와 관심의 차이를 이유로, 시청률을 중시하는 종합편성채널의 건강 콘텐츠는 타인의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로 구성되곤 한다. 가령,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험담으로, 건강 습관 및 질병 상황을 검증하고, oo만 먹고 oo 질병이 나았다는 구성이 대표적이다. 혹은 연예인 패널들의 텐션 높은 궁금증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내어, 관심을 높이는 구성도 이와 같다.물론, 이러한 구성은 자극적이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확실히 재미있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식 설명보다 이러한 에피소드 프레임에 더 끌려 하고, 연계 홈쇼핑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한편, 현장의 약사들은 개인의 경험을 나누는 일화적 프레임보다 심층적이고 논리적인 메시지 구성을 하는 주제적 프레임에 좀 더 익숙하다. 앞서 말했지만, 주제적 프레임은 몰입도와 관심이 낮은 이야기 구성 방식이다.때로는 우리도 누군가의 에피소드를 활용해 감정을 일으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동안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은, 이야기 즉 '네러티브'이기 때문이다.가령 "당뇨 발 관리를 하면, 발가락 절단의 확률이 낮아진다"라는 메시지보다 "50대 당뇨 환자가 나뭇가지에 엄지를 찔렸는데, 아프지도 않아서 그냥 뒀다가, 어느 날 발가락을 자르게 되었대요"라는 이야기가 훨씬 더 무섭지 않은가.혹은 "어머님. 고지혈증을 약을 드셨다가 끊었다가 하시지 말고, 꾸준히 드셔야 동맥경화가 예방되어요"라는 메시지보다 "70대 여성이 건강검진 덕분에, 단단한 죽상경화를 발견했대요. 근데 위치가 목에 있는 동맥이라, 막히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우울해 했어요. 근데 약을 잘 먹고, 식이 조절을 잘했더니 그게 조금 줄었대요. 어머님. 어디 어떻게 쌓일지 몰라요. 꾸준하게 잘 챙겨 듭시다"라는 이야기가 조금 더 몰입되지 않나.에피소드 프레임은 감정에 먼저 닿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동안 설득해야 할 때 유리하다. 사실, 주제적 프레임을 통한 논리적 설명만으로 약사의 역할을 다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시대가 바뀐 부분도 에피소드 프레임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제에 맞춘 설명은 구글, 네이버, 이제는 chat GPT까지 나서서 해주기 때문이다.작금의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경험에서 우러난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기술과 정보가 범람할수록,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가 주목 받는다. 이제, 약사들에게도 에피소드 주머니가 필요하다. 오늘 하루, 어떤 에피소드를 수집했는 지가 무엇을 공부한 만큼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2023-03-01 14:48:58데일리팜 -
[기자의 눈] 모르고 넘어가는 마약류 투약[데일리팜=이혜경 기자] 배우 유아인이 지난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씨가 지난 2021년 1월4일부터 같은 해 12월23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합계 투약량이 4400ml가 넘는다'는 내용의 기록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 안전사용 기준'을 보면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되어 있다. 허가사항에 따른 처방·투약 용량은 55세 미만 성인 기준 전신마취는 체중 kg당 1.5∼2.5mg을 투여하고, 수술 및 진단 시 의식하 진정에는 체중 kg당 0.5∼1mg을 1∼5분간 투여해야 한다.일반 사람이라면 모를 수도 있는 안전사용 기준이지만, 관심만 가지면 금세 확인할 수 있는 정보다. 식약처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 5164만명 중 1884만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 받았다. 국민의 2.7명 중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셈이다.하지만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하고도 본인이 마약류를 투약 받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의 경우 의료 사고 또는 연예인들의 투약 논란이 번질 때 마다 깜짝 관심을 받다가 또 묻혀 버린다. 지난 2021년 배우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1심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았고, 최근 유아인이 프로포폴을 포함해 마약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또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식약처가 지난 5월부터 마약류 안전정보 도우미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과 만났던 자리에서 기자 역시 마약류 안전정보 도우미 앱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과거 심사평가원의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본인인증 만으로 최근 1년 간의 의약품 투약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리고, 여기에 마약류 투약내역만 골라서 2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안 게 부끄럽기도 했다.마약류 안전정보 도우미를 통해 지난해 마약류 마취제로 프로포폴 8ml과 최면진정제로 미다졸람 5ml가 투약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이 정보는 마약류의약품 처방량 기준 전체환자의 10.7% 수준이었고, 동일연령대 사용량의 145% 수준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모르고 넘어가면 끝까지 모를 수 있지만, 알고자 한다면 개인정보 입력과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내가 먹은 약, 그리고 마약류 투약 현황까지 간단히 확인 가능하다. 요즘에는 암 환자에게 처방 되는 마약류 진통제와 건강검진 중 수면내시경에 마약류 마취제가 쓰이면서, 처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 투약을 넘어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가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2023-02-28 16:34:43이혜경 -
