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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국, 건기식 선점 골든타임 놓치면?[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국 건기식 시장은 내리막길에 있다. 온라인 채널에 익숙한 2040 세대의 저조한 구매율은 60대 이상의 수요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체 건기식 시장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설문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6~10%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약국은 고령층 구매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2040 세대가 고령층이 되는 15~20년 뒤에 약국 건기식은 지금의 점유율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문제는 약국 건기식의 위축은 곧 일반약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건기식 시장은 나홀로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일반약 시장을 넘나들고, 때로는 위협하면서 확장한다.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업인 ‘칸타월드패널’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약 구매자들은 건기식 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반약 비타민 구매자는 지출액을 1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건기식에 8만3000원을 썼는데, 2022년에는 8만5000원으로 비중을 키웠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건기식 지출액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일반약 소비 비중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 영역까지 위협하는 불안정한 규제 상황에선 더욱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따라서 약국은 지금의 건기식 골든타임을 놓치면 일반약이 더욱 위축되는 연쇄적인 쇼크를 맞이할 수 있다. “건기식은 약국 손을 떠난지 오래”라거나 “온라인 가격경쟁에 지쳤다”면서, 뒷짐을 지고 있기엔 잃는 게 클 수 있다는 얘기다.정부가 추진하는 개인 맞춤형 건기식 사업에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벤처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시장 선점을 다투고 있다.아직은 시범사업이지만 식약처 계획대로 2024년 6월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으로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물론 아직은 맞춤건기식 시범사업 참여 업체들을 평가하며 허술한 알고리즘, 부족한 인지도 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수많은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은 편의성 외에는 가치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혼란도 있다.바꿔 말하면 약사, 약국에는 아직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맞춤 건기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때 약국이 어떤 포지셔닝을 하냐에 따라 현재의 비관은 낙관으로 바뀔 수 있다.약사회는 현재 운영되는 시범사업과는 별개로 약국형 소분 건기식 규제샌드박스를 준비하고 있다. 1차 사업 10개 약국에서 시작해 최대 500개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여기에서 “약국은 역시 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6조 건기식 시장의 구조 조정에서 약국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일반약 시장까지 위협하는 건기식 시장의 주도권을 영영 잃게 될 수 있다.2023-04-18 17:58:56정흥준 -
[기자의 눈] 신약등재와 환자 영향력의 엑스값[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환자가 중요해 지고 있다. 중요하지 않았단 얘기가 아니라, 신약의 보험급여 등재에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국민건강과 기업논리. 제약회사에게 두 가치는 오래된 딜레마다. 아니, 딜레마여야 한다.'약'은 공공재 성격이 짙은 상품이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까지 적용된다.또 하나의 사실, 이를 만들고 파는 곳은 회사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그렇다. 의약품은 잘 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이같은 상황에서 지금 환자의 각성은 또 적잖은 힘을 발휘하며 전문의약품의 대중성을 끌어 올리고 있다. 그들의 행동이 급여 등재 의사결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요즘 신약개발 트렌드는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다양한 암 영역에서 획기적인 신약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극소수만 앓기 때문에 마땅한 치료제 없이 고생하던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도 동아줄이 내려지고 있다.그런데 비싸다. 해당 약들은 초고가약이 대부분이다. 식약처에 허가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다. 급여 등재 절차는 끝날 줄 모른다. 심평원, 건보공단에 환자들의 항의 전화는 빗발친다.목소리가 커지니, 국회에까지 그 소리가 닿는다. 복지부와 산하 기관(심평원, 공단) 국정감사에서 질의, 혹은 질타를 쏟아낸다. 급여 유무 자체를 결정하진 않았겠으나, 등재 속도에 명확히 환자의 힘이 발휘된 사례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약사는 약을 홍보할 때 버릇처럼 "환자를 위해"라 말한다. 훌륭한 얘긴데 감흥이 없을 때가 있다. 딜레마 없이 '상품' 쪽으로 부등호가 크게 열리는 회사들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업계의 접근에 엄격한 신중함이 동반되길 바란다.2023-04-18 06:00:01어윤호 -
