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이해할 수 없는 급여재평가 비공개 행정[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은 건강보험이 적용 중인 의약품에 대해 재정을 투입해 약값을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급여 적정성 평가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지난 2021년부터 진행된 급여재평가에서 총 6개 성분 의약품 전 품목이 급여 목록에서 퇴출됐다. 실리마린, 빌베리건조엑스,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옥시라세탐, 아세틸엘카르니틴, 이토프리드 등이 급여 재평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중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옥시라세탐, 아세틸엘카르니틴 등은 임상재평가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급여 재평가도 좌절된 사례다. 적응증 일부가 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의약품도 있다.올해 급여재평가에서는 애엽 추출물 성분 위염 치료제가 급여 적정성이 없다는 판단에 급여 퇴출 위기에 놓였다. 제약사들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급여 재평가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급여재평가 진행 과정에서 늘 의문이 드는 점은 합격과 불합격의 구체적인 사유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애엽추출물의 사례를 보면 ‘급여적정성 없음’이라는 심의 결과와 함께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이라는 10글자짜리 사유만이 제시됐을 뿐이다. 유용성의 사전적 의미는 ‘소용에 닿고 이용할 만한 특성’이다. ‘임상 결과 값을 살펴보니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정도의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하지만 어떤 임상 자료가 어떤 기준점에 미달했는지 또는 안전성에 어떤 문제가 발견됐는지 등 어떠한 구체적인 사유도 제시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 논문을 검증한 결과 위염 치료 효과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친절한 설명이라도 있었다면 급여재평가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덜 들었을 것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효과가 불분명한 의약품을 허가했다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는 허가받은 의약품을 5년 마다 효능·안전성을 검증하는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운영 중인데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는 의약품이 어떻게 정기적으로 허가를 갱신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행여 국내 개발 천연물의약품이 해외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이 급여 재평가 감점의 요인으로 작용한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이전에 급여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임상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애엽 추출물의 처방 시장은 1298억원을 형성했다. 애엽추출물은 용량과 제조법에 따라 총 4종류가 있는데 평균 약가는 107원, 124원, 186원, 205원이다. 4종류의 애엽추출물이 비슷하게 처방됐다고 가정하면 지난해에만 총 8억개 이상이 처방됐다는 계산이 나온다.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에 15개 이상 복용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구체적인 사유조차 설명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료인들과 환자들은 오랜 기간 쓸모없는 약을 처방하고 복용한 셈이 되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현상이다.애엽추출물은 국내제약사 100곳 이상이 판매 중인 의약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관련 임상 자료를 제출했고 급여 재평가가 이뤄졌다. 제네릭을 보유한 100여곳의 제약사는 어떤 이유로 급여 재평가 통과가 힘들어졌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정상적으로 허가받고 판매 중인 자산이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는데도 해당 업체들은 구체적인 이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급여 재평가를 결정하는 회의록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보건당국은 급여 재평가 탈락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의 기회가 될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로 그동안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의약품에 대해 불필요한 재정을 낭비했다는 실책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급여 재평가 탈락은 정부의 반성도 동반돼야 한다.심지어 애엽 추출물은 14년 전 보건당국이 급여재평가를 진행한 결과 이미 유용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효능에 비해 약값이 비싼 약의 퇴출하거나 약가를 깎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의 일환으로 순환기계용약, 소화성궤양용약 등 5개 효능군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211개 품목에 대해 보험 적용을 중단키로 했다.당시 보건당국은 스티렌의 ‘위염 치료’ 적응증에 대해서는 유용성을 인정했고 ‘위염 예방’ 유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위염 예방은 임상시험 자료 제출 지연을 이유로 제약사와 정부가 법정 공방을 펼쳤고 결국 약가인하와 급여 삭제로 결론났다. 위염 치료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불과 14년 전에 임상적 유용성에 아무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의약품이 왜 이제와서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판단됐는지 납득할만한 사유가 공개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진행되는 국무회의도 전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시대다. 오랜 기간 국민들이 매년 10개 이상 복용한 의약품이 퇴출되는 중요한 행정이라면 절차와 결과는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야 마땅하다.2025-09-22 06:15:00천승현 -