[기자의눈]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가격경쟁의 시사점[데일리팜=이탁순 기자] 한국의 전문의약품 시장은 가격이 경쟁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돈을 지불하는 환자들에게 제품 선택권이 없고, 선택권이 있는 의사들은 보험약 판매마진이 없기 때문에 저가 처방 유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때문에 같은 성분의 제품을 판매하는 후발주자라도 더 높은 보험 상한금액을 원하게 된다.하지만 치료비용이 높고, 제품수가 적은 제품 시장에서는 간헐적으로 가격경쟁이 이뤄지기도 한다.이번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라니비주맙) 바이오시밀러가 좋은 예다.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는 지난 1월 종근당과 삼성바이오에피스 2개사만 시장에 나섰다.2개사 모두 산정금액보다 적은 상한금액을 책정해 오리지널 루센티스를 압박했다. 종근당 루센비에스주는 병당 30만원으로, 오리지널 상한금액 82만636원의 36.6% 수준에 불과하다.삼성바이오에피스 아멜리부주는 일제제 오리지널 82만8166원의 56% 수준인 46만3773원에 등재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상한금액의 80%에 상한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2개사는 가격 경쟁력을 감안해 이보다 저가로 등재한 것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 아멜리부주는 오는 3월 가격을 또 내린다. 기존 46만3773원에서 35만원으로 약 24.5% 인하한다. 일각에서는 최저가 종근당 제품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 같은 자진인하 경쟁은 건강보험 당국 입장에서는 손들고 환영할 일이다. 업체의 자진인하로 보험 재정 지출 감소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산정금액보다 저렴한 약제가 재정절감 첨병 역할을 하지만,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산정금액보다 가격을 내린 판매예정가 제품도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적용돼 약가인하가 될 수 있다. 사용량-약가연동제 모니터링 시기에 상한금액이 인하가 되지 않으면 다른 제품들과 똑같은 사후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다.저가약의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인센티브도 적다. 동일성분 의약품 중 저렴한 약으로 대체 조제하면 약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있긴 하지만, 처방약 제품 선택권이 없는 약사는 대체조제 자체가 쉽지 않다.더구나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오리지널 신뢰도가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등 후발주자 보다 훨씬 높는 상황에서 저가약 경쟁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따라서 저가 경쟁은 온전히 제약사의 몫이다. 제품 선택권이 있는 의사들을 상대로 저가약 선택의 당위성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두 제약사의 저가 전략이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희소성있는 저가약이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 가격인하가 활성화되고, 후발약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정부도 저가약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에 더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펼쳐 후발약제의 순기능을 시장에 더 어필해야 할 것이다.2023-02-27 16:43:48이탁순 -
[오늘약사] 의료유인·알선행위 제도화한다는 정부우리나라 의료법은 환자에게 의료 유인 및 알선행위를 한 누구든지 처벌할 수 있도록 돼있다. 1981년에 제정된 이 조항의 입법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입법취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환자 유인행위는 병고에 지쳐 있는 환자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하여 영리적인 목적을 추구하고자하는 비인도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인 만큼 그러한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진작부터 필요했던 것”아픈 것도 서러운 사람을 대상으로 돈 벌려고 하지 말란 뜻으로 풀이된다. 의료법에서 유인 및 알선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의 상품화를 막기 위함이고 의료기관들의 경쟁 과열이나 환자 유인에 따른 담합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고자 함이다.나아가 의료인이 오롯이 환자의 건강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할인, 교통 편의나 금품을 제공하는 것들이 해당 환자에게는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그 비용 대비 질 떨어지는 의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결과적으로 환자 유인을 위해 제공되는 편의들을 방치하면 환자들은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더 많이 무분별하게 이용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결국 피해는 또다시 국민 몫이 된다.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에 따라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을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 업체들 십여 곳이 난립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서 현재 생겨나고 있는 폐해 중 하나가 바로 의료법 27조로 금지하고자 했던 의료 유인 및 알선 행위다.양면시장 구축을 위해 이용자 확대에 혈안이 된 플랫폼 업체들은 무분별한 의료행위 및 전문의약품 광고를 하고, 지불한 본인부담금을 100% 포인트로 페이백을 해주는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동네 의원들까지 의료 대란이던 시기에 업체들은 진료비, 약 배송료 모두 0원 이라는 홍보로 의료 남용을 부추겼다.플랫폼이 자체 알고리즘으로 의원과 약국에 비대면진료 환자를 알선해 매칭해 주니 오피스텔에 책상과 전화기, PC만 있으면 진료 가능한 비대면진료 전문 의원이 생겨나고 배달 업체 창고 구석에 칸막이를 치고 운영하는 배달 전문 약국이 생겨났다.