[기자의 눈] '챔프' 자진회수와 행정처분은 별개[데일리팜=이혜경 기자] 동아제약이 어린이해열제 '챔프시럽'의 갈변현상을 인지하고 자진회수 조치에 나섰지만, 행정처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언뜻보면 자진회수의 이유인 '일부 제품의 성상변화(변색)'가 행정처분 대상으로 보이지만,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위반'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약사법' 제76조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95조 관련 개별기준을 보면 의약품 등의 제조업자 또는 품목허가를 받은 자가 의약품 등의 제조관리 의무 또는 생산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처분을 받는다. 이 중 '작성된 기준서 및 지시서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1차에서 전 제조업무정지 또는 해당 품목제조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이 내려진다.식약처는 동아제약이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GMP 기준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행정처분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챔프시럽의 갈변 민원은 지난 1월 6건을 시작으로 2월 12건, 3월 26건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민원 제기 당시가 아닌 일부 '맘카페'를 통해 챔프시럽의 갈변현상이 이슈화 하면서 자진회수에 들어갔다.동아제약은 자진회수가 결정된 이후부터 빠르게 움직였다. 복용하고 남은 제품이 단 1포이더라도 정상 제품 1통으로 교체해주고, 환자가 반품을 원하는 경우 약국 판매가보다 높은 6000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동아제약이 갈변 민원 제기 이후 자진회수에 들어갈 때 까지 명확한 원인 규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GMP 지시서에 따르면 고객 민원이 제기됐을 때 신속하게 불만 내용을 조사하고 원인을 규명한 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식약처는 지난 1월부터 동아제약이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행정처분 위반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민원 제기 이후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챔프시럽의 제조 업무정지 1개월은 불가피해 보인다.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감기약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뿐 아니라 어린이용 감기약 시럽제제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로 인해 식약처는 감기약 제조 업체에 증산을 요청하면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동아제약의 챔프시럽 또한 증산 정책에 참여하면서 생산량을 늘렸다.지난해 매출만 보더라도 2021년 51억원보다 164% 증가한 134억원으로 나타났다.문제는 다른 시럽제와 달리 색소와 보존제가 없어 갈변이 더욱 눈에 띄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시럽제인 터라 꾸준히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은 챔프 시럽에 있는 백당 성분이 유통과정 중 빛 또는 고온 등에 노출되면서 색상이 변하는 갈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의 증산 정책에 참여하고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갈변 현상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버렸다. 이미 벌어진 문제 인 만큼 동아제약은 갈변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GMP 기준서를 지켜 명예를 되찾는 일만 남았다.2023-04-16 16:51:49이혜경 -
[데스크시선] 제약주권 확립과 동국제약의 용단[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동국제약이 환자 권익실현을 위해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필수의약품 패티오돌의 지속적인 공급을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일약물인 게르베코리아 오리지널 리피오돌과 동국제약 제네릭 패티오돌은 내달 1일 약가인하가 예정, 일선 의료기관·보건당국에서는 자칫 공급 중단 사태까지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명목상 아무리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른바 '노마진 정책'을 펴며, 기업 제1의 목적인 이윤추구를 배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국제약의 이번 결심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다.리피오돌·패티오돌의 주성분은 아이오다이즈드오일(양귀비종자 유래 요오드화지방산 에틸에스테르)로 림프조영, 침샘조영, 간암의 경동맥화학색전술 시행, 자궁난관조영 등에 사용된다. 게리베코리아 오리지널 의약품 리피오돌울트라액은 1998년 국내 허가를 획득한 이후 지속적인 약가인상을 통해 2016년 5만2560원의 보험약가를 인정받았다. 이후 해당 제약사는 원가 대비 마진율 저하 등을 이유로 2018년 보건당국과의 약가조정신청을 진행해 기존 보다 261% 증가한 19만원의 약가인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게르베코리아 리피오돌의 최근 약가 포지션을 살펴보면, 2022년 1월 18만9224원, 2022년 9월 13만3000원, 2022년 9월 18만9224원, 2023년 1월 13만3000원까지 인하된 상태며, 내달 1일자로 또다시 10만1745원으로 약가인하가 예정돼 있다. 2020년 허가된 동국제약 제네릭 패티오돌주도 당시 약가 가산을 인정받아 19만원의 59.5%(11만3050원)에 등재됐지만 오리지널 약가인하 시점에 맞춰 10만1745원으로 보험약가가 떨어진다. 관련시장에서 사실상 '유일무이' 한 두 의약품이 동시에 약가인하를 겪는 셈이다.특허 만료 올드드럭 리피오돌이 통상적 약가기전을 역행하며,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필수의약품으로서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면 그 즉시 의료대란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대체의약품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제조사는 초월적 입장에 서서, 구미에 맞는 다양한 조건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약 기업이 원가 보존을 이유로 보험등재가격 인상을 요구할 경우 보건당국은 필연적으로 약가조정신청에 응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공급안정화에 방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최대 19만원 상당의 약가를 받았던 게르베코리아가 5월 1일 고시 예정된 10만1745원의 약가를 수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리피오돌 마진과 관련해 보건당국과의 설전을 벌여온 상황에서 별다른 액션 없이 제품을 그대로 유통하는 것도 명분이 2%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관련 제품 시장에서의 완전철수를 하자니 그동안 쌓아온 '독점 금자탑'을 경쟁사인 동국제약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형국이다. 의약품 유통 실적 기준, 리피오돌·패티오돌의 지난해 외형은 28억·3600만원 정도로 오리지널 절대우위 시장이다.동국제약은 환자 입장에서 패티오돌의 안정적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에 보건당국은 안도의 한숨만 내쉬어서는 안된다. 국회가 지적한 대로 필수의약품에 대한 올바른 수급대책과 합리적 약가산정 방향성을 이번 기회를 통해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해야할 사안이 더 있다.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만이 제약주권을 확립하는 초석이 아니라 패티오돌과 같은 건실한 제네릭도 국익과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을 위해 헌신한 동국제약에 대한 향후 여타의 약가협상에서 '트레이드 오프 혜택'은 인지상정이다.2023-04-13 06:00:02노병철 -