[기자의 눈] 임상 3상 특화펀드가 반가운 이유[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수년간 목소리를 높여온 요구가 마침내 제도화의 길로 들어섰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예산안에 ‘임상 3상 특화펀드’를 반영한 것이다.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항상 큰 장벽으로 꼽혀왔다. 정부가 이 구간에 직접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복지부는 600억원 규모의 정부 출자를 바탕으로 모태펀드 매칭을 거쳐 총 1500억원 펀드를 조성한다. 민간 투자사가 펀드를 운용하며, 시장성·기술력과 임상 3상 추진 의지를 바탕으로 지원 기업을 판단하게 된다.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과제를 직접 지정하지 않는 구조다.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과제를 직접 지목하지 않고, 시장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효성도 높게 평가된다.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임상 3상에 직접 뛰어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 부담이 꼽힌다. 많은 기업은 자체 개발을 이어가기보다는 기술수출이나 라이선스아웃 등 외부 협력을 택해왔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전략 역시 자연스레 이 구조에 맞춰졌다. 글로벌 임상 3상은 신약개발 기업들에게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자,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가장 큰 지점이었던 셈이다.이번 펀드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민간 투자사와의 매칭을 통해 신약개발 생태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투자사는 시장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선별하게 되므로, 정부 지원이 효율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국내 신약개발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 회수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임상 3상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나아가 투자와 개발이 서로 긍정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도 기대된다.물론 1500억원이라는 규모가 결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임상 3상을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는 점, 성공 시 추가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이 마중물이 돼 민간 투자 심리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아울러 복지부는 ‘성공불(成功不) 융자제도’ 연구에도 착수한다. 성공불 융자제도는 신약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상환하지 않거나 일부만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실패 위험을 제도적으로 완충해주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도전적 연구개발에 뛰어들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제도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신약 개발은 실패 확률이 높고 회수 기간이 길다. 기업의 의지와 역량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존재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임상 3상 특화펀드는 업계의 숙원에 대한 첫 답변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펀드의 효율적 운용과 지속적 확대다. 시작은 늦었지만, 방향은 옳다.2025-09-19 06:17:45김진구 -
[기자의 눈] 비대면 금지약 규제장치, 입법화 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당시 정부안을 제출하면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이재명 정부도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담은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이 과정에서 국회에는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법안이 연달아 추가 발의됐는데, 눈에 띄는 부분은 부작용 위험이 크고 건강보험 처방 통계가 잡히지 않아 정부가 비대면으로 처방을 금지한 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규제 조항 신설이 담겼다는 점이다.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과 탈모약, 여드름약, 비만약 등 비대면 처방 금지 의약품은 과잉 처방 시 환자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어 비대면진료 제도화 때 요주의해야 할 분야로 지적돼 왔다.특히 비급여 처방약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할 경우 자칫 비대면진료가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으로 해당 비급여약을 처방 받으려는 환자를 쏠리게 하거나 유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과 약사들의 우려 목소리가 컸다.다행이도 비대면진료 때 의약품안전관리서비스(DUR) 사용·확인을 의무화 해 정부가 비대면 처방을 금지한 약을 비대면진료로 받을 수 없게 막는 법안(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안)이 발의되면서 향후 국회는 법안심사 때 비대면 금지약에 대한 규제 조항을 법제화하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됐다.현재로선 보건복지부가 보건의약계 의견을 수렴해 처방 금지 약으로 지정하더라도 의사가 이를 무시하고 비대면 처방했을 때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DUR 의무화 조항이 법제화하면 자동으로 복지부 금지약은 처방이 막힌다는 게 법안 발의 김선민 의원의 설명이다.비대면진료 처방이 금지된 의약품은 현재 마약류 향정약, 오남용 우려 약, 비만약, 사후피임약 등 총 800여개 품목이 넘는 실정이다.비대면으로 처방했을 때 오남용이나 특정 의료기관·약국 쏠림, 과잉 진료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촉발할 수 있는 약인 만큼 DUR 의무 적용 조항은 제도화 논의 때 필히 반영돼야 안전한 비대면진료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테다.