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약배달 중개 플랫폼을 제도화 하겠다는 뜻은 의료법이 금지하고 있는 의료 알선 및 유인 행위를 제도화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게다가 이러한 민간업체 플랫폼 이용료를 플랫폼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수익자 부담이 아닌 의료 공급자에게 부과토록 하고 그걸 건강보험 수가로 보전해주겠다고 발표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발상과 발언은 숙고가 있었나 의심될 정도로 처참하고 우려스럽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 브로커 배불리기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발언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의사, 약사 주머니를 거쳐 민간 플랫폼 업체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좋은 명분에도 민간 업체 플랫폼 제도화는 어불성설이다. 플랫폼들이 시장 확대 타깃으로 삼는 이용자는 애플리케이션 이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이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지역도 이미 의료기관이 포화 상태인 도시 중심이다. 제도의 취지와 민간업체의 이윤추구 방향이 동떨어짐을 보건복지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핑계로 대기업 자본 투자를 뒷배로 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운영 민간업체들과 그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려는 발상을 이제라도 중단해야 한다. 정수연 약사 이력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서울시 강서구약사회 총무위원장 그레이그래피티 CMO2023-02-26 15:51:13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유통업체 통상일비와 지오영의 역할[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국내 의약품 유통 대동맥을 책임지고 있는 리딩 도매기업들의 1일 영업활동비(일비)는 대략 2~3만원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7년 전 상위 20위권 제약기업 평균 일비 수준이다. 현재 이들 제약기업들은 매출 성장과 물가상승율을 반영해 대략 4~5만원 밴딩의 일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미국계 외자사 알보젠코리아의 경우 업계 최고인 9만원을, 국내사 중에서는 대원제약의 명목 일비 8만원이 Top이다.의약품 유통 상위 업체별 일비를 살펴보면, 지오영·백제약품이 각각 2만5000원·1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오영의 경우 영업사원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월 5억원 이상 매출을 발생하는 우수 직원에게는 5000원 더 많은 3만원이 온라인 입급된다. 이 금액에는 유류·주차·점심 식사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동원헬스케어·복산나이스·지오팜은 2만원·2만5000원·3만원으로 책정, 인천약품은 별도의 일비가 아닌 유류비 정산 방식이다.일비는 제약사·도매업체를 막론하고, 영업마케팅 직원들의 병의원·약국 방문 디테일·배송 등의 원활한 판촉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영업비와 복리후생적 개념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사원 개인 용도의 '저금·용돈' 등으로 사용된다고 폄훼하는 시선도 있지만 대다수는 정상 영업활동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관망된다. 1인당 수십~수백 개의 요양기관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빠듯한 것도 사실이다.영업·마케팅 관계자가 병의원·약국 방문 시 의약사에게 지급할 수 있는 판촉물은 소비자가 1만원 이하로 책정돼 있다. 2만원의 일비를 지급받는 도매영업사원이 있다고 가정할 때, 점심 식대와 유류비 등을 감안하면 디테일 비용은 사비로 충당해야 할 지경이다. 실제로 한 도매영업사원은 비현실적인 일비 체계로 판촉비는 아예 개인카드로 충당한다. 이 영업사원은 감귤 1박스 구매 후 10개씩 봉투에 분할해 거래처 디테일 포인트로 삼고 있다.현장에서 만난 도매 영업사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는 일비 현실화다. 특히 변혁의 물꼬를 트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과감한 투자 마중물은 유통 1위 기업 지오영의 사명과 역할이라는 그들의 여론에 수긍이 간다. 지오영의 수도권 담당 영업사원은 140여명이며, 일비로 지출되는 연간 비용은 7~10억 안팎으로 추정된다. 실적·직급 구분 없이 3만5000원으로 일괄 인상 시, 예상액은 12억원 정도로 계산된다.지오영의 2021년 매출은 2조4000억원, 영업·당기순이익은 559억·396억원으로 유통업계 부동의 리딩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복리후생비로 쓰인 금액은 26억으로 전년대비 2억원 늘었다. 이러한 외형적 측면을 적극 감안·고려한다면 일비 현실화에 따른 재비용 3~5억원 증가분은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 현재 일비 2만5000원이 책정된 후 13년 간 인상이 없었던 점도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지오영그룹은 분명한 목표의식과 열정으로 11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역량있는 물류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 증축·투명 재고관리 시스템 도입은 유통 선진화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외형 확장의 중심에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믿고 동고동락한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혁신의 아이콘인 지오영이 일비 현실화를 포함한 유통업체 복리후생의 새로운 대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길 기대해 본다.2023-02-24 06:00:02노병철 -