[기자의 눈] 씨티씨바이오 지분 이슈와 내실 확보[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씨티씨바이오가 혼란스럽다. 최대주주가 변경된지 1년 6개월여만에 또 다시 경영권 이슈에 휩싸여서다.최근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 이슈은 파마리서치가 2대주주로 올라오면서다. 파마리서치는 씨티씨바이오 지분 8.05%까지 확보했다. 최대주주 이민구 씨티씨바이오 대표(9.77%)와는 불과 1.52% 차이다.파마리서치는 앞으로 114억원 규모 씨티씨바이오 지분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경우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거론된다.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 때문이다. 언제든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이민구 대표도 2021년 9월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로 등극하는데 불과 9.98% 지분만으로 가능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조호연 전 회장 측이 9.9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이민구 대표는 최대주주 등극 후 21%까지 지분을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현 지분율은 9.77%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자 더브릿지를 포함해도 12.47%뿐이다.최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보니 적대적 M&A에 노출되고 있다.이에 5% 주주만 등장에도 경영권 이슈에 휩싸인다. 현재 씨티씨바이오 지분은 파마리서치(9.01%) 외에도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6.46%),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4.94%)도 5% 안팎으로 들고 있다. 현재까지는 우군으로 보이지만 돌아설 경우 경영권을 쉽게 뺏길 수 있는 구조다.경영권 이슈의 진짜 문제는 직원들이다. 통상 최대주주가 바뀌면 최대주주측 사람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이민구 대표가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회사 원년 멤버가 모두 회사를 떠났다. 조호연, 성기홍, 전홍열 등 20년 간 경영을 이끌던 인물들이다.일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1년 6개월전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이상 근무한 회사 관계자는 "최근 또 다시 경영권 이슈가 일면서 벌써부터 인사 태풍이 올까 우려스럽다. 현 최대주주 이후 많은 직원이 떠났다. 2019년부터 대표이사 교체만 5번이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로 인한 적대적 M&A 이슈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경영권 이슈로 직원들이 혼란스럽다. 씨티씨바이오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직원 동요를 잡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지난해 최대 실적도 '반짝'에 그칠 수 있다.2023-04-13 06:00:01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설득의도와 방어기제, 기법을 더한 메시지(29)바야흐로 설득 메시지의 시대이다. 현대인은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설득 메시지에 매일 노출된다. 노출된다는 수동형이 말해주듯, 스스로 선택하는 게 아니다. 이 시대의 언어의 집은 설득 메시지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그래서 많은 현대인이 설득 메시지를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혐오한다. 자신을 설득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면 방어기제 반사판을 만들어 튕겨버린다. 왜냐면 설득자의 의도대로 행동하는 건, 공연히 손해 같기 때문이다.오리건 대학교 마케팅 교수인 마리안 프리스타드(Marian Friestad)와 스탠포드 대학교 마케팅 교수인 피터 라이트(Peter Wright)는 설득지식모델 (Persuasion Knowledge Model)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설득지식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마케팅이나 광고와 같은 설득 메시지에 노출될 때, 그들이 자신을 설득하려는 의도를 (설득지식으로) 읽는다. 그리고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질수록 (기필코 설득되지 않겠다는) 방어기제를 만든다. 가령, 설득자의 의도를 '저 사람은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을 팔기 위해 이것을 추천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메시지를 거부한다.그래서 설득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장점을 부각하는 일면적 메시지 전략(One-sided message)과 장단점을 함께 구조화하는 양면적 메시지 전략(Two-sided message)을 맥락에 맞게 쓰라고 제안한다.만약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영역의 제품을 설득된 경험이 낮은 소비자들에게 광고할 때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일면적 메시지가 효과적이다. 반면, 소비자가 메시지 전달자(회사)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관련 제품에 부정적 측면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양면적 메시지가 커뮤니케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빙그레의 요플레 토핑 광고는 양면적 메시지 전략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광고에 기획자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내용인 즉슨 "안녕하세요… 요플레 토핑 담당자입니다. 이번에 KCM님과 조동혁님 모델로 광고 재밌게 찍었는데 이게 그대로 컨펌 날 줄은…올리라고 하시니 올립니다…크래프트 토핑 요플레 토핑의 새 광고. '껍데기가 ★로야' 입니다"이다.