김선민 의원안에는 비대면진료 중개업자 즉, 플랫폼 업체들이 해선 안 되는 금지 행위도 명시했는데 이 역시 안전한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해 필요한 조항이다.그 중에서도 플랫폼이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환자 처방전을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 등 리베이트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과 비대면진료 현황조사를 위해 플랫폼이 분기별로 복지부 장관에게 통계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의무화 한 조항,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때 시정명령, 신고 취소,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은 플랫폼의 비위행위나 불법·편법 시도를 애초 근절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17일 현재 국회 계류중인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은 총 6건이며, 추가 발의를 준비중인 의원도 있는 상태다. 비대면 처방 금지약 규제 방안과 플랫폼 관리·감독 방안 말고도 최대한 완벽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이 연내 제도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회가 국민을 축으로 복지부, 의사, 약사, 플랫폼 등 유관 직능의 제각기 다른 입장과 의견을 하나로 융합하는 입법 노력과 실력을 십분 발휘하길 응원한다.2025-09-17 18:07:31이정환 -
[기자의 눈] 바이오 투자 한파와 상폐, 위기가 아니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현재 바이오 투자 시장은 냉랭하다.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금 흐름은 위축돼 있다. 신규 투자가 줄면서 초기 단계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 회수의 통로가 좁아지고 업종 전반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투자 열풍이 불던 3~4년 전과 상반된 분위기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오·백신·진단 업종에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면서 바이오 업계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액을 기록했다. '바이오'라는 이름만 붙으면 투자자가 몰려들었고 기술수출 기대만으로 기업가치가 치솟았다.투자 과열과 급격한 냉각, 이 장면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 닷컴 열풍이 한창일 때 '인터넷' 간판 하나로도 기업은 금세 스타가 됐다.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도 돈이 흘러들었다. 시장 전체가 열광했기에 상장은 물론 공모 흥행까지 따놓은 당상이었다.그러나 거품이 꺼지자 상당수 닷컴 기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가 지나자 닷컴 기업의 90%가 문을 닫았다.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었고 시장은 한동안 깊은 침체에 빠졌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인터넷 산업 자체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불신과 공포가 퍼졌다.최근 바이오 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이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올해 들어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단백질 소재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셀리버리는 지난 2월 장폐지가 결정됐다.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이다.이어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항체 신약개발 기업 파멥신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는 게 그 이유다. 진단키트 개발 업체 엑세스바이오는 분기 매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1억8700만원에 그쳤다.그렇다고 비관 일색일 필요는 없다. 거품 붕괴 이후에도 IT 산업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끝내 살아남아 시장 판도를 바꿨다. 이들 기업은 무너진 수많은 닷컴 기업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성장을 이뤄냈다.여기서 얻는 교훈은 명확하다. 위기 국면에서 옥석이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거품이 꺼지면 다수 기업은 시장에서 밀려나지만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소수는 산업 전체를 이끄는 중심축이 된다. 위기는 가짜를 걸러내고 산업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든다. 최근의 투자 한파는 산업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정상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바이오 산업은 지금 옥석 가리기의 초입에 있다. 임상 성과와 재무 체력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은 줄줄이 무너질 것이다. 반면 기술력과 사업 모델이 탄탄한 기업은 위기 이후에도 생존을 넘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바이오 투자 한파는 위기인 동시에 도약의 관문이다. 위기를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아 바이오 산업의 새 질서를 만들 기업이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2025-09-17 06:10:00차지현 -