[기자의 눈] 배당에 숨겨진 복합적 의미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배당의 계절이다. 제약사들도 3월 주총을 앞두고 배당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배당은 외부서 볼 때 흔한 연례행사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심이 담겨있다. 회사 사정에 맞춰 배당(현금)을 유지할지 늘릴지 줄일지 중단할 지 고려해야 한다.기업별 배당 정책에 대한 고심을 들여다보려면 살펴볼 요소가 꽤나 있다. 배당 지속성, 실적, 유동성, 투자 현황, 오너 지분율 등이다. 이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연관돼 있다.먼저 배당 지속성이다. 이 회사의 배당 규모와 기간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느냐다.경동제약은 수년째 영업이익 역성장에도 고배당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 감소에도 주주환원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경동제약은 최근 10년(2012~2021년)간 매해 배당금을 지급했다. 총 규모는 884억원이다. 2022년 109억원(예정)까지 합치면 11년간 1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규모와 매해 배당금 지급은 대형 제약사에서도 몇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경동제약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실적도 봐야 한다. 실적에 따라 배당 규모가 커지기도 재개하기도 한다. 반대로 규모를 줄이거나 배당을 접기도 한다.엑세스바이오는 올해 첫 배당을 실시한다. 무려 300억원 규모다. 실적과 연동된다. 회사는 코로나 특수(진단키트 등)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매출은 2020년 1088억원, 2021년 4776억원, 2022년 1조339억원을 달성했다. 영억이익도 2020년 692억원, 2021년 2501억원, 2022년 4692억원이다. 엑세스바이오를 2019년 인수한 최대주주 팜젠사이언스는 약 75억원 현금을 쥐게 됐다.적자로 무배당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10년 연속 영업손실 위기에 놓인 삼성제약은 25년째 무배당이다. 삼성제약은 2021년 초 공장을 팔고 외주 생산으로 돌리면서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향후 배당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유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연제약은 지난해 호실적에도 배당 규모를 줄였다. 2021년 46억원에서 지난해 27억원으로다. 배당 규모는 매년 작아지는 추세다.선제적 투자에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약 3000억원을 들여 충주 바이오 및 케미칼 공장을 준공했다. 3000억원은 이연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98억원)의 30배가 넘는 수치다. 업계로 봐도 최상위 수준 투자액이다.현재 작업중인 GMP 인증이 끝나면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배당은 줄었지만 그 이면에는 선제적 시설투자라는 팩트가 숨겨져 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유용환 이연제약 대표지만 배당보다는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의 주주환원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항상 논란의 중심이 되는 최대주주 지분율도 따져봐야 할 요소다. 특히 적자에도 배당금이 유지되거나 커질 경우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 있다. 오너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다만 위에 언급한 대로 배당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배당 자체나 규모에만 의미를 두면 기업의 방향성을 알기 어렵다. 배당의 숨겨진 의미를 찾으면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해석은 각자의 몫이어서 꿈보다 해몽이 될 수 있다. 다만 투자하는 기업을 자세히 봐서 나쁠 것은 없다.2023-02-24 06:00:00이석준 -
[기자의 눈]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올해 결론내자[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로 C형 간염의 무료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논의한 지 8년째다. 2016년 시작한 타당성 연구를 비롯해 C형 간염이 국가 검진에 포함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분석 연구, 시범사업 결과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정부의 의중은 오리무중이다. 최근에는 추가 타당성 분석과 사후관리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추가로 나왔다.그간 정부가 C형 간염을 국가 검진에 도입하는 것에 미적지근했던 주요 이유로 유병률이 꼽혔다. 우리나라가 제시하고 있는 국가 검진 항목 도입 조건 5개 중 제1원칙인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에서는 유병률 5% 이상인지 평가한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유병률이 1% 내외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유병률이 가장 높은 70대가 1.7%로 나타났다.전 세계적으로도 C형 간염의 유병률은 1% 이하로 추정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은 다르다.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목표로 내걸며 이를 위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입안을 요청했다. 이유는 C형 간염이 치료제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만 이뤄지면 쉽게 완치가 가능하고, 반면 이를 방치하면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C형 간염은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DAA) 치료제가 등장하며 완치 시대를 열었다. 1%의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 옵션도 있다. WHO가 천연두 바이러스에 이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퇴치 가능한 질환으로 규정한 배경이다.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병률의 굴레에 갇혀있는 듯하다.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 2023)'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유병률을 언급하며 "한국은 국가 건강 검진 시스템을 지니고 있고 이는 모든 한국 국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국가 검진에 C형 간염이 포함되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원칙에 따른 신중하고 보수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유병률이 낮은 C형 간염을 전체 국민을 위한 검진 시스템에 포함하는 것이 맞는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여진다.애초에 유병률이 장벽이 될 거였다면 정부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 연구비를 13억원 이상 쏟은 셈이 된다. 아무리 C형 간염 국가 검진 도입이 비용효과적이어도 유병률이라는 절대조건을 내밀면 모든 논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검진이 포함하는 항목에는 유병률 5% 미만도 존재해 유병률이 국가 검진 도입의 절대적 기준이라 볼 수도 없다.올해 새로 나온 연구 결과에 대한 리뷰가 이뤄진다. 정부가 이번에도 유병률을 거론한다면 여기의 속 뜻은 '사실 유병률은 핑계고 C형 간염에 재정을 투입할 생각이 없어요'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희망고문을 한 지 8년째다. 이제 결론을 낼 때가 왔다.2023-02-23 06:15:25정새임 -