너무 맛있고 내용물도 좋고, 토핑도 최고인데 제품 디자인이 별로라는 의미다. 양면적 메시지 전략은 커뮤니케이터의 진실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를 [작은 부정 요소]를 강조함으로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식음료 디자인은 맛보다 작은 요소이다. 디자인이 좀 별로라고 솔직하게 말해줌으로써, 맛은 정말 좋다는 메시지에 신뢰도를 높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이런 양면적 메시지 전략은 커뮤니케이터의 공신력 상승 전략 중 하나로 약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먼저, 맛이 좋지 않은 물약 제품에 양면적 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다.가령, 마그네슘의 맛은 쓰고 떨떠름하여 사람에 따라 역한 느낌까지 들 수 있다. 마그네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액상 영양제들은 이러한 마그네슘의 맛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예민한 입맛에는 여전히 맛없음이다. 이럴 때, 약사가 마그네슘의 미끄덩한 맛의 특징을 설명하고(작은 부정) 그렇지만 잠깐만 참으면 겪고 계신 저림과 떨림에 도움이 될 거라 설명하는 방식도 양면적 메시지 전략이다.혹은,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설명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감기약의 특정 성분(항히스타민)이 분비물을 억제해 귀찮은 콧물을 막아주지만, 물을 말리니까 입도 마르게 합니다. 그러니 물을 잘 챙겨 드세요." 같은 구조가 대표적이다. 단점을 살포시 알려주는 양면 구성을 했다.또 다른 예로, 특정 제품 포장의 작은 부정적 이슈를 공유할 수도 있다. 물약 파우치 제품을 손으로 자르다가 옷에 튄 경험을 이야기 해주며, 예방하기 위해 가위로 똑딱 잘라 컵에 따라 드시라고 설명하는 거다.사람들은 누군가의 이런 부분은 살짝 별로였지만, 이런 부분은 엄청 좋다는 구조의 경험담을 좋아한다. 특히 전문가만 알려줄 수 있는 경험담은 더 인기가 많다. 필자가 아는 어떤 의사는 환자를 위해 모든 주사를 하나씩 맞아보고 기록했단다. 그리고 주사제를 처방할 때마다 환자에게 그 주사의 경험담을 설명했다고 한다. 맞는 순간의 뻐근함 정도, 통증 지속 시간 등을 설명해 주면, 사람들이 이분은 믿어도 되겠다는 눈빛을 보냈단다. 결과적으로 이분이 추천하는 치료법의 선택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말이다.설득 메시지가 범람하는 시대, 메시지 수용자는 눈에 불을 켜고, 콘텐츠에 숨은 의도가 없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메시지의 의도를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설사 상대의 의도가 순수하고, 선할지라도 상대가 그렇지 못하다고 인식하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그래서 건강을 설득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전략은 필요하다. 현시대의 신뢰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과 영민한 전략의 합으로 얻어진다는 걸 기억하자.2023-04-12 06:37:15데일리팜 -
[기자의 눈] 제네릭 또 깎으면 신약개발도 멀어진다[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제약바이오 업계가 뒤숭숭하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은 사용량-약가연동 협상, 제네릭 약가재평가 등 기존 약가인하 정책 외에 추가적인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혁신신약·필수의약품 가격을 우대하는 정책과 함께 제네릭 약가의 조정을 위한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트레이드오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트레이드오프는 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목표를 희생시키는 것을 뜻한다.도입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위주인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면 제약사가 어떤 자금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허가받은 신약 중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약은 유한양행 '렉라자', 보령 '카나브패밀리', LG화학 '제미글로',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 등 5종가량이다. 이외에 개량신약 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제네릭이 산업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제약바이오 기업이 각종 개량신약과 복합제 개발에 나서 현금창출원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국내 제약산업의 근간은 제네릭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산 제네릭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종근당, 대웅제약 외에도 JW중외제약, 삼진제약, 삼천당제약 등이 제네릭 수출에 성공했다.글로벌 제네릭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제네릭 지원책이 아닌 약가 인하가 추진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제네릭 시장은 지난해 4393억7000만 달러(약 581조원)에서 오는 2030년 6708억2000만 달러(약 88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5.4%다.주로 제네릭 판매를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 중견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기에 나오고 있는 약가 인하 가능성 소식이라 더 난감한 형국이다.삼진제약은 지난해에만 신약개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해 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등 7곳과 협력하기로 했다. 한림제약도 지난 2017년부터 국내 바이오기업 9곳과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제네릭은 단순한 복제약이 아니다.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원 중 하나다. 이스라엘계 글로벌 제약사 테바는 1980년대 매출 5000만 달러(약 661억원) 규모의 제약사였지만 지난 2015년 매출 197억 달러(약 26조원)를 기록하면서 25년만에 400배 성장했다. 성장은 제네릭 판매로 가능했다.테바는 이후 제네릭 판매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신약개발에 투자해 편두통 예방 신약 '아조비(프레마네주맙)' 개발에 성공했다. 아조비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7500만 달러(약 992억원)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1% 성장한 약이다.제네릭 약가인하 철퇴보다 제약사가 제네릭 판매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개량신약,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더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2023-04-12 06:15:50황진중 -