[기자의 눈] AI 솔루션 확산, 의료격차 해법 될까?[데일리팜=황병우 기자]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대형병원 중심의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이제 중소병원·지역의료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정부 시범사업과 지자체 지원이 뒷받침되며 의료격차 해소의 가능성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제 과제는 이런 변화가 얼마나 환자 체감의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느냐다.AI 내시경·영상 판독 보조·원격 모니터링 등은 한때 대학병원 전유물이었지만 최근 지역·중소병원으로 보급이 확대되는 중이다. 일부 병원은 조기암 발견율 향상, 판독 편차 감소 등 긍정적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이러한 변화를 두고 기자와 만난 한 의료진은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환자의 신뢰를 높이며, 장기적으로 수도권-지방 간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실제 중소병원 혹은 의원의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적 함의를 가진다.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자원이 지방 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온 구조에서, AI는 숙련도·진단 정확도의 지역 격차를 줄이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에서 조기암 진단, 만성질환 관리, 재입원 예방 등은 지역사회 건강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이런 점에서 디지털 헬스의 확산은 단순한 병원 경쟁력 확보를 넘어 공공 보건 정책의 일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이와 관련해 올해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허가·심사·사후관리 절차를 명확히 해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평가다.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법 시행이 시범사업과 보험 보상체계 논의를 촉진해 중소병원 확산을 가속하길 기대하고 있다.다만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장비 구입·소프트웨어 구독·유지보수 비용은 중소병원 재정에 큰 부담이다. 네트워크·보안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병원도 많고, 의료진 교육 부족은 도입 효과를 반감시킨다.AI가 의료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되려면, 속도 경쟁보다는 현장 적합성을 우선해야 한다. 기술이 의료진에게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 효율과 진료 질을 동시에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또한 환자가 실제로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고, 병원은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기술·수가·교육·인프라가 맞물릴 때 비로소 의료격차 해소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AI·디지털 헬스 확산은 지역의료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의료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 정책·보상·교육이 함께 가야 하고, 현장 의료진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안착해야 한다.2025-09-16 06:06:57황병우 -
[칼럼] 탈모인에게 필요한 탈모치료제 종류대표적인 남성형 탈모치료제 성분으로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가 있다.두 성분의 작용기전은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전환된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DHT는 모발 생성을 주도하는 모낭을 위축시켜, 남성형 탈모를 촉진시키는 호르몬이다.두 약물은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함으로써 DHT의 생성을 줄여 남성형 탈모의 치료제로 사용된다.이때 피나스테리드는 5알파 환원효소 중 제2형을 억제 시키는 기능이 있으며, 두타스테리드는 제1형과 제2형을 모두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작용기전만을 보면 두타스테리드가 피나스테리드보다 효과가 강하고 상위 개념의 약물로 보일수 있으나, 안드로겐형 탈모는 5알파 환원효소 제2형의 영향이 크기에 피나스테리드만의 복용만으로 탈모 억제 효과를 83%이상 볼수 있다고 한다.프로페시아정(피나스테리1mg)는 탈모치료제로 미국FDA승인을 받았으나, 아보다트연질캡슐(두타스테리드0.5mg)는 미국FDA 승인을 받지못하였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탈모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두 약물 모두 6개월이상 꾸준히 장기 복용해야하며,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장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수도 있다.만약 피나스테리드로 경증에서 중등도 남성형 탈모를 12개월이상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두타스테리드로 변경하여 복용하기를 추천하기도 한다.또 다른 탈모치료제는 미녹시딜(minoxidil)이다.최근 미녹시딜 성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녹시딜은 처음에는 궤양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연구과정에서 혈관이 확장되는 현상이 확인되어 1979년부터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었다.하지만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모낭에 영양 공급을 증가시켜 털의 밀도가 높아지고, 길게 자라는 다모증 현상을 나타나 탈모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현재 먹는 미녹시딜은 혈압강하제이지만 모발 성장을 촉진시키기에 미녹시딜5mg를 1/2 혹은 1/4 나눠 복용하기도 한다.그래서 미녹시딜 외용제가 등장하였다. 두피에 바르는 미녹시딜은 솔루션과 폼타입이 있으며, 남성형 탈모증, 여성형 탈모증의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받았다.미국 FDA에서 탈모치료제로 승인한 두가지 약품 성분은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외용제)이다.최근 국내 제약사가 에어로졸 기술력을 바탕으로 폼타입의 미녹시딜 치료제가 출시되었으며, 가격적인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대표적인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은 반드시 의료인과 상담을 통해 처방과 복용을 해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탈모치료를 할 수 있다. 필자 약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 전남대학교병원 본원 내과 전공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교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 전남대병원 부설 류마티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 역임 현) 분당365일의원 대표원장2025-09-16 06:05:39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25년 만의 대체조제 제도 수정[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의사에게 직접 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하고 오는 2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여기에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정보시스템까지 확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 놓은 상황이다.