[모연화의 관점] 셀 수 있는 수인가…수치를 이해하게하라(22)많은 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면서 상대방도 똑같은 감정적 유대감을 느낄 거라 착각한다. 소위, 지식의 저주다.숫자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는 해독이 필요하다. 가령,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혹은 태풍 힌남노의 최대 풍속이 초속 60m가 예상된다는 위험 메시지는 객관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대다수의 위험 인식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숫자의 해독은 인간적 경험으로의 변환으로 완성된다. 예컨대, 규모 4.1의 의미는 실내에서 대다수가 느낄 수 있는 진동으로써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라는 설명이 필요하다. 초속 60m의 풍속은 가로수를 뿌리째 뽑거나 철제 송전탑을 휘어 놓을 정도라는 경험적 묘사가 동반되어야 한다. 숫자가 경험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그 숫자를 이해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아울러 숫자는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삶 속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성인의 40%는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보다 인간이 셀 수 있는 손가락 숫자에 기반한 설명인 "성인 5명 중 2명은,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이 좀 더 직접적인 것처럼 말이다.측정을 위한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현무 씨가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달랏은 해발 1500m라는 설명을 하며,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같은 곳이라 비유했다. 해발 1,500m라는 숫자로는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았지만, 대관령 양떼목장이 해발 1,200m라는 비유를 통해, 달랏이 꽤 높은 곳에 있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종양 측정에서도 비유는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종양이 4cm 이상이면, 악성 위험 커?’라는 머리기사를 읽고, 그것의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그래서, 미국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암연구소에서는 암의 크기를 몇 cm이라고 설명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식품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암이 1cm 정도라면, 완두콩 크기라고 설명하고, 4cm 정도라면 호두 크기라고, 7cm 정도라면 사과 크기라고 설명하면서 말이다. 약료 영역에서도 숫자는 전달되는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이해되어야 하는 수치여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A씨의 혈압이 작년엔 130mmHg였는데 올해 170mmHg로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의·약사는 수치를 보자마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의 의미를 모르는 A씨는 덤덤할 수 있다.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그 숫자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내과 전문의 브라운과 버셀(Brown & Bussell, 2011)은 고혈압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기 위해 127개의 논문을 검토하고, 고혈압의 위험과 고혈압약 복용의 이익을 표현할 방법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예를 들어, 170mmHg가 되었다는 사실 전달에 덧붙여, "정상 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이 2배로 증가합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40mmHg가 늘었다는 사실 직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병과 연관지어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어떤가? 훨씬 생생한 위험으로 인식되는가?연구자들은, 약물 복용의 이익을 설명할 때도 "약물 요법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고작, 3mmHg 낮아질 때마다 뇌졸중의 사망률의 8%나 낮아지고 관상동맥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5%나 낮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숫자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고 제안한다. 꾸준히 잘 낮춰보자는 설득을 숫자와 질병을 통해 묘사한 예라 하겠다.종합하자면, 숫자는 말한 사람 혼자 이해해서는 의미가 없다. 듣는 사람도 이해해야 의미 있다. 건조한 통계 수치는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 숫자는 다양한 비유를 거듭하고 나서야,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아울러, 환자가 어느 정도 그 숫자를 이해했는지는 건강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숫자를 그저 숫자가 아닌 인간의 경험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헬스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전문가에게 필수적이라 하겠다.2023-02-22 14:39:4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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