[기자의 눈] 전문약사, 언제까지 희망고문만 할 건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주말인 오늘도 복지부와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9일 인천시약사회가 진행한 팜페어 본행사 중 축사에 나선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의 발언이다. 행사를 주관한 인천시약사회가 지역 약국 약사를 배제한 제도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시행규칙의 변경 가능성을 언급하며 성난 약심을 달래려던 것으로 풀이된다.지난 8일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공인 전문약사가 탄생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무엇보다 제도의 세부 시행방법을 명기한 시행규칙은 아직 법제처와 규제심사대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다. 지난 주말에도 복지부와 약사회가 논의 자리를 가졌다는 최 회장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사실상 규칙이 확정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시행규칙의 확정 발표된다고 제도가 바로 시행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시험 기관, 인증기관 등의 선정부터 구체적인 시험 준비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하지만 약사사회를 향한 복지부의 희망고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약사회는 전문약사제도 법제화가 결정된 후 지난 한해 협의체를 꾸려 자체적인 논의를 거쳐 제도의 초안을 만들고, 또 복지부와 협의해 왔다.병원약사회가 10년 넘게 민간 자격의 제도를 운영해 왔던 만큼 병원약사 위주의 제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판은 커졌고, 병원약사를 넘어 지역약국 약사, 산업약사도 국가 공인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약사사회의 기대감도 높아졌다.하지만 약사들의 기대는 결국 기대에만 그쳤다. 입법예고된 규정안, 시행규칙안 어디에도 지역 약국 약사, 산업약사가 진입 가능한 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고, 결국 국가 공인 전문약사는 병원약사들만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입법예고 이후에도 약사회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제도가 이미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되지 않은 시행규칙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규칙에 일부 조정이라는 약사사회의 기대가 이번에도 희망고문으로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전문약사제도는 이미 시행됐지만, 관련 법은 아직 반쪽짜리이며, 실질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복지부가 하루라도 빨리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2023-04-10 20:07:55김지은 -
[기자의 눈] 제약사 수장 교체 바람, 변화 기대감 커진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만 30곳에 가까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한미약품, 동화약품, 하나제약 등 전통제약사부터 유틸렉스, 헬릭스미스, 제테마 등 바이오 기업까지 제약바이오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각 사마다 대표이사를 교체한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상황 속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지가 짙게 깔려있다.한미약품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진 세대교체를 꾀했다. 새로운 대표를 통해 한미약품이 어떤 사업에 힘을 줄 것인지 예측해볼 수 있다. 그간 한미약품을 이끌었던 우종수·권세창 전 대표는 의약품 개발 전문가였다. 올해 신규 선임된 박재현 대표는 제조 전문가다. 박 대표 체제가 시작되면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대웅그룹의 한올바이오파마와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제약의 경영진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한올바이오파마는 박승국 대표이사가 부회장직을 맡으며 대웅제약 박수진 본부장이 신규 대표로 선임됐다. 박 신임 대표는 대웅제약 전문의약품(ETC) 영업본부장 출신의 '영업통'이다. 글로벌 신약개발에 중점을 뒀던 한올바이오파마가 내수 영업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반대로 내수 시장 위주로 의약품을 판매했던 코오롱제약은 글로벌 신약 개발로 눈을 돌렸다. 신약개발 바이오텍 플랫바이오를 흡수합병 하고 플랫바이오 창업주 김선진 대표를 코오롱제약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직도 맡으며 코오롱그룹의 신약개발을 이끈다.이 외에도 SK바이오팜과 유유제약은 '투자통'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투자 강화를 예고했다. 셀트리온, 진양제약처럼 창업주가 회사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강력한 리더십을 펼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코로나19 팬데믹 속 제약바이오 업계는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높아진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업계에도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늘어난 경영진 교체 시도는 '변화가 없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변화의 신호탄이다.타 업계가 침체 우려로 고용을 줄이고 생산을 감소하는 것과 달리 제약바이오 업계는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85곳 중 62곳은 직원 수를 확대하며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0곳 중 7곳이 일자리를 확대하며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장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올해 경영진 교체로 본격적인 신사업 진출,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진취적인 경영전략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2023-04-10 06:15:53정새임 -