의약분업 시행에 맞춰 도입된 대체조제 관련 제도가 25년 만에 변경, 수정되는 것이다.의사들의 반대가 심했고, 보건당국도 직능 갈등 유발 요인이 큰 만큼 늘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대체조제 관련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그러나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품절약이라는 변수와 비대면 진료가 본격화되면 대체조제 간소화는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필요조건이 되는 만큼 정부도 대체조제 제도 개선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사후통보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심평원 정보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에 하는 것인 만큼 명문도 충분했다.문제는 의사들의 저항이다. 이미 의사단체는 불법 대체조제 관련 자료를 수집하겠다며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법으로 보장된 대체조제에 대한 불신을 환자들에게 심어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대체조제는 정부가 약효 동등성을 인정한 성분·함량·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하는 제도다.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최근 약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한 약국에서 동일 성분, 함량, 제형의 모사프리드 의약품 25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국에서 대체조제를 위해 25개 제품을 보유한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마다 소화불량에 쓰는 모사프리드 처방약이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건물에 있는 가정의학과, 내과, 이비인후과가 모두 다른 모사프리드 성분의 제품을 처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의사들은 동일성분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제형·흡수율·방출속도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며 치료 효과와 부작용 발생에 큰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원마다 달라지는 모사프리드 처방 제품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약국에서도 인근 의원이 처방한 약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체조제를 하지 않는다. 단골 환자가 가져온 원거리 처방이나 제품 품절로 인해 조제가 급한 경우 등에 국한된다. 2023년 기준 대체조제율이 1.25%라는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수많은 동일성분 제네릭이 처방되고 유통되도록 하는 것은 의사들이다. 그렇게 제네릭과 대체조제의 안전성이 걱정된다면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통일해서 처방하면 된 일이다.이번 약사법 개정은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을 하나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사후통보를 폐지하는 것도, 대체조제를 강제화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조제가 꼭 필요한 약국에 원활한 사후통보를 할 수 있게 편의를 도모하는 게 전부다. 의사들의 대승적인 동의가 필요한 이유다.2025-09-14 20:32:02강신국 -
[기자의 눈] K-CDMO,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국내 CMO(위탁생산), CDMO(위탁개발생산)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탈중국 흐름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운 독자 성과도 늘고 있다. 다만 향후 과당 경쟁, 글로벌 정치·안보 변수 등 고려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부터 대형 계약을 쓸어 담았다. 이 회사는 각각 미국과 유럽 제약사와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누적 수주 금액 5조2435억원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 금액(5조4035억원)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창립 이래 누적 수주 총액도 200억달러를 넘어섰다.에스티팜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알찬 수주가 눈에 띈다. 유럽 제약사와 203억원 규모의 저분자 원료의약품 계약, 미국 바이오텍과 183억원 규모의 올리고핵산 원료 공급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말 2320억원이던 수주 잔고는 현재 4079억원으로 76% 급증했다. 한때 국내 RNA 치료제 위탁 생산의 후발주자로 평가받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연속 계약을 체결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SK팜테코는 지난해 12월 비만신약 원료의약품 수주에서 2조원 규모라는 상징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GLP-1 계열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한국 CDMO가 본격적으로 이 흐름에 편승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동시에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도 스위스 페링제약과 방광암 치료제 계약을 성사시키며 기술 다각화 가능성을 보여줬다.중소형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엔셀은 지난 7월 한국생명연구원과 57억원 규모의 AAV 유전자치료제 CDMO 계약을 맺었다. 회사 연매출의 80%에 해당하는 단일 최대 규모 계약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미공개 제약사와 132억원 계약을 따내며 장기 CDMO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메디포스트 역시 20억원 규모의 세포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으로 본격적인 CDMO 행보에 나섰다.하지만 이 흐름을 ‘순풍’으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글로벌제약사의 시선이 한국으로 향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경쟁 무대가 넓어지고 복잡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도, 동유럽 등 잠재력이 큰 생산기지 역시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국 CDMO가 단순한 수탁생산이 아닌 개발 역량·혁신 기술을 앞세운 차별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더구나 의존도가 높아지는 순간, 역설적으로 리스크도 커진다. 특정 기업, 특정 제품에 매출이 몰리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외부 환경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2의 중국 의존’을 피하기 위해선 계약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중장기적 투자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탈중국화 효과로 수주가 몰리자 국내 기업 간 과당 경쟁이 불붙는 점도 우려 요소다.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추진은 중국 기업에겐 제약이지만, 일본·동유럽 기업들까지 공급망 재편에 뛰어드는 만큼 한국만의 호황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수주 성과는 반가운 신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받아낸 계약이 아니라 유지할 수 있는 계약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말처럼, 지금 필요한 건 자축이 아니라 냉정한 점검이다.한국 CDMO가 맞이한 호황은 시작일 뿐이다. ‘위탁’에 머물지 않고 ‘개발’과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다가올 도전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다.2025-09-12 06:15:47손형민 -
[기자의 눈] '1약사 다약국' 운영이 미칠 파장[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의료법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반면, 약사법은 약국의 중복 '개설'만을 금지하는 등 차이점이 명확히 존재한다."경찰이 면허 대여 혐의 약국에 대한 수사 결과서에 밝힌 내용 중 일부다. '1인 1개소' 원칙은 병원이나 약국이나 동일하지만, 의료법과 달리 약사법에는 개설 이외 '운영’은 적시 돼 있지 않은 만큼, 개설에 관여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약국은 1인 다(多) 운영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읽힌다.최근 약사 1인이 여러 약국의 중복 개설, 운영에 관여한 혐의에 경찰에 이어 검찰까지 무혐의 취지의 불송치, 불기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약사사회 우려가 깊다.이 사건은 인천 지역 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공공연하게 퍼져있었고, 관련 분회는 물론이고 지부 차원에서도 사건에 관여 된 약사와 약국들에 대해 예의주시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지역 약사들에 따르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약사는 지역 내 대형 병원 인근 문전약국을 중심으로 운영 범위를 넓히더니 수년 전 새로 개설된 서울의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 운영으로까지 확대했다. 실제 지역에서 파악하기로는 이 사건에 연루된 약국이 최소 4곳 이상이다.지역 내에서 해당 약국들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건강보험공단은 경찰에 2차례에 걸쳐 해당 약국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약사법과 의료법의 차이, 대법원 판례 등을 바탕으로 불송치를 결정했고, 공단이 다시 제기한 이의신청에 검찰 역시 불기소 판단을 하며 사건은 종결된 상태다. 결국 경찰도 검찰도 이들 약국의 운영 형태를 ‘중복 개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관련 약국들은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자금 유동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줄줄이 회생 신청에 들어갔고, 당시 이 약국들의 채권 금액이 수백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업계는 이들 약국의 경영 위기는 약국 규모를 더 확장하려는 과정에서 자금 압박을 받은 데 더해 당시 금리 인상, 의정 사태에 따른 전공의 파업까지 겹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당시 이들 약국과 거래해 왔던 도매업체들은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피해를 예상하기도 했었다.당시 특정 약사의 지인, 가족 등으로 연결된 이들 약국의 논란을 계기로 '네트워크 약국' 형태가 수면 위로 오르기도 했었다.경찰과 검찰의 이번 판단을 두고 약사사회에서는 대형 자본이 개입된 네트워크형 약국이 사실상 합법화된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네트워크 약국은 무자격자가 자본을 바탕으로 약사 면허를 대여해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까지 관여하는 형태의 면대약국과는 닮은 듯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자본을 가진 특정 약사가 동료 약사 여러 명의 면허를 이용해 약국 개설을 돕고 수익에 귀속하는 형태를 보이며 사실상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것. 특정 약학대학 동문,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암암리에 퍼져 있다는 설도 있다.이전에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운영해 오던 이들 약국이 이번 수사기관의 판단으로 합법의 영역으로 올라서며 약국가의 또 다른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는 과연 기우일까. 대자본을 바탕으로 수백평 규모의 마트, 창고형약국이 속속 개설되는 상황 속 이번 수사기관 판단이 약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2025-09-10 16:22:18김지은 -