[데스크 시선] 제약바이오 지원 정책의 기시감[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최근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를 열어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향후 5년 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달콤한 구상이 담겼다.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정책의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연 매출 1조원 이상 신약 2개 창출, 연매출 3조원 이상 제약사 3개, 의약품 수출 2배 등을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이를 위해 5년간 민·관 R&D 25조 원 투자, 차세대 유망 10대 신기술 발굴, K-바이오백신 펀드 규모 1조 원까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치, 약가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의지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어딘가 식상함이 느껴지는 기시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 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1개의 글로벌 신약은 등장하지 않았다.물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신약 성과 부재가 정부 탓만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R&D 역량이 글로벌 기업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에 성과도 미흡했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 다만 정부가 R&D 지원 정책의 달성 여부를 단지 숫자 만으로 판단하면서 업계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지원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2011년부터 10년 간 진행된 KDDF의 지원 사업은 ‘글로벌 신약 10개 배출’을 목표로 천명했지만 3년 후에 목표를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 기술수출’로 수정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지원 예산도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가 5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지원받는 업체가 동일한 금액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R&D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KDDF의 R&D 지원금은 263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7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목표 투자 규모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매년 일정 금액의 예산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사용 금액에 따라 예산을 따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R&D 지원금이 계획에 못 미쳤다. 특정 해에 투입하고 남은 불용 예산이 발생할 경우 이듬해 예산이 깎이는 경우도 발생했다.제약업계에서는 거창한 R&D 지원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견해를 많이 내놓는다.대표적인 게 최근 진행 중인 제네릭 약가재평가다. 제약사들은 지난 2월까지 기등재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제네릭 약가재평가 대상은 총 2만6362개에 달한다.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제네릭은 수천개의 약가인하가 불가피해보인다.제약사들은 아직도 이 정책의 명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단지 약가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을 약가인하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허가 목적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다.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에 따라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도 제한됐다. 1건의 임상시험으로 4개의 개량신약이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네릭이 많다는 이유로 공동개발을 숫자로 제한하는 희한한 규제가 등장했다. 몇 년 전 규개개혁위원회가 이상한 규제라고 결론 내렸는데도 법 개정을 통해 10년 만에 공동개발 규제를 다시 시행했다.제약사들은 지난 3년의 코로나19 정국에서 R&D 역량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총 2조7259억원으로 2019년 1조9168억원에서 3년 만에 42.2% 증가했다.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연구인력은 2019년 5122명에서 지난해 6417명으로 25.3% 늘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 위협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는 의미다.제약사들은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핸 외부투자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10곳을 대상으로 총 824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보령은 지난해에만 총 819억원의 신규 외부투자를 진행했다.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광폭 투자행보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9개 기업을 대상으로 231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펼쳤다. 대웅제약은 1년 만에 12건의 신규 외부투자를 결정했다.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오랜 기간 공들인 R&D 노력이 언젠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R&D 지원 정책도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다만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 순위다. 숫자로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소통과 이해가 먼저다.2023-04-10 06:14:48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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