[기고] 약사 1인 복수약국 운영 불기소 판단, 왜?약사법 제20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하여 약사가 아닌 자의 개설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제21조 제1항에서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한 명의 약사가 복수 약국을 소유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1인1개소의 원칙). 나아가 제21조 제2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개설한 약국을 직접 관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 개설자의 직접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약사법의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약사가 자신이 직접 관리·조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약국을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자격 없는 자가 자본을 투자하고 약사의 면허만 빌려 사실상 약국을 지배하는 행위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른바 ‘면허대여’를 차단함으로써 의약품 유통질서의 건전성과 환자 안전을 지키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비슷한 원칙은 의료법에도 존재하지만, 그 규제 강도는 훨씬 더 강하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단순히 ‘개설’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에의 관여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이 점은 약사법과 명확히 구별된다. 약사법 제21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설’에 국한될 뿐 ‘운영’ 관여를 직접 금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약사법은 형식적으로 개설자를 구분해 복수 약국의 소유를 차단하면서도, 다른 약국의 경영이나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행위까지는 명문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과거 의료법 역시 복수 ‘개설’만을 금지하는 데 그쳤고, 판례와 행정해석에 따라 개설자가 다르면 복수 기관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허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의료기관 간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허위·부당 청구와 같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결국 입법자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 원칙에 ‘운영’까지 포함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한 것이다.최근 수사기관이 내린 무혐의 판단은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법원 1998년 판결(대법원 1998.10.27. 선고 98도2119 판결)을 근거로, 자기 명의 약국을 이미 개설한 약사가 다른 약사의 명의로 개설된 약국의 경영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해당 약국에서 직접 의약품을 조제·판매하거나 무자격자에게 이를 시켰다는 증거가 없는 한, 약사법 제21조 제1항이 금지하는 ‘복수 개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제와 판매라는 본질적 업무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이 같은 해석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는 타당하긴 하다. 법에 없는 죄를 확장해석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 사회의 시각에서 보자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형식상 개설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 명의 약사가 여러 약국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가 합법으로 인정된다면, 이는 면허대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한 명의 약사가 한 곳의 약국을 책임진다”는 신뢰인데,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일부 약사가 다수의 약국을 체인화하여 지휘하는 현실은 이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의료법은 이미 2012년 개정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였다. 의료인에게 ‘운영’ 금지까지 명문화되자, 네트워크 병원들은 MSO(경영지원회사)를 통한 합법적 운영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약사법의 빈틈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거나, 타 약국에 대한 지분 투자 및 경영 관여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적극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약국은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기관이며, 그 운영의 중심에는 반드시 전문성을 지닌 약사가 자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 복수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존재한다면, 성실하게 자신의 약국을 지키는 다수의 약사들에게는 심각한 박탈감이,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이번 무혐의 결정은 현행 약사법 문언의 한계가 빚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일은 결국 입법자의 몫이다. 의료법이 그랬듯, 약사법도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운영 관여까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동 경영대학원 졸업 (전)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전)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전)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회 위원 보건복지부 소송대리 및 자문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송대리 및 자문 대한의사협회 의료사고배상공제회 소송대리 및 자문 병원협회, 간호사협회, 한의사협회,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 각종 협회 및 공공기관 법률 자문2025-09-10 09:40:58오승준 변호사
오늘의 TOP 10
- 1"약가인하, 산업 붕괴 초래"...제약업계 설득·호소 통할까
- 2"사전 제공은 됐지만"…약가인하 파일 혼재에 현장 혼란
- 3"약국, 주문 서둘러야겠네"...연말 제약사, 셧다운 공지
- 4파마리서치, 약국과 상생 시대 연다…리쥬비-에스 출시
- 5비대면진료 의료법, 정부 공포 초읽기…내년 12월 시행
- 6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급여 적응증 확대에 담긴 의미는?
- 7셀트리온, '옴리클로' 펜 제형 추가…졸레어와 본격 경쟁
- 8"수당인상은 마중물" 약사회 공직약사 처우개선 나선다
- 9수천만원 리브말리액 등재에 투여 후 5년 장기추적 돌입
- 10톡신 논쟁 초점 왜 '균주'에 머물렀나…현실과 괴리감
